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나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 기업일까? 이 질문에 명쾌하고 간결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수십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면서 전세계 스타트업 생태계를 호령해온 이들 기업들은 스스로를 ‘공유경제'라 칭하며 대안적 경제모델로 조명받길 기대한다. '공유'라는 호혜적이고 협력적인 이미지를 브랜드 전략에 활용함으로써 보다 친근하게 사용자들에게 스며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Infographic: Uber Becomes the World's Most Valuable Startup | Statista

You will find more statistics at Statista

시민 친화적 브랜드 전략 등에 힘입어 이들 기업들은 전세계를 상대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으로는 탈세를 묵인하고 일자리를 빼앗는 양면적인 행태도 자행되고 있다. 대다수의 노동자를 임시직으로 전락시켜 고용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마저 이들 사업자를 ‘임시직 경제’라고 비판했다. 중산층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을 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유경제는 이처럼 안팎에서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의미의 모호함이 커져가면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신세로 전락할 처지다. 상품 대여를 공유로 포장하고 공유경제라는 그럴듯한 딱지를 붙여 홍보하는 것도 유행이다. 위태로운 운명을 걷고 있는 공유경제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작업이 중요해진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공유경제라는 용어의 탄생

thesareeconomy
▲ thesareeconomy
공유경제라는 용어의 탄생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5년을 즈음해 미국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었다. 실업률은 7%를 넘어섰고 해고자들이 속출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40대 소장 학자이던 하버드대 마틴 와이츠먼 교수는 1984년 ‘공유경제 : 불황을 정복하다’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1985년 ‘공유경제’라는 책을 펴내 화제를 불러모았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케인즈 이후 최고의 아이디어”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와이츠먼 교수는 공유경제를 ‘The Share Economy’라고 표기했다. 공유라는 행위에 더 방점을 두는 'Sharing Economy'와는 뉘앙스에 차이가 있었다. 단지 뉘앙스만의 차이에 그치진 않는다. 와이츠먼 교수의 공유경제는 ‘수익 공유'의 의미로 사용했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높아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의 수익 공유 시스템을 제안한 것이다. 기업 수익 규모에 따라 노동자들의 급여가 달라지는 탄력적인 임금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 골자다. 엄밀하게 말하면, 디지털 시대에 거론되는 공유경제와는 개념상 차이를 보인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가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2002년께다. 에잔 맥카이 몬트리얼대 명예교수의 2002년 논문 ‘지적재산과 인터넷: 공유의 공유’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GNU/리눅스의 등장과 요하이 벤클러 교수의 2000년 초기 논문이 그에게 영감을 줬다. 그는 당시 논문에서 공유경제의 위력을 이렇게 묘사했다.

“GNU/리눅스는 OS 시장에서 급속하게 일반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공유경제(The Share Economy)가 작동하고 있고 심지어 윈도 개발자보다 더 창의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반공유지 아이디어를 지닌 학자들도 이러한 현상을 고려하고 있다.”(맥카이. 2002, 134쪽)

에잔 맥카이 교수는 공유경제가 무엇인가에 대해선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Share Economy'와 'Sharing Economy'를 혼재해서 쓰기도 했다. 최근 논의되는 공유경제에 가장 가까운 사례를 제시하긴 했지만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 다만 “교환경제와 공유경제는 품질이나 창의성, 비용과 관련해서 다른 특성을 갖고 있고 서로 다른 기능을 서로 다른 공중에게 제공하는 것 같다”고만 표현했다.

공유경제를 가장 구체적으로 정의한 이는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다. 그는 ‘상업 경제’(Commercial Economy)를 대척점에 세워두고 문화에 대한 접근이 가격에 의해 규정되지 않고 사회적 관계의 복잡한 조합에 의해 규정되는 경제 양식을 의미한다고 공유경제를 정의했다. 특히 위키피디아 사례를 근거로 들며 “금전적 보상에 따른 목적이 아니라 콘텐츠 그 자체에 대한 기여로 작동한다"고 적었다(레식, 2008, 145쪽).

