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 시대에 걸맞게 일견 다른 개념과 현상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사회 전반에 커다란 충동을 주고 있다. 필자에게는 ‘공유경제’, ‘모바일’, ‘플랫폼’, ‘O2O’가 그러하다.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나 공유경제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무언가를 공유하면서 소비하거나 생산하는 경제행위를 뜻한다. 그런데 이 ‘공유경제’라는 개념은 21세기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품앗이’라는 전통이 있어서 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다른 사람의 노동력을 본인의 생산물 생산에 활용했다. 오래전부터 노동력을 서로서로 공유하는 경제 행위가 존재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경제가 21세기 들어서면서 큰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경제 행위가 공간의 제약없이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과 부산에 거주하는 서로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공동구매에 나서기도 하듯 말이다. 그 결과는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사례에서 보듯 공유경제를 테마로 하는 기업들의 빠른 성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빠른 성장은 모바일 시대의 도래와 연결된다. 모든 사람들이 모바일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고 즉각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졌고 상품 및 서비스 거래의 장 ‘플랫폼’이 모바일 네트워크에 얹히면서, 비로소 무언가를 공유하려는 시도가 더욱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공유경제와 모바일 플랫폼의 결합은 부동산 산업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셰어하우스, 셰어오피스, 셰어팩토리 등 새로운 유형의 부동산 상품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필자는 부동산·도시계획 전공자로서 사회적 형평이 가능한 개발에 관심이 있다. (필자는 이를 적정 혹은 공정개발로 부른다.) 특정 지역의 상대적 주거약자를 위해 적정한 비용(건축비)의 공동주택을 개발하고 이들이 적정한 수준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거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발(적정개발)은 공유경제 개념이 들어간 셰어하우스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실현가능하다.

강남 역삼동 지역의 원룸 10평형의 시세는 대략 90~100만원이다. 그런데 테헤란로 주변 회사에 근무하는 사회 초년 직장인 중, 해당 금액의 주택에 거주 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이 지역의 상대적 주거약자는 사회초년 직장인들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성장에 필요한 주체임에도, 거주하고 싶은 지역의 높은 지가로 인해 해당 지역 거주지에서 쫓겨난 상태다. 그렇기에 도시계획·부동산개발 측면에서 이들을 위한 주택공급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이들에게 90~100만원 월세 주택은 불가능한 선택이지만, 비용을 크게 낮춘 60만원 월세주택이 공급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비록 일부에게는 높을 수 있으나, 이 정도 금액은 지불가능용의액 범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에서는 본인 월급의 25~30%를 적정주거비용으로 본다. 따라서 월급 180~200만원 직장인에게 60만원 월세는 지불가능용의액 범위 안이다.)

그렇다면 디벨로퍼는 60만원대의 주택을 개발하면 된다. 다만, 그 개발이 쪽방 혹은 고시원 형태가 돼서는 우리 사회 전체에 주는 효용이 없다. 이제 디벨로퍼는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한다. 사회 전체 효용도 증가시키면서 사회초년생에게 적합한 주택이 무엇인지를.

셰어하우스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셰어하우스 거주자는 본인만의 공간(침실)을 갖고 있으나 부엌과 거실 등을 다른 입주자들과 공유한다. 비록 이들은 자신만의 전용 공간이 원룸에 비해 작더라도 원룸의 거실과 부엌보다 더 큰 공용 공간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사용 공간이 원룸에 비해 작기 때문에 이들이 지불하는 임대료는 원룸에 비해 적다. 결과적으로 공유경제 개념의 부동산 상품인 셰어하우스는 상대적 주거약자를 위한 주거공간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셰어하우스 개발 및 운영은 리스크를 내포한다. 셰어하우스 시장은 현재 성숙한 시장이 아니기에 수요자들의 관심은 있으나 실제 거주와 이어지지 않는다면, 셰어하우스 개발·운영회사는 사업 실패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볼 수 있다. 어찌보면 셰어하우스 개발·운영회사는 미성숙한 시장의 지평을 열어야 하는데, 이는 굴지의 대기업에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면 이런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다.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해 수요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예비 거주자 리스트를 확보함으로써, 시장성을 검증하고 실제 거주자를 구하는 것이다. 공유경제가 모바일 플랫폼과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성장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거상품을 위한 인센티브가 추가된다면 사회적 형평을 추구하는 공유공간, 셰어하우스도 가능하다.

