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없는 음식 사진 공유 SNS, ‘페퍼라치’

발행일 2016-08-25 11:10:27
바야흐로 먹방, 쿡방의 시대다. 리모컨 채널 이동 몇 번이면 손쉽게 요리하는 모습, 밥 먹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SNS)도 이런 시대 흐름을 피할 수 없다.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사돈의 팔촌까지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고, 저녁은 무엇을 먹었는지, 어디서 맛있는 식사를 즐겼는지 알 수 있다.

해외에선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신조어가 등장했다. ‘페퍼라치(Pepperazzi).’ 음식 먹기 전 사진 찍는 사람을 일컫는다.

최용순 시드브레이크 CEO도 새로운 음식 사진 공유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이 이름에서 힌트를 얻어 서비스명을 지었다. 그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 성격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단어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음식 사진 공유 SNS ‘페퍼라치’하면 뭔가 입에 착 달라붙는 기분이라나.

“페퍼라치는 사용자 중심 서비스입니다. 서비스 이름에 ‘사람’ 분위기를 녹이고 싶었습니다. '음식+사람'을 서비스명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검색을 하다보니 ‘페퍼라치’란 단어를 찾았습니다. 정식 사전엔 등재되어 있진 않지만, 인터넷 신조어로 많이 쓰는 단어더군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시드브레이크를 세운 지 약 2년, 최용순 CEO가 공들여 개발한 페퍼라치는 쉽게 말해 음식 사진 공유 서비스다. 자신이 먹은 음식 사진을 기록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으면 ‘자랑하기’ 기능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먹은 음식 사진을 공개할 수 있다. 또 ‘팔로잉’ 기능을 이용해 입맛이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 음식 사진을 구독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음식 사진 찍길 원하는 페퍼라치들을 위한 서비스인 셈이다.

최용순 시드브레이크 CEO
최용순 시드브레이크 CEO


내 입맛에 맞는 음식만 보는 DB를 만들 수 있다면

“맛집을 찾는다고 찾는데 블로그에 잘 낚인 경험이 있습니다. 여러 번 낚이다 보니 나중엔 입맛을 신뢰할 수 있는 블로그를 찾게 되고, 그 블로그에 올라간 음식에 대한 만족도 성공 확률이 높아지더군요. 문제는 이렇게 찾은 블로그가 많아지면서입니다. 홍대 맛집을 찾는다고 블로그 10곳을 찾아다니며 해당 블로거가 올린 ‘홍대 맛집’을 찾기엔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페퍼라치 서비스엔 최용순 CEO의 사심이 녹아 있다. 최 CEO는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서비스를 기획했다. 별점과 평점에 의존한 맛집 추천서비스보다 자신과 입맛이 비슷한 블로그가 올린 맛집 설명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 수 없을까 고민했다. 그 결과물이 페퍼라치다.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맛집 추천 앱은 서비스 전체 사용자 데이터 평균을 가공해서 그 결과물을 보여주는 식이다. 예를 들어 100명이 A라는 집을 방문하면서 별점 5개 만점에 몇 개를 줬는지를 수집하고, 평균 별점으로 해당 음식점을 평가한다. 사용자는 해당 별점을 보고 그 집이 맛집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또는 A라는 음식점 밑에 그 음식점을 다녀온 사람의 후기를 보여준다. A라는 음식점을 검색한 사용자는 스스로 검색 결과를 다 읽어보며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평점과 음식점 방문 후기를 꼼꼼하게 읽고 해당 음식점을 찾아가도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입맛이라는 게 그날 몸 상태에 따라, 본인이 좋아하는 식감이 따로 정해져 있는 등 다양한 변수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하필 찾아간 날 다른 날과 비교해 맛없는 음식이 나올 경우도 빼놓을 수 없다. 맛집에 누구와 함께 갔는지 등 분위기에 따라 해당 맛집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한마디로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평균’을 내린다고 하지만, 입맛은 제각각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맛집에 대한 평가가 갈릴 수 있다. 100명 중 99명이 좋아한다고 해도, 싫어하는 1명이 있을 수 있는데 그 1명이 자신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런 부작용을 줄여보기 위해 최용순 CEO는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평점을 뺐다. A와 B라는 사람이 있을 때 똑같은 만족도를 느껴도 습관적으로 3점을 주는 사람이 있고, 5점을 주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평점 시스템 자체가 주관적이고, 입맛도 주관적인데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기획하면 남들과 비슷한 뻔한 음식 SNS가 될 것 같아 오히려 다른 부분에 집중했다.

“제가 세운 가설은 '신뢰하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아서 나만의 맛집 DB를 만들면 좀 더 고민 없이 맛집에 대한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였습니다. 평점을 보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나와 비슷한 음식 취향을 가진 사용자를 추천해주고, 그 사람을 팔로잉하면서 다양한 음식 문화를 공유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페퍼라치 이용 화면. 첫 화면엔 본인이 구독한 다른 페퍼라치들의 메뉴가 보인다. 메뉴를 선택하면 누가 어떤 메뉴인지 누가 올렸는지 등을 볼 수 있다. 메뉴를 올릴 땐 사진과 함께 함께한 사람과 먹은 장소, 지불 가격, 메뉴 이름 등과 같은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페퍼라치 이용 화면. 첫 화면엔 본인이 구독한 다른 페퍼라치들의 메뉴가 보인다. 메뉴를 선택하면 누가 어떤 메뉴인지 누가 올렸는지 등을 볼 수 있다. 메뉴를 올릴 땐 사진과 함께 함께한 사람과 먹은 장소, 지불 가격, 메뉴 이름 등과 같은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그 결과 페퍼라치 서비스엔 다른 맛집 추천 SNS와 달리 별점 내지는 평가 서비스가 없다. 대신 먹은 음식 사진과 함께 함께한 사람, 먹은 장소, 지불 가격, 메뉴 이름을 올린다. 이때 음식점 주소도 개인이 찍어 올리는 게 아니라 페퍼라치 DB에 등록된 음식점 주소를 사용자가 선택한다. 페퍼라치 DB에 등록되지 않은 음식점은 페퍼라치 측이 확인 후 해당 음식점 정보를 받아 올린다. 사용자가 찾은 음식점이 이사를 했다거나, 잠시 문을 닫았다거나 하는 식으로 사용자가 잘못된 주소를 올리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페퍼라치는 일종의 기록 서비스입니다. 음식 사진을 기록하면 프로필에 자기만의 맛집으로 점령한 지역이 표시됩니다. 기록하면 탐색에서 나와 같은 메뉴를 먹은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게시글 자체가 메뉴 기반이다보니, 나와 같은 메뉴를 먹은 다른 사용자 포스팅도 함께 노출해서 보여주지요. 해당 사용자가 먹은 음식을 살펴보고 싶으면, 팔로잉해서 그 사람 메뉴를 보면 됩니다."

최용순 CEO는 일단 올 한해 많은 사람이 페퍼라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집중할 계획이다. 사용자 수가 늘어나고, 사용자 기반으로 페퍼라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 식당과 사용자 간 커뮤니케이션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음식점을 둘러싼 단골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식당이라는 플레이어가 페퍼라치 안에 들어오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맛집 추천에서 신뢰도가 중요한 만큼, 영역을 나눠 페퍼라치들이 나누는 정보는 투명하게 공유되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페퍼라치를 만드는 사람들
페퍼라치를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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