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자동차수리, 미용실, 네일숍, 주차장, 대리운전…. 카카오의 O2O 확장 속도가 숨가쁘다. 때론 직접 서비스를 개발하고 때론 인수하면서 O2O 사업 범위를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속도가 너무 빨라 현기증이 날 정도다. 일부 사용자들은 포털 댓글 등에서 “다 독식하려는 거냐”며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카카오는 다음을 사실상 합병할 당시, 일성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람과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연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의 O2O 사업은 이 거대한 청사진을 한발짝 한발짝 실현해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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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O2O는 카카오택시의 성공적 안착을 주도했던 정주환 최고사업책임자(CBO)가 총괄하고 있다. SK플래닛을 거쳐, 넥스알 사업총괄책임자, 소셜데이팅 서비스 써니로프트 대표 등을 거친 그는 카카오택시를 성공시키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이사급 팀장에서 부사장급 CBO로 승진하면서 카카오 내외부에서 주목받는 인재가 됐다. 올해엔 MWC라는 글로벌 무대에도 데뷔했다.

카카오 O2O 사업의 5가지 특징

현재까지 카카오는 약 10가지 안팎의 오프라인 사업을 온라인과 연결해왔다. 앞으로 그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정주환 부사장은 대략 30여가지 오프라인 사업을 지난해부터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사업을 먼저 온라인으로 연결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발언을 내놓지는 않았다. 시장의 특색이 다르고 규제의 범위도 제각각어서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가 O2O 시장을 진입하는 그간의 행보를 보면 앞으로 어떤 오프라인 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게 어렴풋이 유추해볼 수 있다. 과거의 흔적에서 내일의 선택을 짐작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카카오가 O2O로 진입한 사례를 보면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1. 공급과잉 시장

▲  출처 : 김기원·이홍직·한채수.(2015.6.3.). 서비스산업 업종별 수요·공급 현황과 시사점.
▲ 출처 : 김기원·이홍직·한채수.(2015.6.3.). 서비스산업 업종별 수요·공급 현황과 시사점.

당연한 말이지만 공급과잉은 O2O 비즈니스의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수수료라는 수익모델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이 아니면 굳이 카카오 쪽에 수수료를 지불해가면서까지 공급자가 입점에 나설 이유가 없다. 공급과잉으로 수요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야만 카카오의 수수료 납부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진다. 택시, 대리운전 시장을 비롯해 뷰티, 학원 시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택시는 2000년대 초부터 공급과잉에 시달려왔다. 감차를 통한 해소 방안이 연구된 지 오래지만 정부가 쉽사리 단행하지 못했다. 택시 사업이 지닌 특수성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음식·숙박, 교육, 운수·보관, 문화 기타 업종을 공급과잉 시장으로 분류했다(김기원 등. 2015.6.3.). 숙박과 음식의 예에서 보듯, 공급과잉 시장엔 어김 없이 O2O 스타트업이 들어차 있다.

공급과잉 시장은 카카오와 같은 O2O 중개 플랫폼에 유리한 사업 환경을 제공한다. 출혈 경쟁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O2O 서비스에 의존하게 된다. 10%에 달하는 수수료를 물고서라도 일단 매출 확대에 열을 올리게 된다. 자연스럽게 중개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 우위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대신 또다른 조건도 고려해야 한다. 공급과잉 시장이지만 개별 사업자의 규모가 크면 곤란하다. 규모가 큰 개별 사업자가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면 굳이 카카오 O2O 서비스에 기댈 필요가 없다. 커피숍 시장이 대표적이다. 커피숍 시장은 공급과잉 시장임은 분명하지만 개별 사업자(스타벅스, 커피빈, 카페베네 등)의 규모가 커서 외부 중개자의 진입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카카오가 인수하지 않는 한 손대기 쉽지 않은 분야다(김종대·김나경, 2015.4.).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소규모 사업자들은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지 않아서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여 독자적으로 O2O 플랫폼을 구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2. 제품이 아닌 노동력 상품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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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kaoHairshop

카카오가 그간 주력해온 O2O 시장은 대부분이 노동력이 곧 상품인 시장이다. 다시 말해 노동의 숙련도와 서비스의 품질을 좌우하는 인력 서비스 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헤어숍이나 네일숍, 택시나 대리운전, 최근 케이큐브홀딩스가 인수한 학원 등도 사람의 노동력이 곧 상품인 서비스 직종이다.

