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을 목표로 가지만, 돈벌이에만 연연하지는 않겠다. 최종적으로 소비와 금융까지 포괄하는 허브로 작용하는 앱이 되고 싶으며, 이를 지향하겠다."

지난 4월1일부로 NHN페이코 주식회사 선장을 맡은 정연훈 대표 포부다. 단순 결제 서비스에만 집중하지도, 특정 기능에만 매몰돼 페이코를 지휘하기보다는 광고와 마케팅 시장까지 고려한 종합 서비스로서의 작업을 차근차근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장 성과의 만족하기보다는 적어도 10년을 내다보았다.

▲  정연훈 NHN페이코 대표이사
▲ 정연훈 NHN페이코 대표이사

정연훈 대표는 2004년 NHN에 합류해 12년 이상 네이버(옛 NHN)와 NHN엔터테인먼트에서 게임 마케팅 비즈니스, O2O 서비스 기획 등 포털과 게임을 넘나들며 다방면의 업무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11월부터 페이코 사업을 운영했다. 페이코는 간편결제 서비스로 2015년 8월 정식 출시한 이래 온·오프라인 가맹점, 금융기관과 제휴를 맺고 송금, 멤버십, 포인트, ATM 등 금융 서비스 확장에 집중했다.

서비스 출시 당시 기획팀 4명으로 시작한 페이코는 지난 2월말 기준 월결제액 1100억원, 누적 결제액 1조2천억원, 지난 3월 기준 월 거래액이 1400억원을 넘어섰다. 페이코 관련 인원은 170여명이 NHN엔터테인먼트 플레이뮤즈엄 사옥에서 활동 중이다.

NHN엔터테인먼트 둥지를 떠난 페이코 사업은 앞으로 ▲NHN 시절부터 쌓아온 빅데이터 기술력과 우수한 연구 인력 ▲금융기관 20곳과 제휴한데 이어 NHN한국사이버결제, KG이니시스 등 대표 PG 사업자, 10여개 VAN사와 제휴 ▲십수년간 한게임과 포털 등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누적한 보안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국내 대표 간편결제 전문기업으로의 성장을 그리고 있다.

‘플랫폼' 아닌 ‘데이터’로 승부수 띄운다

미국 컨설팅업체 가트너는 세계 모바일결제 시장이 2011년 1059억달러(약 117조4천억원)에서 2017년 7214억달러(약 799조7천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월 발간한 '2016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결과 및 시사점’에 따르면, 모바일카드 보유율은 12.1%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4월 발표한 ‘2015년 지급결제 보고서’에서 모바일 카드 보유율이 5.4% 수준으로 나타났던 것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보유율이 증가했다. 모바일카드 이용자도 늘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카드 이용자는 10.3%에 이른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국내 모바일 결제 서비스 시장은 겉보기엔 성장 중이다. 뛰어든 기업도 많다. 신용카드사와 커피전문점에서 제공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부터 유통회사와 PG사, 플랫폼사, 이동통신사 등이 제공하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까지 이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는 30여종에 이를 정도로 많다.

그러나 대부분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살펴보면, 각자 가진 사업 영역 안에서만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요 모바일 간편결제로 꼽히는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안에서, '카카오페이'는 카카오 안에서 이뤄진다. 신세계 'SSG페이'도 마찬가지다. 신세계가 제공하는 서비스 위에, 자사 플랫폼 위에 기능 중 하나로 결제를 추가해 운영하고 있다.

플랫폼 기반 결제 서비스를 강화하는 다른 업체와 다르게 페이코는 ‘서비스 중립자’ 위치를 강조한다. 이미 다른 모바일 결제 사업을 도입한 가맹점과 제휴를 맺고, 자체 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유통 쇼핑몰과 손을 잡는데도 주저함이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자의 서비스 플랫폼 안에서 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과 다르다. 기존 결제 플레이어와 부딪히지 않고, 싸우지 않으면서 뒤에서 가맹점과의 협력을 통해 조용히 체력을 키우고 있다.

“처음부터 포지셔닝을 플랫폼 기반으로 하고 싶었다면, 플랫폼 업체를 인수했을 것입니다. 결제로만 보자면, 중립적인 포지셔닝이 안되면 항상 싸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물론 플랫폼 기반으로 한 사업자가 한방에 쭉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기존 운영기관, 오프라인은 VAN으로 온라인은 PG 등 향후 협력이 없으면 어렵지요. 특히 오프라인 시장은 돈으로 선점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정성과 시간, 노력 필요한 곳으로 VAN, POS사를 우호적으로 끌어안는 데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정연훈 대표는 자체 플랫폼 안에서 결제 서비스를 운영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결제만 고집해서 수익을 만들 생각도 없다고 강조한다. 사실 페이코는 다른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와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티머니와 손잡고 오프라인 시장을 공략하고, 다양한 카드사와 손잡고 신규 금융 서비스 모델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개발했다. 그 외에도 간편송금, 간편구매, 지문인증 도입, ATM 출금, 충전 포인트 도입 등 다양한 기능을 출시했다.