지난 1년의 안식년 기간 필자는 일면 엉뚱한 일에 손을 댔다. 우연치 않게 역삼동소재 신축 셰어하우스 ‘쉐어원(ShareOne)’ 기획과 개발에 참여하게 되면서, 셰어하우스를 통한 적정개발이 가능한지를 테스트할 수 있었다. 기획 단계에서 공유공간과 개인공간의 분할, 그리고 공간별 적정 규모 산출, 출근전 화장실 사용 병목현상 해결 방안(대안은 세면대와 화장대, 샤워실을 공간적으로 분리해 해결), 커뮤니티 빌딩이 가능한 주거공간 구조를 연구했고, 실제 이를 개발에 반영했다. 국내 설계회사의 셰어하우스 설계능력 한계가 명확히 존재하였기에, 해외 사례 스터디와 전문 기업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개발 완료 후 운영에 들어간 현 시점, 이상과 현실에서의 괴리는 언제나 존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게 됐다. 애초 기대했던 커뮤니티 빌딩 효과는 예상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초과 근무가 당연한 한국 현실에서 젊은 직장인들의 삶이 팍팍해서인지, 이들은 자신의 공간에 들어오는 순간 개인적 삶을 영위하기에 바쁘다. 다만, 주변 사람과 밀착으로 인한 문제점과 소음 등 공동생활에서 나오는 문제점들이 입주자들간의 소통을 통해서 해결되고 있다. 상호 신뢰와 양보를 기반으로 하는 초기 단계의 커뮤니티 빌딩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나마 고무적인 현상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수요층 확보와 셰어하우스 실수요층 확인, 그리고 셰어하우스 성공가능성 확인은 적정개발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웠다. 그리고 이는 지난 1년의 안식년 기간 셰어원 기획 개발과 운영을 바라보면서 얻은 수확이다.

셰어하우스 '쉐어원'(ShareOne)

쉐어원은 청년 1인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강남 최초 신축 셰어하우스이다. 현재 8명의 청년들이 독립적인 1인 주거공간과 업그레이드된 공유 공간(주방 및 거실 등)에서 생활하며, 기존 원룸형 주거공간보다 넓고 쾌적한 환경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하고 있다. 또한, 여가문화 활동이 가능한 별도 지하 공간 ‘쉐어원 라운지’가 있어, ‘혼자인 듯, 혼자 아닌, 혼자 같은’ 공유문화와 도시생활이 가능하다.

▲  쉐어원 거실(공용공간)
▲ 쉐어원 거실(공용공간)

▲  쉐어원 주방(공용공간)
▲ 쉐어원 주방(공용공간)

▲  쉐어원 개인 방(개인 전용공간)
▲ 쉐어원 개인 방(개인 전용공간)

▲  (커뮤니티 빌딩 효과를 보고자 쉐어하우스 3계층을 내부 계단으로 연결시킴)
▲ (커뮤니티 빌딩 효과를 보고자 쉐어하우스 3계층을 내부 계단으로 연결시킴)

▲  건물전체 조감도(지하는 복합문화공간, 2~3층은 오피스 공간, 4층 이상은 셰어하우스등 주거공간)
▲ 건물전체 조감도(지하는 복합문화공간, 2~3층은 오피스 공간, 4층 이상은 셰어하우스등 주거공간)

[필자 소개]

kimkm
▲ kimkm
김경민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하버드대학교에서 도시계획/부동산 박사학위 취득 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도시계획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분석과 개발 스트럭처다. 현재 지역 커뮤니티 친화적 개발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소셜벤처 'Urban Hybrid'를 공동설립해 커뮤니티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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