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6
▲ 사진=G6

LG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G6'가 출시된 지 한 달째다.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출시 이틀 만에 3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별 다른 경쟁자가 없기도 했다. 그러나 3월25일에는 애플이 '아이폰7 레드'를, 3월30일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8'을 내놓으면서 G6의 상승세에 노란불이 켜졌다. 시장조사업체 아틀라스리서치가 발표한 스마트폰 판매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LG전자의 LG유플러스 개통 G6 모델 판매 순위는 3위를 기록했다. 이 시점에 G6를 살까, 말까. 고민하는 독자를 위해 리뷰를 쓴다.

기본에 빠진다

LG 스마트폰의 가장 큰 매력은 뭘까. 단연 ‘노크온’ 기능이다. 스마트폰을 켜기 위해 굳이 손가락으로 홈버튼이나 측면 버튼을 누를 필요없다. 톡톡, 두드리면 화면이 켜진다. LG폰을 하루만 써봐도 어느새 이 폰, 저 폰 액정을 톡톡 두드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후면 버튼은 호불호가 갈린다. 절대적 지지자의 입장에서 서술하자면, 손에 폰을 쥐었을 때 검지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닿는 곳에 후면 버튼이 있다. 지문인식도 후면 버튼에서 편하게 하면 된다. 또 후면 버튼이 뒤에 달린 덕에 ‘베젤리스’ 디자인이 훨씬 깔끔하게 뽑힐 수 있었다. 갤럭시S8은 지문인식 버튼만 후면에 따로 배치했는데, 번거롭게 느껴진다. ‘그냥 얼굴인식 기능을 쓰면 된다’는 반응이 많다.

18대9, 버리기 아까운 ‘계륵’

18대9 화면비, 5.7인치 QHD+(2880×1440) 풀비전 (FullVision) 디스플레이로 넓은 화면을 확보했다. 베젤을 최소한만 남기고 모두 없앴다. 이전에도 베젤을 없애려는 ‘시도’는 있어왔고 최근 발표된 갤럭시S8도 위·아래 베젤을 깔끔하게 줄였다. G6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베젤리스’의 포문을 먼저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  레드벨벳MV를 보고 있었다
▲ 레드벨벳MV를 보고 있었다

유튜브를 켰다. 화면을 가로로 돌리자 양 옆에 공간이 남은 채로 영상이 재생된다. 거슬린다. 넷플릭스 앱을 켜도 마찬가지다. 카카오 프렌즈팝콘을 켜봤다. 역시 양쪽이 잘려 있다. 강제로 18대9 화면비를 설정하면 화면이 늘어나서 좌우 상하 메뉴가 가려지기도 한다. 그 바람에 클릭해야 할 곳을 클릭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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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reenshot_2017-03-29-10-37-55

불편한데 왜 ‘계륵’이냐고? 화면 잘림이 없을 때에는 18대9, 넓은 화면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MMORPG 게임을 켜자 꽉 찬 화면이 흡족했다. 기사나 페이스북 등 캡처 화면을 전송할 때도 좀 더 긴 내용이 담겼다.

웹툰을 볼 때도 편리하다. 예컨대 다음웹툰에는 자동스크롤 기능이 있는데, 꾹 누르면 원하는 속도를 선택할 수 있고 자동으로 화면이 내려간다. 아침에 헤어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는 짧은 틈에 웹툰을 보려고 애용하는 기능이다. 김요한 카카오 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는 “픽셀 단위로 자동 스크롤이 적용되기 때문에 크기나 사양에 따라 스크롤 속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G6는 해상도가 564ppi(인치당 해상도)로 화소 밀도가 높은 편이다. 아래 GIF 파일에 있는 왼쪽 스마트폰은 넥서스 기종이다.

▲  완벽하게 동시에 버튼을 누르지는 못했지만, 속도가 다름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완벽하게 동시에 버튼을 누르지는 못했지만, 속도가 다름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18대9 화면을 지원하는 콘텐츠가 많지 않아 앱 호환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설정에서 비율을 달리 정해둘 수 있다.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8도 18.5대9 비율을 택한 만큼 향후 앱 호환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물론 장담할 수는 없다.

멀티미디어 기능 ‘좋아요’, 사양은 ‘글쎄’

스마트폰을 고르는 기준은 다들 천차만별이겠지만 카메라는 ‘기본’이 아닐까. G6가 가장 자신있게 내세운 기능은 전후면 광각 카메라다. 전면카메라는 500만화소로 V20과 같다.  후면카메라는 듀얼렌즈로 1300만화소에 OIS 기술이 적용됐다. ‘카툭튀’를 없애 뒷판이 한결 매끈해졌다. 같은 자리에서도 몇 보 떨어져 찍은 듯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영상촬영시에도 일반모드와 광각모드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었다. 정방형인 스퀘어 카메라, 360 카메라 등 다양한 기능이 있어 사용자 경험을 풍성하게 했다. 전문가 모드에서는 화이트밸런스, ISO, 셔터스피드 등 일반 디지털 카메라에 있는 기능을 그대로 쓸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aKSaQL0K04

