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이 10월29일 저녁 국회를 찾았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과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테크토크에 참여했다. 에릭 슈미트 회장으로부터 국내 IT 산업의 진흥 방안을 듣고, 국내 IT 업체와 글로벌 업체의 협력 방안을 찾겠다는 게 이날 테크토크의 취지다. 국회에서 에릭 슈미트 회장은 ‘머신러닝’이 바꿀 미래에 관해 긴 시간을 들여 설명했다.

▲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
▲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

“머신러닝은 인간을 돕기 위한 기술”

“머신러닝 기술의 출현은 앞으로 5~10년 안에 많은 산업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인류 컴퓨터의 역사는 메인프레임에서 90년대 PC 시대를 넘어 오늘날 모바일기기로 진화했다. 포스트 모바일 시대인 가까운 미래는 머신러닝 컴퓨터의 무대가 될 것이라는 게 알파벳과 에릭 슈미트 회장의 견해다. 구글이 클라우드 사진 서비스 ‘구글포토'를 만들어 인간이 찍은 사진을 컴퓨터가 학습하도록 하는 것도,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해 인간의 운전 능력을 배우려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람이 하는 일을 컴퓨터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에릭 슈미트 회장의 관측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사람의 피부를 진단하는 의료행위, 동시통역, 번역, 심지어 키보드 타이핑과 같은 일이 대표적이다.

“인간은 쉽게 피로를 느끼고 정신이 나태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컴퓨터는 그럴 일이 없죠. 앞으로 컴퓨터는 인간보다 자동차를 더 잘 운전하게 될 것입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의사보다 정확하게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컴퓨터의 등장이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컴퓨터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이 큼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실제로 영국 <BBC>는 컴퓨터에 의해 일자리가 대체될 가능성을 가진 직업을 제시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BBC> 자료를 따르면, ‘텔레마케터’가 기술에 의해 사라질 확률은 99%다. 영국에서 텔레마케터 직종에 종사 중인 노동자는 4만3천명에 이른다. 텔레마케터를 포함해 컴퓨터에 의해 노동력이 재편될 가능성이 90%를 넘는 직종은 51개다. 이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숫자가 영국에서만 152만7천명 규모다. 컴퓨터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모든 이들에게 밝은 미래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에릭 슈미트 회장의 견해는 다르다. ‘인간을 닮은’ 컴퓨터의 등장이 인간성의 말살이나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궁극적으로 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돕기 위함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더 똑똑해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구글과 알파벳의 접근 방식입니다. 머신러닝 컴퓨터는 사람들이 더 똑똑해지도록 돕는 역할이죠. 너무 따분하고 지루한 업무를 컴퓨터가 대체하게 되면서 인간은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혁신적인 실험, 한국 정부가 도와야”

에릭 슈미트 회장은 이날 한국의 창업환경과 정부의 역할에 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규제는 줄이고, 도전은 장려해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rel]“한국은 기술 분야에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을 꾸릴 필요가 있습니다. 규제가 모두 옳을 수는 없어요. 많은 경우 규제는 진보의 발목이 됩니다. 인터넷 확산의 비결이 자유로운 규제였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구글이 실험 중인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이 좋은 사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 실험을 위해 새로운 법안을 만들고, 적절한 규제를 마련했다. 만약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자동차를 운전하는 시대가 오면, 캘리포니아의 앞선 경험은 고스란히 경험치가 될 것이다.

국내에서는 금융이나 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IT 기술과 접점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 기술을 대비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이나 규제에 관한 논의는 부족하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한국 정부의 젊은이들이 더 많은 실험을 하고, 아이디어를 넓게 펼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라며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기업의 다양성, 포용성을 기르는 것이 발전의 기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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