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이 최근 개인정보 수집 약관을 개정하며, ‘정치적 신념’ 등을 개인정보 수집 항목에 포함해 논란이 예상된다. SK플래닛은 지난 6월 개인정보 취급방침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T스토어’ 응용프로그램(앱)을 업데이트했다. SK플래닛이 관련 앱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수집 ‘선택 동의사항’으로 이 같은 항목이 신설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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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신념 개인정보로 수집하겠습니다”

SK텔레콤 이용자 A씨는 8일 저녁 ‘T스토어’ 앱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찜찜한 기분을 떨치지 못했다. T스토어 앱이 A씨의 정치적 신념과 노동조합 가입 여부, 신념 등을 개인정보로 취급해 수집할 수 있다고 공지한 탓이다. A씨는 우선 앱 업데이트를 멈췄다. 스마트폰용 앱을 쓰려는 것일 뿐인데, 정치적 신념이나 사상을 수집하겠다는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이전 약관의 개인정보 동의 항목 중에서 집 주소나 IP 주소 등을 수집한다는 것도 불만이 많았다”라며 “하지만 이번에는 사용자의 정치적 견해까지 수집한다고 하니 더욱 납득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T스토어 앱이 업데이트된 이후 추가된 선택적 개인정보 수집 항목은 다음과 같다.

T store 필수 프로그램 설치 정보, 이용자가 T Store를 통해 단말기에 설치한 어플리케이션 및 타 앱스토어를 통해 단말기에 설치한 어플리케이션 관련 정보 (앱 패키지 명, 버전, 설치경로, 이용횟수, 이용시간), 이용환경(단말기 모델명, OS, 통신사)정보, 기기관리번호 (T store에서 부여한 번호)

위 정보 중, 이용자가 이용한 어플리케이션에 따라 (ⅰ)사상, 신념, (ⅱ)노동조합, 정당의 가입, 탈퇴, (ⅲ) 정치적 견해, (ⅳ)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ⅴ) 유전정보, 형의 실효에 관한 법률 상 범죄경력자료에 해당하는 정보가 포함될 수 있음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치적 사상을 개인정보로 수집하는 것에 T스토어의 이용약관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서비스의 안정적 제공 및 개선을 위한 앱 이용 통계 분석, 회사의 상품/서비스에 대한 이용실적 정보와 분고객의 관심에 부합하는 서비스와 이벤트 기획 및 개인별 최적화된 서비스 제공.

▲  T스토어 업데이트 화면과 개인정보취급방침
▲ T스토어 업데이트 화면과 개인정보취급방침

최소수집 원칙은 어디에?

우선, 이 같은 정보를 선택적 동의 절차를 거쳐 수집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일까. ‘개인정보보호법 23조 민감정보의 처리제한’ 항목을 보면, 민감정보는 수집하거나 처리해서는 안 된다. 민감정보는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를 말한다. 하지만 두 가지 예외사항인 경우 수집해 처리할 수 있다. 하나는 정보 주체로부터 동의를 받은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법령이 허용한 경우이다. SK플래닛의 이번 개인정보 이용약관 개정의 경우 정보주체로부터 동의를 받은 것이니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개인정보 신고센터 상담사는 “이러한 정보는 개인의 민감정보로 볼 수 있는데, 개인정보보호법 23조에 따라 동의를 받거나, 혹은 법령이 허용하는 경우 수집해 처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rel]문제는 이용약관이나 개인정보취급방침 등과 같은 문서는 사용자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앱이 업데이트될 때 새로 추가된 이용약관이라 하여 꼼꼼히 보는 이들은 없다. 필수, 선택 구분 없이 모두 ‘v’ 체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두 동의’ 버튼과 같은 ‘지름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적잖다. 사실상 사용자들은 이 같은 정보를 수집하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통 사용자들은 한꺼번에 ‘허락'을 한다”라며 “약관 ‘전문보기’를 하지 않는 이들이 전체 동의를 해버리면 모두 동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이 명시하는 최소 수집 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이번 개인정보수집 약관 개정안을 따르면, 개인의 정치적 사상과 신념, 노동조합 가입 여부를 수집하는 까닭으로 ‘서비스의 안정적 제공’을 들었다.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이동통신업체의 노력과 사용자의 정치적 신념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3조의 ‘개인정보 보호 원칙’ 항목을 보면, 첫 번째 원칙을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제3조

개인정보 보호 원칙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을 명확하게 하여야 하고 그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적법하고 정당하게 수집하여야 한다.


박경신 교수는 “정보의 수집 목적과 수집되는 정보의 종류가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라며 “서비스의 안정적인 제공을 위해 정치사상을 요구하는 것은 최소한의 정보 수집 원칙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을뿐더러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T스토어의 변경된 개인정보처리방침과 관련해 SK플래닛 관계자는 “T스토어는 사용자별로 개인화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기능이 있는데, 해당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사용자의 앱 이용 실적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보가 포함될 수 있음을 고지하는 것일 뿐”이라며 “실제 그 정보(정치적 견해 등)를 수집해 분석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이어서 “해당 개인정보처리방침은 선택 동의사항이라 동의하지 않은 이용자도 T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새소식]

1.

SK플래닛을 통해 사실관계 정정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SK플래닛은 T스토어 앱이 사용자의 ‘정치적 견해’를 직접적으로 수집하는 것은 아니라는 답변을 전했습니다. 아래는 SK플래닛 관계자의 말입니다.

“우리가 수집하는 것은 앱 패키지 이름이나 버전, 설치 경로, 이용 횟수, 이용 시간, 이용 환경 등이고, 사용자의 정치적 사상이나 신념 등을 수집하지는 않습니다. 버전, 설치 경로, 이용 횟수, 환경 등을 고려해 정치적 성향이나 신념 등을 추측할 가능성이 있음을 고지한 것입니다.”

2.

<블로터> 확인 결과 SK텔레콤의 ‘모바일 T월드’ 앱 약관에는 ‘정치적 견해’ 등에 관한 내용이 없었습니다. 모바일 T월드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T스토어의 개인정보처리방침과 혼동한 탓입니다. 다음은 SK텔레콤 모바일 T월드 이용약관에 명기된 부분입니다.

“T월드는 이용자의 기본적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는 민감한 개인정보(인종, 및 민족, 사상 및 신조, 출신지 및 본적지, 정치적 성향 및 범죄기록, 건강상태 및 성생활 등)는 수집하지 않습니다.” SK텔레콤 개인정보 취급방침에 사실과 다른 점이 있어 기존 제목도 일부 수정했습니다.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2015년 11월9일 19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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