노동력이 곧 상품인 시장은 일반 제품과 달리 최종 서비스의 품질이 균질하지 않다. 해당 서비스 공급자의 숙련도에 따라서 서비스의 품질이 달라진다. 이는 자연스럽게 플랫폼의 평가 시스템이 개입할 여지를 만들어낸다. 같은 택시 운전기사나 헤어디자이너라도 숙련도와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서비스의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플랫폼의 평가 알고리즘이 유익할 수밖에 없다. IT 기업의 정교한 알고리즘 개발 노하우가 관여하기 좋은 조건인 셈이다.

O2O 플랫폼의 평가 알고리즘은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뿐 아니라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결과도 낳는다. 알고리즘 자체가 경쟁자의 진입을 방해하는 장벽이 될 수도 있어서다.

#3. 결제 시스템과 완결적 데이터 연동

▲  케이벤처스그룹이 인수한 하시스의 포스(POS) 시스템.
▲ 케이벤처스그룹이 인수한 하시스의 포스(POS) 시스템.

 

카카오에 있어 카카오택시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상처다. 수수료라는 기본 수익모델을 적용하지 못한데다, 택시 비용 거래 데이터를 플랫폼에 담지 못했다. 발견-주문-결제로 이어지는 카카오 O2O의 완결적 프로세스가 유독 카카오택시에만큼은 적용되지 못했다(김수. 2016.2.20.).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른 규제 문제 때문이었다. 이 건은 두고두고 뼈아픈 경험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택시가 카카오택시 블랙이라는 고급 승용차 서비스를 별도의 등급으로 출시한 배경이기도 하다.

[plus]카카오는 향후 진출하는 O2O 사업에서 이 같은 패착을 반복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뷰티 산업에 진출하면서 준헤어와 같은 헤어숍 체인이 아니라 뷰티 솔루션 기업 '하시스'를 인수한 이유다. 하시스는 헤어짱·뷰티짱 칵테일이라는 미용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헤어숍 고객관리솔루션 시장의 69%를 장악한 기업이다. 이 솔루션은 전국 12만 개 헤어숍 가운데 9700여 헤어숍에 깔려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관리부터 결제까지 완료할 수 있다. 참고로, 고객관리솔루션을 활용하는 헤어숍은 1만4천여곳에 불과하다.

이 시스템과 카카오헤어샵이 연동될 경우 미용과 관련된 전국의 수많은 헤어숍 이용 고객 및 거래 데이터에 카카오가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자칫 발생할 수 있는 헤어숍 POS[ref]POS는 Point Of Sales의 영어 약자다. 우리말로 판매 시점 관리 시스템이라고 한다. 상점 등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결제 단말기다. 가맹점의 판매와 관련된 대부분의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ref] 시스템과 카카오헤어샵 예약 매출의 관리 이원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하시스는 카카오헤오숍의 결제 데이터를 POS 안에 통합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시장 확대를 노릴 수 있다. 카카오는 하시스와 협업으로 후발 주자를 따돌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출시될 대리운전 O2O 카카오드라이버도 카카오택시와 달리 앱 안에서 결제와 완료되는 형태로 제공될 확률이 높다. 카카오택시 블랙처럼 신용카드를 등록해두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방식이다.

#4. 협회 등 공급자 대리 단체 존재

다음카카오_카카오택시 서비스 업무협약식_1
▲ 다음카카오_카카오택시 서비스 업무협약식_1

카카오의 O2O는 연결하고 평가하는 대상이 사람이냐 업체냐를 구분한다. 택시나 대리운전이 서비스 주체가 개별 사람 단위라면 뷰티나 자동차수리는 업체가 된다. 서비스 주체가 사람이라면 대리 단체, 즉 협회의 존재 여부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카카오택시가 우버나 리모택시에 비해 후발주자였음에도 빠르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운전기사를 대변하는 협회나 노조와 신속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어서였다. 만일 개별 운전자를 대변하는 단체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전국적으로 빠르게 카카오택시가 스며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공급자 대리 단체 존재는 탐색 비용과 연결된다. 공급자를 적정 규모 이상으로 유치하는데 투입되는 제휴 비용 등을 낮출 수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위해 전국택시노조, 전국민주택시노조 등과, 대리운전 O2O인 카카오드라이버를 위해선 민주노총 산하 대리운전노조 등과 우호적 관계를 맺었다. 대리 단체는 빠른 시일 안에 O2O 플랫폼에 서비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대신 수행하게 된다.

양면 시장의 성격을 지니는 O2O는 규모의 경제가 성공의 촉매 역할을 한다. 공급자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확보되지 않으면 거래가 활성화하지 않는다. 선택권이 좁고 편의성이 낮아져 소비자는 오프라인의 번거로움을 그대로 감수하게 된다. 공급자 대리 단체의 존재는 이처럼 탐색비용을 낮춰줄 뿐 아니라 적시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데 기여한다.

