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썹, “B급 정서로 세계정복”

발행일 2016-08-23 11:18:36
‘소셜 서비스의 피로감’은 비교적 오래된 이야기다. 소셜 서비스는 관계에 기반을 두지만, 사용자들은 그 관계 때문에 말을 삼키는 경향을 보인다. 누군가 올린 해외여행 자랑이 나의 자존감을 낮추고, 누군가 올린 불분명한 비난 글에 기분이 나빠지며, 누군가 올린 포스트의 ‘좋아요’ 수와 내 게시물의 ‘좋아요’ 수를 비교하며 우울함에 잠긴다.

지난 8월9일 세상에 나온 ‘’은 관계의 피로감을 해소하고자 나온 소셜 서비스다. 썹은 관계의 거리감을 극도로 느슨하게 조정함으로써 ‘아무 말 대잔치’를 열 수 있는 판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썹을 탄생시킨 카카오의 ‘마징가TF’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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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이해니, 성지나, 민철기(왼쪽부터)



  • 김진우 : TF에서 40대를 맡고 있는 마징가TF장. 소셜 서비스 일을 해왔고,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팀원들 아이디어를 듣는 역할을 한다.

  • 이해니 : 팀의 막내 기획자. 작년에 옆 팀에서 인턴을 했었는데, 마징가TF에 젊은 피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합류했다.

  • 성지나 : 6년 차 디자이너. 3년 전에 카카오로 와서 소셜서비스 쪽 일을 했다.

  • 민철기 : 입사 8개월이 지난 8년 차 개발자. 현재는 iOS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미침에서 나올 수 있는 병맛 담고 싶었다

카카오 썹을 만든 마징가 TF는 다양한 지표로 나타나는 소셜 서비스의 ‘노후화’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흔히 말하는 ‘소셜 서비스 피로감’ 이야기다. 김진우 마징가TF장은 “소셜 서비스에 대한 근원적인 니즈가 있고,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며 “왜 지금 소셜서비스들을 두고 피로하다는 반응이 나오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모였다”라고 마징가TF의 배경을 설명했다.

마징가TF는 지난해 4월에 4명으로 시작했다. 마징가TF의 목표는 2가지다.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1. 현재의 소셜서비스에 대한 피로감을 해소하고 2. 젊은 사용자를 끌어오는 것이다. 마징가 TF가 진단한 소셜서비스 피로감의 원인은 2가지다. ‘뉴스피드’와 ‘관계’다.
“내가 쓰고 싶은 서비스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페이스북은 뉴스를 받아보는 곳이 됐고, 인스타그램은 사진은 물론 해시태그도 신경써서 올려야 하는 공간이 됐더라고요. 소셜이라는 공간이 자기 필터링을 하는 공간으로 변했다고 생각해요.” - 이해니

썹에는 2가지가 없다. 하나는 실명이고, 다른 하나가 뉴스피드다. 썹에 가입할 때 기존 소셜 서비스인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아이디 등으로 가입할 수 있지만, 연동서비스 친구 목록에서 숨을 수 있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의 친구가 나의 가입 여부를 알 수 없다. 아이디 기반으로 계정을 관리하기 때문에 좀 더 쉽게 말을 꺼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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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계정이지만 팔로우를 거부한다


썹은 트위터와 유사하게 팔로우-팔로잉 관계를 맺는다. 상대방이 나의 게시물을 본다고 해서 나 또한 상대방의 게시물을 볼 필요가 없다. 계정을 팔로우하더라도 뉴스피드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상대방의 게시물을 보려면 해당 계정으로 들어가야 한다. 자연스럽게 팔로우를 많이 늘리지 않게 된다. 수많은 게시물이 하나의 피드에 집적돼 쉽게 볼 수 있는게 아니라, 한 명씩 방문해서 게시물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경험의 측면에서 타인에게 접근하는 단계를 1~2단계 정도 더 만들어뒀다. 썹에서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 느슨한 관계가 있다.

물론 소셜 서비스는 타인에 대한 궁금함을 전제로 한다. 아무 말이나 할 수 있어야 하지만, 누군가는 봐줘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김진우 TF장은 “누군가는 읽어줘야 하는 거고, 그 적정선을 어디에 그을지는 서비스를 운영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직 대대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썹을 궁금해하는 초기 사용자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다.
“엄청 특별하기보다는… 사람들이 내면에 가지고 있는 일말의 ‘미침’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냥 미쳤다는 소리는 아니고, 한 명의 가수에 미쳤다든지, 장르에 미쳤다든지. 그런 미침에서 나올 수 있는 병맛을 이곳에 담을 수 있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사용자들이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습니다.” - 이해니

안정적으로 맵고, 짜고, 자극적인 서비스

새로 나온 서비스지만 기존 서비스 못지않은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어야 사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동시에 초기 단계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반응에 빠르게 맞춰가는 데도 무게를 뒀다. 비교적 쉽게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앱에 기반을 두고 사용자 경험을 구성했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는 사용성이나 편리함보다 썹만의 콘셉트를 잡는 데 주력했다. 성지나 디자이너는 “어떤 기능을 넣어야 사용자의 기억에 남을지 주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모지를 활용한 월페이퍼, 경쾌한 음악과 원색적인 색상으로 구성된 도입부 영상도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중요한 플랫폼으로 여겨지고 있는 채팅 서비스의 경험도 적용했다. 썹에서 글쓰기는 채팅과 비슷하다. 누르면 열리고, 전체화면을 덮지 않는다. 김진우 TF장은 “지금 세대는 각 잡고 글을 쓰기보다 채팅에 익숙해져 있다”라며 “기존 소셜서비스가 그쪽으로 조금 덜 갔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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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썹 소개 페이지


‘뾰족한 타깃팅’으로 우리만의 길을 간다
“저희는 대세나 대중적인 걸 따라갈 생각은 없어요. 우리만의 개성을 가지고 타깃을 좁혀서 우리만의 길을 가려고요.” - 성지나

썹에서 이모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사용자에게 새로움을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모지는 일본의 휴대폰 단문 메시지에서 사용하는 이모티콘 또는 그림 문자를 가리킨다. 이모지로 홈의 배경화면을 만들 수 있고, 리액션에도 활용한다. 포스트에 스티커처럼 붙일 수도 있다. 성지나 디자이너는 “이모지는 주류보다는 B급 느낌이 난다”라며 “썹에서 추구하는 ‘B급’이나 ‘힙한’느낌과 부합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대중의 호응을 받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서비스에서 배제했다. 친숙함을 거부하고 새로움을 추구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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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지의 활용


자유로운 토양 딛고 태어나다

썹은 기획단계에서부터 모든 팀원이 참여했다. 기획자가 안을 가지고 오면 이후에 개발자가 만들고 디자이너와 조율하는 게 아니다. 디자인-개발 직군의 팀원들도 함께 기획단계에서 아이디어를 내놨다. 애초에 TF 구성 단계에서도 ‘자기가 쓰고 싶은 걸 만들고 싶은’ 젊은 사람들을 모았다. 일단 일을 맡기면 많은 부분을 위임하는 카카오의 문화도 썹이 자라나는 토양이 됐다.
“이렇게 팀을 구성하는 방식이나 민주적으로 협업하는 방식을 거쳐 서비스를 내놓았던 적이 몇 번 없었던 것 같아요. 좋은 사례가 됐으면 좋겠어요. 위에서는 시키고, 아래에서는 따르는 수동적인 문화로는 좋은 서비스가 나오기 어렵다고 봅니다. 유연하고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해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습니다.” - 김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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