그가 규정한 공유경제의 핵심 요소엔 비금전적 요인이 들어 있다. 공유경제가 작동하는 데 있어 비금전적 동인은 이후 공유경제를 재정의하는 데 중요한 기초를 제공한다. 레식 교수는 공유경제에 참여하게 되는 동인은 ‘나 혹은 너'의 유익이라고 강조하는데, 이것이 공유경제와 상업경제를 구분하는 기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비시장적 공유경제 vs 시장적 온디맨드 경제

▲  홍대입구역 주변에만 6곳의 숙박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국내 한 에어비앤비 호스트.
▲ 홍대입구역 주변에만 6곳의 숙박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국내 한 에어비앤비 호스트.

로렌스 레식 교수 정의에 따르게 되면, 현재의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의 테두리에 욱여넣기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창업 초기 공유경제의 특성을 내재하고 있었다. 이 서비스가 탄생한 배경을 들여다보면, 집이나 차량 등 소유한 재산을 공유함으로써 자원의 남용을 방지하고 사회적 관계를 나누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모습은 수익 극대화가 동력이 되는 O2O 서비스로 변화됐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동인이 주된 참여 동기가 됐고 소유한 재산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재산을 재임대하는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다. 필자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우버 운전기사는 “차량을 대여해 우버 기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번 돈으로 차량 렌트비를 내야 한다”고 털어놨다. 본인 주변에 많은 우버 기사들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도 다르지 않다. 최근 국내 일부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은 오피스텔을 대량으로 임대해 빈방으로 제공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부동산을 임의로 빌려 참여하는 사례들이다. 이들은 정식 숙박업소 등록을 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세금을 탈루함으로써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이 이들의 참여 목적이다. 불법 부동산 임대업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홍대입구역 주변의 경우 많게는 6곳, 적게는 2~3곳의 오피스텔을 1명의 슈퍼호스트가 운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들은 대부분은 오피스텔을 임대해 에어비앤비 숙소로 등록해 수익을 올린다. 자신의 빈방을 나눈다는 취지는 사라지고 소득을 올리고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 공간을 구매하거나 대여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참여자들을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용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어비앤비나 우버는 현지 법을 지킬 것을 공지는 하지만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수요자와 공급자를 매개해줄 뿐 특별한 제스처를 취하지는 않고 있다. 세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적법하게 낼 만큼 내고 있다”고 항변한다. 개별 호스트나 운전기사들에 대한 과세 여부는 나몰라라 하는 형국이다.

비금전적 동인으로 참여하지도 사회적 관계를 교환하지도 않는 O2O 사업자와 그 참여자들에게 공유경제는 화려하게 치장된 포장지다. 구제도의 낙후함을 비판하고 혁신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세련된 마케팅과 비즈니스 전략으로 무장한 또하나의 IT 대기업일 뿐이다.

▲  우버 운행이 활성화돼있는 미국 캘리포이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내.
▲ 우버 운행이 활성화돼있는 미국 캘리포이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내.

공유경제는 본질적으로 탈자본주의적 성격이 짙다. 전통적인 ‘공유재’(commons) 모델을 디지털 자산에 확대 적용함으로써 도출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공유재 모델은 자본주의라는 경제형태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공동체의 자원관리를 책임지던 규율이었다. 인클로저에 의해 공유재의 전통이 붕괴되고 자본주의적 관리 방식으로 대체되면서 공동체에 의한 공유재 문화는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디지털은 전통적인 공유재의 전통을 다시 불러냈다. 그 실험은 성공으로 이어졌고 실제 시장 중심의 문법을 바꿔가고 있다. 리눅스의 성공이, 위키피디아의 위상이 이를 증명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참여와 만족감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문화가 다시 움틀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기존의 시장적 논리가 만들어놓은 상품에 비해 더 우수하고 경쟁력이 높다는 사실은 탈자본주의 모델의 힌트를 제공한다.

우버·에어비앤비를 공유경제로 보기 어려운 까닭

▲  공유경제 분류 기준표.
▲ 공유경제 분류 기준표.

