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람들의 궁금증은 검색엔진의 네모난 박스 속로 들어간다. 검색버튼을 누르면 주제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수백 수천 개의 페이지가 나타난다. 위키백과(한국 위키피디아)는 대체로 1페이지 상단 검색결과로 뜬다.  그만큼 신뢰를 받는 사이트란 것이다.

수많은 사용자들이 이곳에 정보와 지식을 이어 붙여놓았다. 글 마디마다 포함된 하이퍼링크를 타고 지식과 정보가 가지 치듯 뻗어나간다. 어떤 금전적인 대가도 없이 조금이라도 더 완성도 높은 문서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는 위키백과의 사용자들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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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위키콘퍼런스가 7월 23일 토요일, 서울시청 인근 서울NPO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위키콘퍼런스는 위키백과를 비롯한 위키미디어 프로젝트 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커뮤니티 행사이다. 한국위키미디어협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50여 명이 참가해 위키백과와 연계된 각자의 활동과 가치관을 공유했다.

이만재 한국위키미디어협회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이 콘퍼런스는 위키백과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오늘 이곳에 온 열성적인 위키미디언들을 뵙게 되어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진 강연과 토론에서 사용자들과 플로어의 청중들은 ‘위키’라는 수식어가 붙은 수많은 위키들을 언급했다. 당장 위키백과(위키피디아)부터, 위키트리, 위키뉴스, 나무위키, 리그베다위키 등 위키가 붙는 수많은 단어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위키백과의 관리자와 편집자들이 많이 참석한 콘퍼런스여서인지 모두들 그 차이를 쉽게 이해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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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_in_wikipedia

위키백과가 정의하는 위키는 “웹 브라우저에서 협업을 통해 직접 내용과 구조를 수정할 수 있게 해주는 웹사이트”다. 누구든 위키백과에서 '편집' 항목으로 들어가  문서를 편집할 수 있다. 편집 내역은 ‘역사보기’ 항목 안에서 누가, 몇 시 몇 분에 어떤 항목을 수정했는지 모두 볼 수 있다. 로그인하지 않은 사용자도 편집할 수는 있지만 사용자명 대신 IP주소가 입력된다.

문서편집 중에 편집자 간 의견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의견충돌을 빚은 편집자들은 '토론' 항목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합의에 이를 때까지 토론한다. 그래도 결론이 안 나면 '의견요청' 항목에 올려 다른 사람들도 참여토록 한다. 마지막 결정은 관리자들이 개입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의견을 선택하도록 한다.

위키백과는 마치 마라톤처럼 누군가 문서를 편집해 놓으면, 또 다른 이가 잘못된 점을 고치거나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 이를 하나의 행사로 만든 것이 에디터톤(edit-a-thon)이다. 편집을 뜻하는 'Edit'과 마라톤의 'Thon'에서 따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한날 한시에 모여서 특정 주제를 골라 편집을 시작한다. 외국에서는 박물관, 도서관, 가정집 등 오프라인 공간에 모여서 진행하는 에디터톤이 활발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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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톤 강연을 맡은 류철 위키미디어협회 이사는 에디터톤이 초보자의 위키백과 입문을 돕는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위키 문법은 초보자가 혼자 글로 배우기엔 어려운데 기존 편집자들이 옆에서 가르쳐주면 훨씬 빠르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에디터톤은 새 편집자를 발굴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  위키문법_위키백과갈무리
▲ 위키문법_위키백과갈무리

이처럼 위키백과 내의 문서는 어느 한 사람이 독점적으로 편집할 수도, 소유할 수도 없는 작동과정을 지닌다. 위키백과는 모든 사용자들이 교차검증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백과사전을 만들어내는 것을 추구한다. 그런데 때로는 악의를 품은 특정인이 이런 위키백과의 개방성을 악용해 고의로 문서를 망친다. 위키백과 사용자들은 이를 ‘반달리즘’이라 부른다.

대표적인 반달리즘의 예가 있다. 2년 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얼마 안 지났을 때, 위키피디아(영문판) 세월호 문서에 유병언을 비호하는 문단이 삽입됐다. 몇몇 아이디가 반복적으로 수정한 정황이 포착됐고 발견된 이후 해당 부분은 삭제되었다.

‘언론과 위키’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장식씨는 위 사건을 다룬 <MBN> 보도영상을 스크린에 띄웠다. 영상을 틀자 콘퍼런스장에 있던 위키백과 사용자들은 공통적으로 한탄이 섞인 야유를 보냈다. 문서에 파괴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특정 소수인데 <MBN> 보도에서는 마치 위키피디아 전체가 책임이 있다는 양 비판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위키백과가 생긴 지 15년이 되었는데도 언론이 여전히 위키피디아의 작동방식을 모르고 있다는 지점에서 사용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어느 누구도 위키피디아의 편집을 통제할 수 없고 편집권한을 제한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달리즘을 사전에 방지할 수는 없어서"다.

이런 반달리즘이라는 위협이 상시 존재하기에 위키백과 사용자들은 항상 눈을 크게 뜨고 오류를 찾으려 한다. 모두가 모두를 불신하는 생태계에서 역설적이게도 위키백과는 더 큰 신뢰를 받게 된다. ‘위키커뮤니티와 신뢰’를 주제로 발표한 위키백과 사용자 책읽는달팽씨는 이 부분을 학문적으로 풀어냈다. 그의 요점은 신뢰와 불신은 정의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고도로 체계화된 시스템은 신뢰도 크지만 불신도 크다”고 말했다. 그 예로 “한국에서 고신뢰 사회가 있었는데 하필 그때가 군사독재 시기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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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위키백과의 사용자 토론 같은 시스템은 위키백과에 대한 정보의 불신을 높여 위키백과의 신뢰를 더 증가"시킨다. 불신이 교차검증의 강화로 이어져 신뢰도를 높여준다는 의미다. 책읽는달팽씨는 이를 "제도화된 불신"이라 고 정의했다. 위키백과의 복잡하고 활발한 토론 시스템이 권위있는 소수가 틀어쥔 대중매체보다 신뢰받을 수 있는 이유다. 이어 그는 "나무위키의 경우 의견을 주도하는 다수 집단이 소수 의견을 배척함으로써 제도화된 불신이 작동하지 못하게 만들어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라 분석했다.

콘퍼런스에서는 위키백과가 언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언론이 추구해야 마땅한 신뢰성을 위키백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교차편집을 통해 이뤄냈고, 한정된 수의 기자보다 더 빨리 사안에 대응한다는 적시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위키콘퍼런스 2016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위키백과에서 '위키컨퍼런스: 서울 2016' 문서에 담겨있다. 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강연자와 발표자들의 영상과 자료는 누구나 접근 가능하다. 위키백과는 생산부터 소비까지 철저하게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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