카카오는 공급자 대리 단체가 존재할 경우 이들과 협상을 거쳐 진입하는 전략을, 대리 단체가 없다면 시장 주도 사업자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왔다. 카카오택시가 전자라면 뷰티O2O는 후자에 해당한다. 카카오는 뷰티 O2O를 위해 하시스를 인수했는데, 하시스는 뷰티 고객 솔루션 시장 69%를 장악하고 있는 리딩 기업이다.

카카오의 다음 O2O 사업은 무엇?

▲  정주환 카카오 부사장이 2015년 ‘O2O 임팩트 컨퍼런스'와 블로터 O2O 컨퍼런스 등에서 발표한 자료 캡처.
▲ 정주환 카카오 부사장이 2015년 ‘O2O 임팩트 컨퍼런스'와 블로터 O2O 컨퍼런스 등에서 발표한 자료 캡처.

 

카카오 O2O 사업의 특성을 바탕으로 유추해보면 예상 진출 사업군은 어느 정도 좁혀진다. 현재 카카오가 내부에서 검토한 O2O 진출 서비스는 배달, 홈서비스, 보관, 뷰티, 의료 등 30개 업종이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출시되지 않은 영역은 홈서비스와 의료, 보관이다.

의료의 경우 대형병원을 제외하면 중소규모 병원은 과잉공급 상태다.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의 최근 발표 자료를 보면, 병원 개폐업의 95%가 300병상 미만의 중소형 병원에서 발행하고 있다. 의료계 안에서도 동네의원 병원 급팽창에 따른 폐원 대책을 논의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심지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연스럽게 과잉 공급된 동네의원과 지역 환자를 연결시키는데 O2O의 역할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진입 방식이다. 카카오는 ‘발견-예약-결제‘의 완결된 구조로 의료 O2O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사업주체는 개별 사람이 아니라 병원이 될 것이다. 의료 서비스를 매개로 병원과 사용자를 연결시켜주면서도 앱 안에서 결제가 일어나야 한다. 병원은 진료 기록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고 이는 다시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버로 쉽게 전송돼야 한다.

[rel]이 복잡한 과제를 풀기 위해선 유비케어, 비트컴퓨터와 같은 시가총액 1000억원대의 의료정보시스템 솔루션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예를 들어 유비케어는 전국 1만3천 곳의 병의원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옐로모바일이 의료 CRM 기업인 위버소프트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률 시장도 카카오가 탐낼 만하다. 대형로펌을 제외하면 법률 시장도 공급 과잉인 것은 마찬가지다. 로스쿨 체제로 개편된 뒤 변호사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변호사 수의 증가로 공급자인 변호사와 수요자인 법률 의뢰인 사이에는 미스매칭이 지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O2O 플랫폼이 들어서기 적합한 시장이다.

국내 법률 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으로 3조6천억원. 변호사 수는 2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법률 의뢰인들은 여전히 적합한 변호사를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로앤컴퍼니의 로톡, 헬프미 등 법률 스타트업이 국내에도 등장하고 있는 까닭이다. 카카오가 법률 시장에 노크할 것이라는 예상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  기타 인테리어나 수리 등 홈서비스 등도 카카오가 진작에 검토를 마쳤을 개연성이 높다. 이미 준비 중인 서비스도 있을 것이다. 정주환 부사장도 발표 등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다만, 그것이 뛰어들 만큼 큰 시장인지,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은 있는지 대한 판단이 서지 않았을 수는 있다. 혹은 규제를 우회할 방법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요컨대, 온라인 정보의 탐색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출된 아이디어가 검색이라면, 오프라인 서비스의 탐색 시간과 거래 비용을 혁신적으로 절감하기 위해 등장한 플랫폼이 O2O라고 할 수 있다. O2O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오프라인 서비스의 검색 플랫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카카오는 오프라인의 검색 사업인 O2O 시장에 전방위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와의 경쟁을 감안하면 속도전 양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더 신중하게 그러면서도 더 빠르게 진입하는 기업이 결국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참고 자료


  • 김기원·이홍직·한채수.(2015.6.3.). 서비스산업 업종별 수요·공급 현황과 시사점.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 김수.(2016.2.20.). 카카오의 온디멘드서비스 성공전략 및 한계. 산업경쟁력포럼 제7회 세미나 토론자료.

  • 김종대, 김나경.(2015.4.1.). 온오프라인 연결하는 O2O 혁신의 가능성 열려있다. LG경제연구원.

  • 이상규.(2010.12).양면시장의 정의 및 조건. 정보통신정책연구 제17권 제4호. pp.73-105

  • 황지현.(2015.10.14.). O2O, 커머스를 넘어 On-Demand Economy로. KT경제경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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