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 ‘아이폰4s’를 사용하는 이들이 애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애플의 최신 모바일 기기용 운영체제(OS) ‘iOS9’가 구형 스마트폰의 성능을 현저하게 저하시켰다는 이유에서다. 현지시각으로 12월29일 <애플인사이더> 등 해외 매체를 통해 소장도 공개됐다. 소송 규모는 500만달러, 우리돈 약 58억원 정도다.

ios9_b2
▲ ios9_b2

집단소송에는 100여명이 넘는 구형 아이폰 사용자가 참여했다. 소장을 통해 드러난 이들의 주된 불만은 iOS9 업데이트 이후 발생한 아이폰의 현격한 성능저하다. 애플이 만든 앱은 물론이고, 서드파티 개발업체가 만든 응용프로그램(앱)의 전반적인 실행 속도가 느려졌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또, 평범한 터치조작조차 평소 사용이 어려울 정도로 느려졌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집단소송에 참여한 이들은 애플이 iOS9 업데이트에 따른 구형 아이폰의 성능 저하를 사용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은 iOS 새 버전을 내놓을 때마다 홈페이지나 TV 광고를 포함한 다양한 마케팅 창구를 활용해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같은 광고는 구형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얘기다.

[rel]iOS9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크게 떨어뜨리리라는 것을 애플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이번 집단 소송에 참여한 이들의 생각이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이 떨어지면, 사용자들이 새 아이폰을 구입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애플이 불필요한 지출을 강요하고 있다는 뜻이다.

애플은 지난 9월 iOS9 정식 버전 배포를 시작했다. 지능형 음성인식 기능 ‘시리’의 활용성을 높였고, 검색 기능을 강화했다. 아이패드 등 일부 제품에서는 화면을 나눠 쓸 수 있도록 멀티태스킹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iOS9 판올림을 꺼리는 사용자들도 많다. 일부 구형 제품의 성능이 저하되거나 잦은 오류로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애플이 매년 새로운 버전의 iOS를 출시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풍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애플은 이번 집단소송과 비슷한 상황을 지난 2011년에도 겪은 바 있다. ‘아이폰3G’가 iOS4 때문에 먹통이 되는 등 불편을 겪었다는 소송이 캘리포니아의 사용자로부터 제기된 것이다. 당시 판사는 소송을 기각했다. iOS4는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고, 애플이 고의성의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당시 판사의 판단이었다. 이번 집단 소송은 뉴욕지방법원을 통해 제기됐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