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토안보국(Homeland Security)가 미국 입국 비자 심사 수단으로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게시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이 현지시각으로 12월14일 보도했다. 소셜미디어 데이터가 개인의 신원을 증명하는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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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토안보국이 비자 심사 과정을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로 완전히 대체하게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어떤 데이터를 활용할 것인지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 데이터를 비자 심사의 추가적 요소로 활용할 가능성에 관해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 미국의 비자 심사는 법률적인 데이터가 주류를 이뤘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소셜미디어를 통한 개인의 신원 증명이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기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국토안보국의 이번 계획은 지난 12월2일 미국 샌버나디노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과도 연관이 깊다. 총 14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사건은 범인 중 한 명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슬람의 극렬주의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이 사건을 공식적으로 테러 사건으로 취급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범인은 미국에 정상적인 절차로 비자를 받아 입국했다. 미국 정부는 이 범인의 향후 범죄 실행 가능성에 대한 그 어떤 주의도 기울이지 못했다. 이 사건으로 미국 사회에서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비자 입국 절차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사건 직후 가진 대국민담화에서 “법 집행가들은 테러리스트가 정의로부터 도망치는 데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를 증명하는 새로운 수단 ‘소셜미디어’

소셜미디어가 개인의 신분을 증명하는 데 활용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금융 기술을 뜻하는 핀테크(Fin-Tech) 업계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해 손실률을 줄이는 것이 목적인 금융 기술에서 소셜미디어 데이터가 주요한 정보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 P2P 대출업체 어니스트펀드는 성균관대학교 연구소와 함께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통해 개인 신용도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다른 국내 P2P 대출업체 렌딧에서는 이미 상용 서비스 개발을 위한 소셜미디어 신용도 평가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셜미디어를 대출 신용도평가에 반영하는 핀테크 업체가 많이 등장했다.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를 서비스 중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신용도 평가는 분명히 효용성을 가진다”라며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단독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기존 신용도 평가 시스템에 추가적인 정보로 활용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소셜미디어에는 개인의 관심사와 주변 친구를 통한 신원 보증이 가능하다는 점. 다른 하나는 위조 및 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덕분이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 데이터에는 개인의 교육 수준과 경제력 수준이 노출된다. 졸업한 학교 정보를 확인하지 않아도 관심을 표시한 일이나 친구 관계, 게시물 내용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소셜미디어는 위조가 어렵다. 긴 시간 동안 개인이 쌓아 놓은 게시물이 고스란히 정보가 되므로, 사실상 긴 시간을 투입해 위조된 개인을 소셜미디어 세상에 창조하는 것이 어려운 탓이다.

이승건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비자 심사에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지금 수준에서도 충분히 합리적인 기술”이라며 “앞으로 머신러닝 기술이나 소셜미디어에 관한 데이터 연구가 늘어날수록, 소셜미디어에서 뽑아낼 수 있는 개인 정보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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