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 금융서비스와 만났다.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으로 시작해 삼성페이 같은 각종 결제서비스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고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금융업계만 대출, 송금, 결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는 건 이제 옛말이다. P2P 크라우드 대출, 모바일 결제, 인터넷 은행 등 IT 기술과 금융 서비스가 결합한 다양한 ‘IT+금융’ 서비스가 등장했다. 2016년, 올 한해 어떤 기업이 새로운 IT 금융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마포 8세대 신축빌라, 수원 10세대 신축빌라, 아산 16세대 신축빌라.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보이는 다양한 빌라와 신축상가 투자 정보. 부동산 사이트가 아니라 부동산 P2P 대출을 하는 테라펀딩 얘기다.

“8년 정도 부동산 경매 투자를 했습니다. 부동산으로 밥을 먹고 살다가, IT와 결합해 뭔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없을까 고민했지요. 그 결과물이 테라펀딩입니다."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는 부산에서 부동산 전문가로 일했다. HSBC에서 담보대출 영업을 하면서 부동산 여신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부동산 담보대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했다. 퇴사 후 부동산 경매 투자에 뛰어들면서 건물과 토지를 둘러싼 다양한 소송을 접했다. 경매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물건을 고를 수 있는지 눈을 길렀다.

▲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
▲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

그리고 이런 자신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IT 사업으로 뭐가 있을지를 고민했다. 때맞춰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크라우드펀딩과 P2P 대출이 뜨고 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양 대표는 2014년 3월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국내 처음으로 부동산 크라우드펀딩 모델을 만들었다. 미국, 영국, 싱가폴 크라우드펀딩 업체를 모아 분석했다.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은 돈을 빌려간 사람과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부동산은 시중 은행에서 대출이 굉장히 잘 이뤄집니다. 굳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더군요. 그럼 우리 시장은 어딜까 고민했습니다. 수익형 부동산이나 부동산 투자자, 부동산 개발업자를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terafunding
▲ terafunding

테라펀딩 사업 초창기, 양태영 대표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면서 자금을 빌려줄 수 있는 상품을 구성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였다. 빌딩에 투자해서 빌딩 수익률을 나눠주는 형태, 부동산 경매 투자자에게 자금을 빌려준 뒤 경매 물건에서 수익이 생기면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모델 등 다양한 방식을 고민했다.

하지만 이런 상품으로는 적절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양태영 대표 계산에 따르면 강남 빌딩 수익률은 약 5%, 경매 수익률은 약 10% 정도다. 수익률이 20%는 나와야 돈을 빌리는 사람과 돈을 빌려주는 사람 사이에 들어가 적절한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의외의 곳에 기회가 있더군요. 대출자 마케팅을 하다보니 부동산 건축, 개발을 하는 분 요청이 많은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과거 이분들은 저축은행에서 자금을 조달받았는데, 2008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문제가 터지면서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굉장히 어려워지자, 사금융을 찾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PF 대출 부실로 문을 닫는 저축은행이 늘면서, 금융감독원은 자기자본비율이 20%인 사업자에게만 대출을 해주라는 지침을 내렸다. 예를 들어 땅 20억원에 건물을 20억원, 기타 부대비용이 10억원 들어가는 부동산 사업이라면 여기서 돈을 빌리는 사업자는 최소한 10억원은 가지고 있어야 대출 받을 수 있다. 8~9억원만 있으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rel]“조금 돈이 부족한 사람이 찾는 시장이 연리 40%에 이르는 대부업이더군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차피 건물을 다 짓고 나면, 그 건물을 담보로 돈을 빌려서 대부업 대출을 갚으면 되니까요. 몇개월 돈이 부족한 거였습니다. 저축은행 금리 8%, 대부업 금리 40% 사이를 노리는 8~15% 상품을 만들면 괜찮겠다는 생각했지요."

테라펀딩은 다른 P2P 대출 기업과 달리 주로 부동산, 그 중 토지 담보를 잡은 부동산만을 대상으로 소액 P2P 대출을 해준다. 2016년 1월15일 기준 직장인 1758명이 총 78억원을 투자해 지금까지 3억400만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 평균 수익률 연 12.97%, 누적 투자액 78억5천만원, 누적 상환액은 29억5천만원으로 업계 1위를 달리면서 부도율은 아직까지 0%다.

“이런 사업에서 중요한 건 안정성과 신뢰입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믿고 돈을 맡길 수 있게 토지를 담보로 잡은 경우에만 대출을 진행합니다. 동시에 대출을 진행하면서 토지 소유권은 신탁사업으로 명의를 이관시켜, 대출자에게 다른 채무가 있더라도 압류가 이뤄지지 않게 합니다. 한 달에 한번씩 실제 공사 현장을 방문해서 대출 자금 요청이 들어온대로 돈이 집행되는지를 확인합니다."

