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이 구글의 운영체제(OS) ‘크롬OS’를 ‘안드로이드’와 통합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 현지시각으로 10월29일 처음으로 보도했다. 크롬 OS는 클라우드 웹 기반 OS다. 안드로이드는 모바일 중심의 OS다. 두 OS가 구글 내부에서 어떻게 통합되는냐에 따라 웹과 모바일 생태계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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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이 알파벳과 구글에서 이 사안과 관련 있는 다수의 제보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를 따르면, 구글은 이미 적어도 2년여 전 부터 OS 통합 준비를 해 왔다. 크롬 OS와 안드로이드를 포괄하는 단일한 OS는 2017년 공개될 예정이라는 게 제보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시험용 버전은 오는 2016년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 IT 전문 매체 <더버지>도 새 OS가 구글의 컨퍼런스 ‘구글IO 2016’에서 시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구글로부터 확인했다. 구글 내부의 OS 통합 작업은 이제 거의 완성단계라는 뜻이다.

크롬 OS와 안드로이드는 각각 구글에서 어떤 의미를 지녔을까. 크롬 OS는 미래 컴퓨팅 환경을 예견하고자 한 구글의 실험무대가 아니었을까. 사용자로하여금 클라우드와 디바이스를 매개하는 웹브라우저를 통해 원하는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디바이스보다는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에 집중한 플랫폼이다. 안드로이드는 크롬 OS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전적인 접근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소프트웨어(앱)를 다운로드해 해결하도록 유도한다. 크롬 OS보다 디바이스의 형태와 기능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는 플랫폼이다.

구글은 지금까지 2가지 접근 방식을 모두 활용해왔다. 안드로이드 파트너 업체는 모바일기기부터 셋톱박스나 태블릿 PC, 일부 모바일 기능에 특화된 노트북, 심지어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까지 안드로이드를 사용했다. 크롬 OS는 구글과 극히 일부 제조업체가 협력해 개발한 몇 가지 제품에 쓰였다. 웹과 클라우드보다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디바이스와 앱이 사용자의 마음을 더 잘 움켜 쥐었다는 것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크롬 OS와 안드로이드의 통합은 그동안 구글이 체득한 경험치에 기반한 결정인 셈이다.

[rel]OS 통합은 몇 가지 측면에서 구글의 미래 OS 확대 전략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단일한 플랫폼으로 지금보다 더 다양한 시장에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글은 크롬 OS를 이용해 노트북을 만들고 있다. ‘크롬북’과 고급형 크롬북 ‘크롬북 픽셀’ 등이 대표적이다. 안드로이드는 주로 모바일기기에 쓰인다. 전세계 스마트폰 10대 중 8대는 안드로이드로 동작한다. 이밖에 일부 스마트TV나 웨어러블 기기, 셋톱박스에 안드로이드가 쓰인다. 이처럼 다양한 제품이 구글의 단일한 플랫폼 생태계에 포섭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PC 사용자도 ‘구글플레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의미다.

제품을 만드는 구글의 파트너 제조업체도 효율적으로 제품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소형 임베디드 기기에서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 스마트TV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을 하나의 OS를 활용해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각기 다른 플랫폼을 모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응용프로그램(앱) 개발자에게도 좋은 일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을 종합하면, 두 OS의 통합은 안드로이드의 ‘흡수합병’에 가깝다. “크롬 OS를 죽이는 것은 아니다”라는 게 구글의 공식 입장인만큼, 두 OS의 장점이 적절히 융합된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 크롬이라는 이름은 웹브라우저의 이름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크롬 OS로 동작하는 크롬북은 다른 이름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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