무엇보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를 공유경제로 분류하기 어려운 이유는 공유경제의 취지나 정의와 이젠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공유경제의 초기 정의를 정초했던 요하이 벤클러 교수는 ‘네트워크의 부’ 국내 번역판 서문에서 공유경제와 온디맨드 경제의 차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온디맨드 경제를 구축하는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들도 동료생산과 똑같은 거래비용 효과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온디맨드 경제의 핵심 추동력은 사회적 동기가 아니라 가격 신호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벤클러, 2006/2015, 9~10쪽)

벤클러 교수의 구분법과 로렌스 레식 교수의 공유경제 정의 등을 종합해 분류표를 만들어보면 아래와 같다. 사회적 평판과 협력, 만족이라는 비금전적 요인을 얻기 위해 개인들이 참여하고 비가격 요인에 의해 추가 협력생산이 이뤄지는 리눅스나 위키피디아와 달리, 온디맨드 경제는 참여나 조직적 관리가 중앙집중적이며 가격 신호나 수익 창출의 시장적 요인이 핵심을 구성한다. 혁신적 시장 접근법이긴 하지만 동료생산과 협력, 사회적 관계의 교환이라는 공유경제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요하이 벤클러 교수는 지난 10월15일 서울에서 개최된 ‘CC 글로벌 서밋 2015‘ 기자간담회에서도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1세대 공유기업”이긴 하지만 “공유경제의 근본은 경제적 교환이 아니라 사회적 교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때문에 “우버 같은 시스템은 소비자들이나 기업에겐 혜택이 되지만 노동자들의 지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네트워크의 부’ 국내 번역본 서문에서도 온디맨드 경제의 해악적 효과에 대해 “인터넷의 핵심적인 특성들을 뒤엎는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인터넷을 권력 재집중을 위한 더 효과적인 플랫폼으로 변모시키고 말았다”고 우려했다.

공유경제 기업을 위한 조건, '사회적 동기'

▲  미국 샌프란시스코 위키미디어재단 사무실.(사진 : 위키피디아 위키미디어재단 CC BY-SA 3.0)
▲ 미국 샌프란시스코 위키미디어재단 사무실.(사진 : 위키피디아 위키미디어재단 CC BY-SA 3.0)

요컨대, 공유경제 기업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자발적 개인들이 비금전적 동기에 따라 자유롭게 참여하고 기여하는 모습이어야 한다. 플랫폼은 기존 자유시장의 논리처럼 가격적 신호를 매개로 자원을 조직하고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의 사회적 동기가 유발될 수 있는 다양한 시그널을 발송함으로써 참여를 이뤄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공유경제는 시장의 한계를 극복해온 비시장 모델을 염두에 두고 정의된 개념이다.

아울러 호주 노동당의 공유경제 활성화 6가지 조건에 포함돼 있듯, 참여자가 소유한 재산을 공유의 대상으로 제공해야 하고 소득이 발생하면 반드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공유경제 기업은 리눅스와 위키피디아가 증명해온 것처럼 기존 시장 중심 기업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때에만 지속가능하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rel]현재의 온디맨드 경제 기업들을 굳이 공유경제 기업으로 유인할 필요는 없다. 온디맨드 기업 또한 기술적 혁신을 수행하는 선도적인 기업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제도적 특혜를 받을 이유도 없다. 세금을 탈루하는 행위에 대해선 엄격하게 제재를 가해야 하고 정상적인 노동 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의무를 지우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용자의 안전을 보증하는 책임도 기존 사업자들처럼 이들 기업들이 부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수익과 통제 논리는 집중화하면서 위험은 참여자들에게 분산시키는 행위는 사회 윤리에도 어긋난다.

혁신을 위해 사회 규범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혁신에 의해 사회 제도가 변화하는 것이다. 혁신은 한 사회가 합의에 의해 붙여주는 명예로운 훈장이다. 진보된 기술은 혁신의 필요충분 조건이 아니다. 덜 진보되더라도 뿌리깊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기술 수용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경험을 변화시키면 비로소 혁신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진보된 기술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인터넷의 분산적 본질을 외면하는 온디맨드 기업에 공유경제라는 포장지를 덧입힌다고 공유경제 기업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럴 경우 공유경제가 지닌 시장 논리에 대한 대안적이고 혁신적인 성격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참고문헌


  • 이성규.(2013). 소셜웹과 공유:개인 주도 비영리 SNS를 중심으로. 문화연구 2권 1호.

  • Benkler, Yochai.(2006). Wealth of Network. Yale University Press. 최은창 옮김.(2015). 네트워크의 부. 커뮤니케이션북스.

  • Lessig, Lawrence.(2008). Remix. Bloomsbury Academic.

  • Mackaay, Ejan.(2002). Intellectual Property and the Internet: The Share of Sharing. The Commodification of Information. P. 133-146.

  • Wietzman, Martin.(1984). The Share Economy: Conquering Stagflation. Harvard University Press.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