영국 BBC는 로봇에 의한 일자리 대체 가능성을 직업별로 시각화한 뉴스 서비스를 2015년 9월 시작했다. 이를 통해 영국 시민은 기술진화에 따라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이 어느 수위인지,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의 규모와 임금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영국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종은 텔레마케터다.

현재 영국에서 연간 소득 1만9768파운드(약3500만원)를 벌며 살아가는 텔레마케터의 규모는 4만3천명 수준이며, 이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은 99%다. 대체 가능성이 90퍼센트가 넘는 직종은 총 51개에 이른다. [표1]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앞으로 20년 안에 사라질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은 15개 직종의 일자리 수는 1,527,000에 이른다. 15개 일자리는 전통적인 육체 노동이 아닌 (단순) 사무직에 속하고 있어 기술 진화에 위협받고 있는 일자리가 더이상 육체 노동에 제한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법률비서는 화물차 운전자보다 일찍 로봇에 의해 대체될 전망이다.(이미지 출처 : BBC 보도)
▲ 법률비서는 화물차 운전자보다 일찍 로봇에 의해 대체될 전망이다.(이미지 출처 : BBC 보도)

BBC의 시각화 뉴스서비스는 2013년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오스본(Osborne)과 프로이(Frey)의 연구결과, 영국 통계청 일자리 통계, 딜로이트 연구결과 등에 기초하고 있다. 미국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일자리 대체효과 연구가 최근 영국,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5년 4월 독일 만하임대학교 연구진은 독일의 현재 기술 수준으로 약 5백만 명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 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연구진은 사회 동요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 중 85퍼센트가 유사 직군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15퍼센트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완만한 일자리 이행의 전제조건으로 독일 연구진은 높은 노동 유연성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적 일자리 대체 가능성이 노동 유연성과 만나면 사회 갈등은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구는 현 실 정치에서 진행되는 사회세력의 충돌과 갈등을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CEDA(the Committee for Economic Development of Australia)는 2015년 6월 25명의 학자들이 참여한 기술에 의한 노동사회 변화를 연구한 결과물을 공개했다. 이 연구는 앞으로 10년 또는 15년 안에 오스트레일리아 전체 노동인구의 40%(약 500만명)가 기계에 의한 일자리 대체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이 연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주 별 산업구조를 분석하며 일자리 대체 효과에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위협받는 사무직 일자리: 기계학습과 딥러닝

▲  자료 출처 : <BBC></div>의 2015년 9월11일자 보도 'Will a robot take your job?'를 참조했다. 보도는 Osborne & Frey의 2013년 논문 'The Future of Employment: How Susceptible Are Jobs to Computerisation?' 등의 연구결과를 영국 노동부 데이터로 재가공했다고 밝혔다.
▲ 자료 출처 : 의 2015년 9월11일자 보도 'Will a robot take your job?'를 참조했다. 보도는 Osborne & Frey의 2013년 논문 'The Future of Employment: How Susceptible Are Jobs to Computerisation?' 등의 연구결과를 영국 노동부 데이터로 재가공했다고 밝혔다.

 

 

위 [표1]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기술 진화와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위협은 이른바 육체 노동에 제한되지 않는다. 아이폰 생산업체인 폭스콘(Foxconn)이 공장 자동화로 일자리 30퍼센트를 대체하고 있고 아마존이 물류센터에 15,000개의 물류로봇 키바(Kiva)을 투입하는 등 공장 자동화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디지 털 전환에 따른 일자리 대체는 공장 노동보다는 사무 노동에서 더욱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컴퓨터 앞 에 앉아 손으로 무언가를 입력하는 일이 주업무인 경우 컴퓨터에 의한 대체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러한 진화를 가능케 하는 기술은 크게 두 가지가 존재한다.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과 '딥 러닝(Deep Learning)' 이 인공지능의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기계 학습을 통해 컴퓨터는 사례를 인지하고 그 사례에서 합법칙성 을 식별한다. 이러한 과정은 통해 얻은 지식은 컴퓨터가 인간의 도움없이 이후 새로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 록 한다. 딥 러딩을 통해 컴퓨터는 주어진 데이터로부터 다양한 층(layer)과 특징(feature)을 구별한다. 딥러닝을 통해 비로소 컴퓨터는 소리와 이미지를 구별하여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구글과 애플은 딥러닝을 통해 구글 나우와 시리 등 언어인식 서비스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딥러닝 기술이 초기단계임을 고려한다면 언어인식 서비스가 번역가와 통역가의 일지리를 대체할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