지난 2월 기준 페이코 재결제율은 78%에 이르고, 최다 이용자의 하루 평균 결제 건수는 7회를 기록했다. 페이코와 제휴를 맺고 마케팅을 진행한 프랜차이즈 커피·베이커리 전문점은 60여개 매장에서 3개월 정도이긴 하지만 매출이 평균 20%나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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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매장은 매출 상승이 40%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별도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코를 쓰겠다고 말하더군요. 이 작업은 아마 5월 정도면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변화의 조짐이 있습니다. 이를 느낄 수 있지요. 예전엔 저희가 가맹점에 ‘붙여달라’라고 얘기했다면, 이젠 ‘반반씩 (마케팅 비용을) 부담하자’라는 식일까요. 본인들이 마케팅 비용 모두 부담할 테니 배타적으로 우리랑만 하자는 가맹점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정연훈 대표는 NHN, 한게임 시절부터 다루고 경험한 데이터 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로 승부수를 띄웠다. 빅데이터 기반 타깃 광고를 페이코 결제 성과와 연동한 사업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VAN사와 PG사로부터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 전문이 있는데, 페이코는 오프라인 가맹점과의 계약을 통해 결제할 수 있는 연동 구조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좀 더 구체적인 데이터를 얻는다.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자가 모바일 결제를 사용했을 때, 다른 결제 서비스는 ‘A 편의점에서 1만원 사용’이라는 정보만 얻는다면, 페이코는 ‘A 편의점에서 생수 얼마, 과자 얼마, 커피 얼마’ 등 품목별로 데이터를 받는다. 페이코는 이 정보를 비식별화 조치를 한 다음 자사 페이코 회원 정보와 연동한다. 연령, 품목별, 요일별 등 다양한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타깃 분석을 할 수 있다. 이런 마케팅 방식이 대표적으로 적용된 곳이 프랜차이즈 커피·베이커리 전문점이다.

예컨대 페이코는 마케팅 제휴를 맺은 가맹점 인근에 위치 기반 마케팅을 이용해 빵을 잘 구입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평일에 먹더라’, ‘주말에 먹더라’ 등 타깃팅 해서 2~3일 정도 페이코 앱으로 쿠폰 푸시 메시지를 발송했다.

"나중에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CTR(클릭률)가 높게 나오더군요. 페이코가 하고 싶은 궁극적인 마케팅은 이런 것입니다. 가맹점 역시 퍼포먼스 기반으로 호응을 보내고 있습니다. 페이코는 향후 데이터 분석 기반으로 업종별로 시범 운영을 통해 상품을 만들고 시스템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정연훈 대표는 이런 마케팅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멤버십과 결제 과정을 묶는 작업이 필수라고 얘기했다. 멤버십과 결제가 따로 작동할 때보다는 둘이 같이 움직일 때 얻을 수 있는 데이터 시너지가 더 높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사용자 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결제와 멤버십을, 결제할 때 한 번에 이뤄지게끔 돕는 게 좋다. 페이코는 CU에서 선보인 결제와 동시에 자동 멤버십이 적립되는 구조를 앞으로 다양한 서비스로 확대할 계획이다.
"각자의 멤버십의 성과를 보여주고 이후 페이코로 통합되는 것을 유도하려고 합니다. 올해 안에 사용자 경험(UX)도 개선해서 더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벤트 콘텐츠도 넣고요. 현재 앱에서 결제 서비스만 제공하는데, 결제까지 가지 않아도 검색 차원에서 수십만명이 방문하더군요. 이 부분을 고려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업체와 결제 수단 제휴 검토 중

'○○페이' 서비스는 이제 결제, 멤버십 포인트 적립, 송금 기능에서 나아가 아파트 관리비 결제, 전기요금과 같은 청구서 납부 서비스도 지원한다. SSG페이가 아파트 관리비 납부 서비스인 아파트아이와 제휴를 맺고 아파트 관리비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 청구서’를 통해 지방세, 전기요금 납부 서비스를 선보였다. 페이코도 올해 안에 브랜드 기프트샵, 세금 납부, 코레일 등 교통 관련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중·대형 가맹점을 확보해서 사업 방향이 ‘결제’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방침이다. 정연훈 대표는 마케팅 비용 효율화를 통해 지난해와 같은 비용을 쓰더라도, 더 높은 효과를 볼 수 있게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을 예고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도 그중 하나다. 국내 결제 서비스 외에도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위챗페이가 국내 기업과 제휴를 맺고 결제 서비스 지원에 나섰다. 페이코는 해외 시장 겨냥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같은 계열사 안에 있는 NHN한국사이버결제(KCP)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때 국가별 결제 수단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이나 구글을 예로 들 수 있다. 페이코도 NHN엔터테인먼트 우산 아래 NHN한국사이버결제(KCP)와의 시너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CP는 전자상거래 통합결제 서비스 제공업체로 결제대행(PG), 부가가치통신망(VAN) 사업을 하고 있다. KCP는 페이코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다른 전자결제서비스 사업자와 달리 PG사업과 온라인과 오프라인 VNA 사업, 휴대폰결제 사업을 모두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0월에는 글로벌 1위 PG 업체인 사이버소스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사이버소스 글로벌 가맹점 국내 진출이나 국내 가맹점 해외진출 시 결제 시스템을 담당한다. 지난 2015년에는 중국 텐센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가맹점에 ‘위챗페이’ 서비스를 제공했다. 위챗페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정연훈 대표는 "중국도 직접 진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제휴 모델이 가장 적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며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지만 동남아, 일본 등 준비는 하고 있으며, 글로벌 결제 수단과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 '안드로이드페이'가 들어왔을 때, 페이코가 가진 NFC(근거리무선통신) 플랫폼을 개방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다양한 NFC 업체가 합류해서 시장 크기를 키우면 좋겠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사와 모바일 제조업체 역시 NFC 기반 결제에 관조적이다. 과거 SK텔레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진행한 ‘모네타’ 서비스가 저조한 성적으로 마무리 된 모습을 지켜보았기에 오히려 더욱 조심하는 분위기다.

페이코는 지난 2015년 NFC 지원 POS 기기 1만대를 무료 공급하면서 오프라인 기반 NFC 결제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기조는 올해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다만, 단순 동글 공급보다는 생태계 확산에 더 고민하고 있다.

정연훈 대표는 “현재 오프라인 시장에서 가장 검증된 방식은 NFC 방식으로, 함께 협력해 나갈 방법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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