양태영 대표는 안전한 상품 모델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P2P 대출은 신뢰를 잃으면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자금을 신탁회사를 통해 처리한다. 대출금과 투자금 모두 신탁을 통해 이뤄진다. 돈을 빌려간 사람 개인 통장으로 돈을 입금하지 않는다. 그리고 공사기간이 4개월에서 1년 정도 짧은 소형건물 위주로 상품을 개발한다. 테라펀딩 웹사이트에서 빌라 건물이 유독 눈에 많이 띄는 이유다.

“그 외에도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하는 부동산 실거래가 데이터를 많이 활용합니다. 지난해 부동산 공공데이터가 많이 나왔는데,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토지와 건물을 감정하고 예상 수익을 정합니다. 이 수익을 바탕으로 상환여부를 평가합니다. 앞으로 이 모형을 좀 더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테라펀딩’과의 일문일답

Q. 테라펀딩이 생각하는 ‘P2P 대출’ 이란?

핀테크 분야가 크게 송금, 자산관리, 크라우드펀딩으로 나눠지고. 그 크라우드펀딩 안에서 대출형, 지분증권형, 기부 형으로 나뉜다. 테라펀딩은 그 안에서 대출은 주로 하는 부동산 P2P 대출이다. P2P 대출을 하려면 대부업 등록을 해야 한다.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을 업계에서 흔히 P2P 대출이라고 부른다.

Q. 테라펀딩 대출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반드시 토지를 확보해 대출을 진행한다. 기존에 토지 담보 대출을 받은 사람은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공사비+토지 담보로 해서 대출을 한다. 그 다음 토지 소유권을 신탁사업 명의로 이관한다. 그 다음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은 투자금을 신탁사 계정에 넣어둔다.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에 맞춰 자금을 준다.

예를 들어 공사가 10% 진행이 되면, 우리에게 자금 인출 요청이 들어온다. ‘공사를 이만큼 진행했으니, 공사비를 줘야 한다. 돈을 달라.’ 이 때 저희가 실사를 나간다. 그래서 가급적 대출은 차로 2시간 이내 움직일 수 있는 곳을 고르는 편이다.

실사를 나가서 대출 자금 요청이 들어온대로 돈이 쓰이는 게 확인되면, 신탁사를 통해 공사 현장을 담당하는 업체에게 돈을 입금한다. 건축주가 돈을 유용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다. 대출이 이뤄진 비율은 5%로 까다롭게 심사하고 있다.

Q. 투자자 모집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P2P 대출은 크라우드펀딩법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업이기 때문에 투자금액 한도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선 법제화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긴 하지만, 테라펀딩에서는 최소 100만원부터 투자할 수 있다. 최대 한도는 없다. 투자금을 모집하면 안전결제 에스크로 계좌를 통해 투자금이 인출되고, 매월 수익금이 계좌로 입금되는 형태다.

초창기엔 제 개인 인맥을 많이 활용했는데, 최근엔 많은 분들이 알아서 연락을 준다.

Q. 채무자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엔 어떻게 되는지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부분이다. 채무자가 고의로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외에 사고가 나서 갚지 못하거나, 공사 현장이 부도나서 기한 내 갚을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우린 항상 토지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 토지를 담보로 빌려줄 때 권리 관계도 확인한다.

우리도 부도가 날 뻔한 사건이 있었다. 경매 물건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을 하면서 토지를 담보로 잡고 대출을 진행했다. 대출자는 금융기관에서 PF 대출을 받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빌린 금액을 갚으려 했지만, 자기자본 비율이 적어 대출을 못 받았다. 상환이 어려운 상황이더라. 결국 경매로 넘겼다. 채무자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더라도 경매를 통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

Q. 주로 어떤 고객이 테라펀딩을 많이 이용하는 편인가

은행에서 대출이 이뤄지지 않아 사채를 써야 하는 건축주가 주로 많이 대출을 요청하는 편이다. 투자자는 주로 3~40대가 많다. 퇴직금을 받아 투자하는 분들도 있다.

Q. 앞으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고 싶은가?

기존 신용대출 업체와 우린 다르는 걸 보여주고 싶다. 투자자에게 집중하기보다 대출자에게 좀 더 집중해서 상품을 개발하고 운영하려고 한다. 부동산 분야 대출자는 저금리 아니면 고금리 둘 중 하나를 이용해야 한다. 여기에서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P2P 대출 시장을 열어보려고 한다.

물론 투자자도 신경쓴다. 부동산 데이터도 활용하고, 담보 검증도 하는 등 테라펀딩에서 만든 부동산 투자 상품을 신뢰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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