일처리의 순서를 의미하는 알고리즘이 기계 학습과 딥 러닝이라는 데이터 분석기술과 결합할 때 그 생산성 및 일자리 대체 효과는 급등한다. 은행업무, 회계업무, 공무원의 행정업무 대부분이 진화하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술에 의해 대체 가능하다. 영국의 오스본과 프로이의 연구는 2013년의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술에 기초해 서 사무직 노동의 약 50퍼센트가 20년 내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데이터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고 려 되지 않았다는 점은 오스본과 프로이의 연구가 가진 한계이자 동시에 위협이다.

일부 학자들에 의해 일자리 대체 가능성이 구체성을 띠어가는 반면, 급속한 기술 진보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논의는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와이어드(Wired) 전 편집장 캐빈 켈리 (Kevin Kelly)는 “로봇과 협업하는 수준에 따라 미래의 임금 수준이 결정될 것이다”라며 미래의 일자리는 인간 의 일자리를 빼앗는 로봇과 연결되어 있다는 역설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데이터 분석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UX 전문가 등 미래의 일자리다. 인공지능을 설계하고 운영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일이 높은 임금과 안정적인 일 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들의 일자리 수가 1백만 또는 2백만 수준이 아니다는 점에 있다.

데이터 기술을 진화시키는 값싼 일자리, 알고리즘을 위한 노동

▲  Peter Reinhard : API 위/아래 노동(이미지 출처 : 포브스닷컴)
▲ Peter Reinhard : API 위/아래 노동(이미지 출처 : 포브스닷컴)

한편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술을 진화시키는 일은 인간의 대규모 저가 노동을 필 요로 한다.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먹고 살며, 수집된 데이터을 정제하는 일의 적지 않은 부분을 기계가 아닌 인간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1차 기계학습을 마친 분석결과의 의미를 해석하고 2차 기계학습의 방향을 정하는 분석가들이 아니라 컴퓨터와 유사한 분류작업을 하는 저가 노동자다.

2014년 언론에 유출된 구글 (데이터) 품질 검사자(Google Quality Raters)에 대한 문서는 알고리즘에 데이터를 공급하는 노동자의 처지가 별로 좋지 않음을 보여준다. 매우 저가의 노동력이 구글의 광고를 하나하나 클 릭하면서 그 내용의 선정성 등을 테스트한다. 또는 무인 자동주행 자동차의 기초 데이터 중 하나인 도로 데이 터는 거리를 누비고 있는 저가 운전 노동자들이 수집하고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들 데이터 품질 검사자와 도로 데이터 수집 노동자는 구글의 정직원이 아닌 계약직 노동자(contractor)다.

계약직 노동자가 데이터 기술을 진화시키는 다양한 일자리를 매개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아마존의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가 그 주인공이다. 메커니컬 터크를 통해 데이터를 분류하고 정제하는 등의 과제를 처리하는 노동자는 190개 국가에서 흩어져 있으며 그 규모는 약 50만 명 수준이다. 메커니컬 터크는 새로운 생산방식인 이른바 크라우드소싱의 대표 사례다. 아마존은 이러한 방식을‘ 인간 지능 업무(Human Intelligence Tasks: HITs)’라 부르고 있다. 메커니컬 터크는 이용자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고, 이미지에 태그를 추가하고, 검 색 결과를 테스트 하고, 번역의 품질을 평가하는 등 약 83만개의 인간 지능 업무(HITs)에 시간당 1.2달러에서 5달러의 임금을 제공하고 있다.

API에 의해 노동이 자동으로 조직화되는 구글과 아마존의 데이터 문지기(data janitor)는 인공지능을 살찌우 고 성장시키고 있다. 인공지능의 진화는 사무직 노동자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피터 라 인하르트는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는 일자리와 로봇과 인공지능을 살찌우는 일자리를 처럼 각각 ‘API 아래의 로봇(Below the API Robots)’와 ‘API 아래의 일자리(Below the API Jobs)’로 구별하고 있다. 라인하르트는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대체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이들을 살찌우는 저가 노동시장 의 확장-의 빨간 영역-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시말해 자동화로 대체되는 노동시장은 의 빨간 영역과 파란 영역처럼 알고리즘을 위한 저가 노동과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 처리되는 노동으로 구별할 수 있다. 릴리 이라니(Lilly Irani)는 “자동화는 노동을 대체(replace)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이전(displace)할 뿐 이다”라며 라인하르트의 구분에 동의를 표하고 있다.

