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5월4일 중국의 차량공유 기업 디디추싱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우리 돈 1조원이 넘는 금액을 미국이 아닌 중국 스타트업에 내놨다. 디디추싱은 차량을 제조하는 기업도 아니다. 중국의 차량공유 기업에 1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지불한 애플의 전략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  디디추싱.(사진 : 디디추싱 홈페이지 캡처)
▲ 디디추싱.(사진 : 디디추싱 홈페이지 캡처)

애플의 디디추싱 투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둘러싼 2가지 큰 변화의 흐름을 들여다봐야 한다. 화석연료 차량의 퇴조와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서비스의 결합이다. 전자가 전기차의 주류화로 나타나고 있다면 후자는 우버, 리프트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든 모습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후자는 차량의 소유 의식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udemy]구글은 이미 7~8년 전부터 이러한 흐름에 주목하며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잡기 위한 거침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제휴하며 미니밴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기도 했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서서히 자율주행차량 시장에 이미 발을 들여놓은 상태다.

우버도 빠른 속도로 이 흐름에 올라타는 중이다. 우버는 막대한 자금을 자율주행차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와 자율주행차를 결합시키면 언제 어디서든 불러낼 수 있는 무인택시 개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차량을 구매하는 방식보다 우버나 리프트 등의 자율주행차의 이동권을 구매하는 경험이 보편화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기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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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CEO는 최근 테드 컨퍼런스에서 자사의 무인택시 개발 계획과 관련해 “택시 산업이나 트롤리 산업에서는 반대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받아들이고 미래의 한 부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대세를 거스르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뒤늦게 뛰어든 자율주행차 시장... 필요한 건 데이터

애플은 다소 늦게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이름으로 수년째 자율주행차 개발에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글과 비교해서는 한발짝 처져있다는 분석이 많다. 전기차 중심의 차체 개발은 파트너십을 통해 따라갈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데이터다.

구글은 이미 수년간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면서 막대한 데이터를 흡수해 분석했다. 심지어 몇몇 경미한 사고를 통해서 세세하고 우발적인 위험 요소까지 알고리즘에 반영했다. 테슬라는 데이터 수집을 위해 다소 초기 단계라는 평가를 받는 위험 속에서도 오토파일럿 기능을 탑재했다. 전세계 사용자들이 직접 데이터를 생산하도록 개방함으로써 단기간에 데이터를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이었다.

애플의 디디추싱 투자가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포브스>와 인터뷰한 애플 전문 분석가 네일 사이바트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유례 없을 정도로 많은 금액을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전년도보다 30% 늘어난 100억달러 규모다. 애플의 미래 먹거리가 무엇인지 예측하기엔 이르지만 그 하나에 자율주행차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만큼은 이번 투자로 명확해지고 있다.

사실상 애플의 반-우버 진영 합류

디디추싱은 중국의 우버로 통한다. 텐센트가 투자한 디디다처와 알리바바가 투자한 콰이디다처가 2015년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당시 합병으로 우버를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멀찌감치 따돌렸다. 디디추싱은 중국 내 차량 공유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청웨이 CEO와 장보 CTO 등이 핵심 인물로 알려져있다.

[academy]디디추싱은 지난 2015년 우버의 미국 내 경쟁사인 리프트에 1억달러를 투자한 적도 있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우버를 견제하기 위한 행보였다. 디디 추싱은 당시 투자를 계기로 리프트와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두 앱을 사실상 통합으로써 중국 이용자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디디 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디디추싱은 이번 애플 투자로 기업가치 200억달러, 우리 돈 23조원으로 평가받았다. 디디추싱 입장에서는 우버를 견제할 수 있는 든든한 우군을 얻은 셈이다. 애플도 차량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각종 자율주행차 기반 비즈니스를 중국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펼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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