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는 여전히 미끼 상품이다. 그 자체로 돈이 되지 않는다. 사람을 끌어모을 수는 있지만, 끌어모은 사람에게 그 콘텐츠를 팔 수는 없다. 유료인 콘텐츠는 불법으로 강제 ‘무료화’ 당하기도 한다. 유료화를 시도하려면 기존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받는다.

힘들게 만든 콘텐츠는 어떻게 제값을 받을 수 있을까? 콘텐츠 유료화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있는 업체를 만나 콘텐츠 유료화의 힌트를 찾아보고자 한다. 세 번째는 ‘가내수공업’으로 B2B(기업 간 거래) 웹툰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는 워니프레임이다. ‘워니’라는 국민적 인지도의 캐릭터를 만든 워니(박종원) 작가가 주인공이다.

▲  박종원(워니) 대표. 사진 = 워니프레임
▲ 박종원(워니) 대표. 사진 = 워니프레임

웹툰을 B2B 콘텐츠로

웹툰이 콘텐츠로 팔리는 형식은 거의 굳어 있다. 작가는 에이전시와 계약하거나 플랫폼과 직접 계약한다. 플랫폼은 웹툰을 팔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웹툰이 끌어오는 독자를 플랫폼의 영향력으로 만들고 광고상품을 판매한다. 창작자가 할 수 있는 일은 플랫폼에 올라탈 수 있는 웹툰을 만들고 그 대가로 고료를 받는 게 거의 전부다.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로서의 커리어가 한계에 부딪히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도 있었습니다. 저는 냉정하게 그림이 좋은 작가는 아니에요. 그림작가가 없어서 공백도 있었고요. 그렇다고 해서 ‘워니’라는 캐릭터를 잊히게 두기는 아까웠어요. ‘나한테 딱 맞는 일을 찾으려면 완전히 작가 일만 하는 건 아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화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것도 해야 저를 더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인지도가 높은 작가인 만큼, 작가란 삶에 충실하는 것도 가능한 선택지였다. 하지만 박종원 대표는 창작자가 웹툰으로 먹고살 수 있는 ‘다른 길’을 모색하고자 했다. 콘텐츠를 팔 수 있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처음에 눈을 돌린 모델이 B2B다. 웹툰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추세를 이용해 기업에 팔 수 있는 상품을 만들었다.

워니프레임의 상품들

▲  고용노동부 브랜드 웹툰, 사진 = 워니프레임
▲ 고용노동부 브랜드 웹툰, 사진 = 워니프레임

워니프레임의 상품은 다음과 같다.


  • 브랜드 웹툰 : 홍보 혹은 캠페인용 웹툰 제작

  • 비독점 콘텐츠 판매 : 비독점을 조건으로 저렴하게 콘텐츠를 가져갈 수 있게 한다.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군데 팔 수 있고, 더 많은 플랫폼에 실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당 사이트에만 제공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섞는 형식으로도 상품을 구성할 수 있다.

  • 애니메이션 제작 : 모바일에 적합은 짧은 형태의 애니메이션

  • 기타 : 캐릭터 상품 제작, 사내 제작물, 웹툰 스타일의 인포그래픽, 로고 등


워니프레임엔 주로 대행사를 통해 일이 들어온다. 가격은 시장가로 받는다. 수치를 단순 계량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페이스북 조회수나 도달률 등을 지표로 쓴다. 다른 중소규모의 대행사나 인터넷 언론사보다 훨씬 수치가 잘 나온다는 게 박종원 대표의 설명이다. 여타 바이럴 콘텐츠 제작자에 비해 웹툰 이미지가 깨끗해서 기업이 마케팅에 사용하기 편리하다. 워니프레임 창업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서울시 등과 브랜드 웹툰을 작업했다. <머니투데이>, <대학내일> 등에 비독점 콘텐츠 판매도 했다. 물론 워니프레임의 콘텐츠는 ‘워니’라는 국민적인 인지도를 가진 캐릭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기는 하다. 그러나 워니 캐릭터만 부각하진 않는다.
“일반적으로 도제시스템으로 어시스턴트 만들고 이런 식으로 작가들 모여서 작가들 일 많이 하는데, 이게 좋은 건 아닙니다. 한 사람만 계속 뜨고 나머지가 조연 몰아주는 형태니까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 가치가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어썸데이툰, 사진 = 워니프레임
▲ 어썸데이툰, 사진 = 워니프레임

워니프레임의 웹툰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웹툰끼리 내용이 연결되기도 한다. 이런 방식은 시너지를 내기에도 유용하고, 작가의 스타화에도 도움이 된다. ‘개그콘서트’보다는 ‘무한도전’같은 방식이다. 이를 위해 노출을 늘리는데도 특히 신경 쓴다. 일단은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플랫폼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모바일 기기로 나올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영역에 노출하자는 목표다. 5만5천여명이 구독하는 '어썸데이툰'을 통해 꾸준히 콘텐츠를 퍼블리싱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괜찮은 캐릭터가 자주 보인다’가 아니다. ‘자주 보이는 캐릭터가 괜찮은 캐릭터’라는 생각이다.

목표는 '같은 콘텐츠, 다른 경험'

▲  사진 = 워니프레임
▲ 사진 = 워니프레임

“콘텐츠 수익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고민해 봤습니다. 기획사들도 음원만 따지면 적자 수준이라고 하더라고요. 돈이 되는 건 행사, 광고, 콘서트거든요. 콘서트를 보면 사실 음악 듣는다는 차원에서는 비슷하거든요. 하지만 음원이랑 비교했을 때 훨씬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잖아요. 사용자 경험이 달라지면 돈을 냅니다.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고민 중입니다.”

기존 콘텐츠를 그냥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돈이 안 된다. 하지만 핵심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험이 달라지면 돈이 될 수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집에서도 볼 수 있지만, 편한 좌석에서 큰 화면, 빵빵한 사운드로 들을 수 있는 영화관은 돈을 내고 간다. 박종원 대표는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게 가능해져야 진짜 유료화가 가능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아직 수익이 되는 콘텐츠는 B2B지만, 일반 독자를 상대로 하는 콘텐츠 자체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회사를 꾸려가고 있다. 그 경계 자체가 흐려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궁극적으로 플랫폼 연재가 아닌 다른 수익화를 모색하는 한 단계이기도 하다. ‘월세에 고통받지 않는 회사로 키워가는 게 목표’라고 말할 정도로 아직 넉넉하게 버는 수준은 아니지만, 워니프레임의 지향점은 뚜렷하다.

“저는 성공할 수 있는 길 하나를 더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좋은 작품으로만 성공할 수 있다는 건 그냥 작품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소리잖아요. ‘현재의 구조를 타파한다’까진 아니더라도 다른 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사진 = 워니프레임
▲ 사진 = 워니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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