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5월11일, 서울과 부산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신설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국내 고객 수요 증가 및 비즈니스 혁신을 위해서”, 그리고 “전세계에 ‘신뢰할 수 있는 클라우드(Trusted Cloud)’ 인프라를 확장해 나가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내 개발자들과 기업들에게 좋은 여건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소식입니다. 이 소식이 마이크로소프트가 밝힌 것처럼, 국내 IT기업들의 혁신에도 촉진제로 작용하길 바랍니다. 또한 '그린 인터넷'을 향한 경주에 동참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인 만큼, 국내에서도 ‘지속가능한 혁신’의 좋은 모범으로 진정한 리더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  2012년 4월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아마존 빌딩에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여러분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얼마나 깨끗한가요?”라는 문구가 쓰인 배너를 걸었습니다. 아마존 빌딩의 맞은 편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건물이 있었습니다. 이 문구는 석탄 에너지가 아닌 청정 에너지, 재생가능에너지를 데이터센터 운영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 2012년 4월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아마존 빌딩에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여러분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얼마나 깨끗한가요?”라는 문구가 쓰인 배너를 걸었습니다. 아마존 빌딩의 맞은 편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건물이 있었습니다. 이 문구는 석탄 에너지가 아닌 청정 에너지, 재생가능에너지를 데이터센터 운영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인터넷과 재생가능에너지의 '쿨'한 만남

그린피스는 인류의 편리성을 추구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철학에서 시작된 IT 기업들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를 넘어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을 던졌으며, 2009년 미국을 시작으로 쿨 아이티(Cool IT) 캠페인을 진행해 왔습니다.

인터넷은 인류가 구축한 가장 큰 인위적 네트워크로, 규모는 물론이고 발전 속도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향후 계속해서 발전할 인터넷이 최첨단 재생가능에너지와 결합해 발전하지 못한다면, 혁신을 외치는 IT 기업의 철학은 공허한 외침이 될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산업군으로 떠오르게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될 것입니다.

이미 20개 가까운 유수 IT 기업들이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했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은 물론이고, 최근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개설한 아마존과 같이 세계적인 IT기업들이 잇따라 자사 비즈니스 활동에 있어 재생가능에너지만 사용하겠다고 선언하고 그 약속을 이행하고 있습니다.

▲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의 환경적인 지속가능성 소개 영역
▲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의 환경적인 지속가능성 소개 영역

MS의 '탄소중립' 선언, 데이터센터 혁신으로

이번에 한국에서 데이터센터를 열기로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2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탄소중립이란, ‘기업이나 개인이 발생시킨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늘려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든다는 개념’이죠. 또한 2015년에는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공표했습니다. 자사의 블로그를 통해 2014년 자사의 에너지 소비에 있어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달성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재생가능에너지 공급 인증서(REC)를 적용한 수치로, 실제 데이터센터 운영에 사용된 재생가능에너지는 2015년 그린피스 보고서에서 집계한 결과 39%에 해당합니다.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트 퍼스트 기업으로 전환 중인 마이크로소프트에 있어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기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에서 얻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데이터센터에서의 혁신을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지속가능성 전략 백서'를 공개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  그린 스코어카드 크롬 확장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비율. 2015년도 집계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비율은 39%로 집계 됨.
▲ 그린 스코어카드 크롬 확장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비율. 2015년도 집계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비율은 39%로 집계 됨.

하지만 홈페이지의 내용 만큼 아주 적극적 행보를 보이진 않았습니다.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영하기 위한 구체적 행보는 탄소 중립을 선언한 지 3년이 다 지난 후에서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2014년 7월 시카고에 있는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175MW에 달하는 풍력 에너지 구매 계약을 채결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탄소 중립에 도달하기 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이 재생가능에너지 공급 인증서를 구매하는 것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자사 데이터센터 운영에 어떻게 재생가능에너지를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전략적 지침이 부재하다는 점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2015년 '깨끗하게 클릭하세요(Click Clean)' 보고서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종합 점수 C를 부여 받았던 이유입니다.

▲  2015년 그린피스의 보고서 “깨끗하게 클릭하세요(Click Clean)”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종합 점수 C를 부여 받았습니다.
▲ 2015년 그린피스의 보고서 “깨끗하게 클릭하세요(Click Clean)”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종합 점수 C를 부여 받았습니다.

한국서 '100% 재생가능에너지' 약속 이행 기대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가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영되는데에 아직 더 많은 실행과 실험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국에 데이터센테가 열린다는 사실에서 갖게되는 기대감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이 처한 몇 가지 특수한 에너지 상황에서 재생가능에너지 100% 사용을 위해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7위, 전 세계 화석연료 수입국 5위 안에 들고 있습니다. 그만큼 화력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원자력발전과 화력발전에 대한 높은 의존도, 낮은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라는 현실에 마주했을때 마이크로소프트가 고객과의 약속, 환경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어떤 실천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academy]바라건대, 마이크로소프트가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약속을 한국에서도 지키기 위한 묘수를 내, 국내 탄소배출 감소에 기여하고 국내 IT 기업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글로벌 고객들과 약속한 것을 지켜낼 때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는 클라우드’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혁신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중요

한편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국내 데이터센터 개설은 우리 정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구매 의지를 반영하고 친환경 에너지 사용 환경을 구축해 세계적인 투자가 잇따르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정책적 지원은 국제 IT기업의 국내 투자를 용이하게 하는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싱가포르 등은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추구하는 IT기업들에게 재생가능에너지 공급을 약속하며 애플과 같은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즉, 애플은 중국 내 협력사들이 사용하는 전력을 모두 태양광 에너지로 충당하기 위한 대규모 친환경 사업 계획을 발표했으며, 싱가포르의 모든 서비스를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운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지속가능한 혁신의 면에서도 상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애플
▲ 지속가능한 혁신의 면에서도 상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애플

올 7월 산업부는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민간 사업자들간에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행법에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생산하는 업체는 오직 한국전력공사에만 전력을 판매할 수 있고, 기업이나 개인이 재생가능에너지만을 따로 구매할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한 세계적 기업들이 재생가능에너지 구매가 가능한 다른 나라로 떠나지 않으려면, 7월로 예정된 전기사업법 개정이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국내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의미는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이기도 한 동시에, 세계 IT 기업의 국내 투자 경쟁력을 높이는데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투자 경쟁력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는 우리 정부가 어떤 정책으로 미래를 준비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혁신 아니다

▲  IT와 재생가능에너지가 만나는 지속가능한 혁신
▲ IT와 재생가능에너지가 만나는 지속가능한 혁신

그린피스는 고객 및 투자자들이 IT와 재생가능에너지가 만나 이루는 혁신의 영역에서 어떤 기업이 가장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계속해서 캠페인을 벌일 예정입니다. 기술 혁신의 결과가 하나뿐인 지구를 망치는 것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혁신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혁신의 아이콘 IT 기업들이 진정한 혁신을 지속가능하게 이뤄낼 수 있도록, 그린피스는 캠페인을 통해 때론 응원하고 때론 비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2016년 하반기,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IT 기업, 그리고 대만과 한국, 미국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글로벌 보고서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한국 IT 기업들이 다른 나라의 기업들과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을 혁신의 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글 | 이현숙.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재생가능에너지 선임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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