주문형 (On-Demand) 경제와 일용직(Gig) 경제

API에 의해 조직화된 노동은 앞선 구글 데이터 품질 검사자와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에 중재된 노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문형 경제(On-Demand Economy) 또는 세어링 이코노미(Sharing Economy) 또한 API에 의한 일용직 노동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우버(Uber)의 운전 노동자가 그 대표 사례다. 적극적으로 우버 운전 노동에 참여하는 노동자 규모가 미국에서만 2015년 1월 15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에게 임금단체협상은 불가능하다. 우버는 스스로 고용주가 아니라 중개자라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고용주가 없다보니 사회보험은 우버 운전 노동 자 스스로의 몫이다. 휴가와 병가 또한 스스로 결정한다. 노동 계약서도 사용약관이 대신하고 있다. 일용직 노 동자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 정치권도 우려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주문형 경제, 일명 일용직 경제가 매우 흥미로운 경제를 만들고 있으며 혁신을 촉발시키고 있다. 그러나 주문형 경제는 노동 보호와 미래의 좋은 일자리는 무엇인지에 대한 간단치 않은 질문을 던기고 있다”며 일용직 경제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알고리즘화된 노동이 야기하는 불평등 구조

▲  리씽크 로보틱스의 인공지능 산업 로봇 소이어. 가격은 2만 달러대이다.(사진 출처 : 리씽크 로보틱스 홈페이지)
▲ 리씽크 로보틱스의 인공지능 산업 로봇 소이어. 가격은 2만 달러대이다.(사진 출처 : 리씽크 로보틱스 홈페이지)

앞서 소개한 독일의 연구는 교육과 인금 수준 그리고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대체 가능성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일자리의 80퍼센트가 로봇에 의한 대체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 한편 박사학위 소지자가 얻을 수 있는 일자리의 18퍼센트만이 자동화의 위협 앞에 놓여있다. 임금과 자동화의 상관관계는 더욱 강하다. 전체 임금 수준 중 최하위 10퍼센트는 로봇에게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61퍼센트며 상위 10퍼센트가 자동화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은 20퍼센트로 낮다. 따라서 낮은 교육 수준으로 낮은 임금의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 의 자동화 위험성을 매우 높다고 말할 수 있다.

[rel]낮은 교육 및 임금 수준의 일자리에 가해지는 자동 화의 압력은 개별 국민경제마다 미치는 효과가 다르다. 자동화 압력은 독일, 프랑스 등 제조업 강국 보다는 저가 노동력 중심의 중국에 더욱 크게 작동할 수 있다. 자동화는 세계 경제의 생산비용을 균 등하게 만드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가진 낮은 생산비용이라는 장점은 그 가치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때문에 중국 경제는 (공장)자동화를 서두르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미국 으로 이전하기 이전에 중국에서 로봇으로 아이폰을 계속 생산하고자 하는 계산이다.

게오르그 그레츠(Georg Graetz)와 가이 마이클스(Guy Michaels)는 로봇의 생상성 효과 연구에서 자동화에 따른 생산성 증대와 임금 증대가 저임금 노동의 대체효과를 앞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동화는 경제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처럼 자동화의 속도를 높일 경우 저가 노 동시장의 장점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동화의 수준이 개별 국민경제의 경쟁력 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서 기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동시에 자동화가 국민경제의 불평 등을 가능케하는 요인임을 말한다.

자동화가 한국 경제가 던지는 가장 큰 위협은 일자리 대체 또는 일자리 축소가 아니라, 중국경제가 로봇에 의한 세계 생산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이 로봇을 운영하는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를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기업이 공급하는 상황이다. 증기에서 전기로 산업의 중심 동력이 바 뀌었을 때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바뀐 것처럼 자동화는 세계 경제의 주역을 새 롭게 정의할 가능성이 높다.

이 기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KISDI가 ICT인문사회 혁신기반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발간하는 ‘ICT인문사회융합동향’ 2015년 3호에 게시된 글입니다. 원고의 저자는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입니다. 블로터는 KISDI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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