광각모드로 찍은 사진을 확대하면 화질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고화질 사진이 필요한 순간에는 참고하자. 광각 촬영시 가장자리가 왜곡되는 현상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동 시간은 항상 지루하다. 이어폰이 없는 날은 지루함이 배가 된다. 퇴근길,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건 ‘별 것 아니지만 위로가 되는’ 일이다. G6는 이러한 사용자 경험을 토대로 멀티미디어 기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G6는 하이파이 쿼드 DAC로 고해상도 음악 재생이 가능하다. 노이즈를 최대한 줄여줘 오리지널 음원과 비슷하게 들린다. 이어폰을 꽂고 하이파이 쿼드 DAC 설정을 눌러야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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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kaoTalk_20170324_150348347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영화 ‘헤드윅’의 O.S.T 음악을 들어봤다. ‘확실히’ 고급스러운 음질이 느껴졌다. 좌우 음향을 다르게 설정할 수도 있어 유용하다. 24비트 하이파이 레코딩으로 녹음 품질도 스튜디오에서 하는 것처럼 우수하다.

또 LG G6는 세계 최초로 돌비 비전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다. 돌비 비전으로 제작된 콘텐츠는 넷플릭스, 아마존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G6 외 모바일 기기로는 아직 돌비 비전 콘텐츠를 즐길 수 없다.

프로세서는 어떨까. CPU로 퀄컴 스냅드래곤 835가 아닌 이전 세대 스냅드래곤 821을 탑재했다. 지난해 출시된 V20이 스냅드래곤 820을 쓰고 있다. 숫자만 봐도 큰 차이가 없다. G6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G6 출시 전인 지난 1월23일 <포브스>는 “한 소식통에 따르면 스냅드래곤 835는 갤럭시S8이 출시될 때까지 대량으로 판매되지 않을 것”이라며 퀄컴이 퀄컴 835를 삼성전자와 함께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갤럭시S8보다 빨리 G6를 출시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낮은 사양에도 ‘프리미엄’ 가격을 택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튼튼한 스마트폰이 필요하다면

나는 스마트폰을 자주 떨어뜨린다. 덩달아 고장도 잦다. 불과 2주 전에도 액정 교체에 9만2천원을 썼다. 불안감에 액정 보호에 능한 우레탄 케이스를 사서 끼우곤 한다. G6는 ‘튼튼함’을 공인받았다. 모서리를 라운딩 처리해 내구성을 완성했고 ‘챔퍼링’이 적용돼 낙하 충격을 분산, 파손 위험을 낮춰준다고 한다. 누구나 자사 스마트폰이 튼튼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G6는 다르다. 미국 육군의 MIL-STD-810G 인증을 받은 스마트폰이다. 군인들이 전쟁시에도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LG전자는 언론을 초청해 제품 안정성 실험실을 소개했다. 이 실험실에서는 배터리 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해 배터리를 못으로 뚫기도 하고 철판에 스마트폰을 던져서 고장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혹독한 테스트를 거쳐야만 제품이 생산될 수 있단다.

G6는 포장 상태 및 비포장 상태에서의 저온과 고온, 습도, 진동, 일사량, 저압, 분진, 방수, 열충격, 낙하, 염수 분무, 방우 등 총 14개 항목의 테스트를 거쳤다. 방진방수 기능은 IP68등급으로 최고 수준이다. 약간의 먼지도 통과시키지 않는 ‘완전 밀폐’가 가능하고 ‘연속 침수’에도 끄덕 없다. 1.5m 물속에서 30분 동안 견딜 수 있다.

▲  사진=LG G6 홍보 영상 캡처
▲ 사진=LG G6 홍보 영상 캡처

각종 G6 리뷰 영상에서 G6를 물에 담그는 모습이 연출됐지만 문제 없었다. <블로터>도 물을 뿌려봤는데, 휴지로 닦아내자 잘 작동했다. 화장실에서도 걱정 없이 쓸 수 있다. 이렇게 튼튼해서 군대에서도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이지만 정작 LG전자는 사용자들이 기기를 험하게 다룰까봐 홍보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LG 마케팅팀의 ‘위상’이 더 높아지는 대목이다.

소비자를 사로잡는 단 하나

배터리는 3300mAh로 향상됐다. 배터리 연속대기 약 130시간, 연속통화 약 17시간이 가능하다. 색상은 단순하다. 아이스 플래티넘, 아스트로 블랙, 미스틱 화이트 3가지다. OS는 안드로이드7.0 누가를 탑재했고, 구글 어시스턴트가 지원된다. 다만 언어를 영어로 설정해야 어시스턴트와 ‘대화’할 수 있다. 물론 영어로 말해야 알아듣는다. 인공지능 비서를 쓰려다 영어회화 공부를 시작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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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MWC 2017에서 첫선을 보인 G6는 ‘완벽함의 추구(Pursuit of Perfection)’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G6는 아기자기하다. 사용자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인 티가 난다. 셀카봉이 필요없는 광각카메라, 18대9 비율로 이중작업 가능, 고품질 음향, 우수한 녹음 기능, 베젤리스 디자인 등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위해 노력한 흔적을 G6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완벽함을 추구한다’고 주장하기에는 서둘러 나오느라 챙기지 못한, 아쉬운 부분도 보인다. 어떤 기기든 장단점이 있다. 마지막 선택은 결국 각자의 기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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