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 해 동안 다양한 핀테크 얘기가 쏟아졌다. IT 기업부터 유통회사까지 뛰어들어 모바일 간편결제 춘추전국시대를 열었으며, '알파고' 열풍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은행권에도 핀테크 붐이 일었다. 23년 만에 새로운 은행이 등장했다. 케이뱅크와 한국카카오은행이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2017년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창구를 방문하지 않아도 통장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은행은 모바일과 웹 환경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저마다 내놨다.

그 외에도 중금리 대출 시장을 노린 P2P 금융 서비스, 기존 금융 인프라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블록체인까지 금융권에 IT 바람이 불었다.

금융권을 뜨겁게 달군 5개 키워드로 2016년 핀테크를 돌아봤다.

모바일 간편결제 : 춘추전국 시대 승자는 누구?

핀테크 서비스 시작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가 열었다.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스마일페이, 시럽페이, 셀프페이, SSG페이, 오픈페이, NFC 간편결제, LG페이, 티몬페이, 카카오페이, 케이페이, 페이나우, 페이코 등 다양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사용자 선택을 기다렸다. 국내 결제 서비스 외에도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위쳇페이가 국내 기업과 제휴를 맺고 결제 서비스 지원에 나섰다.

모바일 간편결제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사용률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2016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결과 및 시사점’에 따르면, 모바일카드 보유율은 12.1%로 크게 늘었다. 2015년 4월 발표한 ‘2015년 지급결제 보고서’에서 모바일카드 보유율이 5.4% 수준으로 나타났던 것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보유율이 증가했다. 모바일카드 이용자도 늘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카드 이용자는 10.3%에 이른다.

모바일 간편결제 사용처가 늘어난 덕이다. '○○페이' 서비스는 결제, 멤버십 포인트 적립, 송금 기능에서 나아가 아파트 관리비 결제, 전기요금과 같은 청구서 납부 서비스도 지원한다. SSG페이가 아파트 관리 납부 서비스인 아파트아이와 제휴를 맺고 아파트 관리비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 청구서’를 통해 지방세, 전기요금 납부 서비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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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_kakao_1

P2P 금융 : 규제와 가이드라인 사이에서 길을 잃다

높은 대출 금리, 낮은 저축 금리 분위기에 P2P 금융업체가 제공하는 중금리 대출에 대한 관심이 높다. P2P 대출 투자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2014년 당시 10여곳에 불과했던 P2P 금융업체는 어느새 수백여곳으로 늘었다.

그중 부동산 P2P 대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금융회사가 앞다퉈 부동산 P2P 대출 상품을 선보이면서 투자 마감 시간도 빨라지고 있다. 과거엔 대출 상품이 마감까지 수일이 걸렸지만, 이젠 수초 안에 끝날 정도다.

P2P 금융 성장에 힘입어, 신용대출과 담보대출 외에 제1금융과 손잡고 P2P 상품을 선보이는 업체가 등장했다. P2P 방식을 통해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모으면 협력은행과 공동으로 구축한 은행 통합 시스템을 통해 대출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순조롭게 성장할 것 같은 P2P 금융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일도 있었다. P2P 대출 서비스로 유명한 렌딩클럽에서 부실 대출 사건이 발생했다. 2200만달러에 이르는 대출이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대출자에게 제공됐다. 국내에서는 머니옥션이 자본잠식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자금 인출이 불가능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P2P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위원회가 P2P 금융 투자 한도를 제한하고, 고객 자산 분리 관리 내용 등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투자 한도 투자금 분리 관리, 정보 공시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P2P guideline 2
▲ P2P guideline 2

로보어드바이저 : 비대면 거래 허가 여부가 변수

2016년 상반기만 해도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자산 관리를 해준다는 로보어드바이저에 많은 이가 관심을 보였다. 금융위원회 역시 ISA, 연금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이 등장함에 따라 자문서비스 문턱을 낮출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역할이 늘어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하반기로 접어들며 기대와 다르게 움직였다. 금융당국은 사실상 비대면 일임 계약에 대한 사실상 불가 방침을 내렸다. 일임 투자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불완전 판매가 생길 가능성 때문이다. 이로써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직접 온라인을 통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막혔다.

금융위원회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통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테스트베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 보안성은 갖췄는지 시험하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은행 : 기존 은행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

23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은행 등장을 앞두고 있다. 2015년 11월 국내 최초 인터넷 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KT와 카카오가 서비스 출범을 앞두고 있다. 케이뱅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통해 은행업 본인가를 획득했으며, 카카오뱅크 역시 본인가를 신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인터넷 전문은행 계획이 발표되면서 각 은행은 모바일과 웹에 최적화된 별도의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우리은행 '위비뱅크'를 시작으로 KEB 하나은행 '1Q뱅크', 신한은행 '써니뱅크', DGB 대구은행이 '아이M뱅크’를 선보였다.

챗봇을 활용한 인터넷뱅킹 서비스도 등장했다. 메신저 채팅봇을 통해 자동으로 상담해주는 서비스를 준비하는 곳도 생겼다. NH농협은 카카오톡 메신저 기반의 ‘금융봇’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신한은행, 기업은행, KB국민은행 역시 인공지능을 활용한 금융 챗봇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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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_kbank

블록체인 : 2017년 핀테크 이끌 아이템으로 떠올라

한국은행을 비롯해 주요 금융기관 중심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2014년 비트코인 등 디지털 화폐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던 때와 달라진 모습이다. 비트코인 작동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 방식이 금융 인프라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실제로 비자, JP모건 등은 해외 송금 부문에서, UBS와 도이체방크는 본지점 송금 부문, 나스닥에서는 자본시장 거래 부문, 미즈호는 기록관리 분야에서 분산원장 기술을 일부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KB국민카드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개인 인증 시스템을 선보였다. 대신증권은 비트코인 기반 예수금 입금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와 선물사 등이 참여하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출범했다. 은행연합회 주도로 구성된 은행권 블록체인 컨소시엄은 올해 1분기에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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