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내 카카오톡 프로필 못 보게 하는 방법 없나요?”

아무리 잘 알고 친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매번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습니다. 시간적 공간적 제약은 항상 있고 가끔은 심적인 부담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연결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는 끊임없이 기술을 활용해 네트워크상에서 연결되는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지인 중심 네트워크 기반 채팅 서비스는 먼 옛날 ICQ부터 MSN메신저, 버디버디, 네이트온 등 PC 기반 메신저를 지나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지금의 카카오톡에 정착했습니다. 한국에서 카카오톡의 월 활동사용자 수는 4200만명에 이릅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카카오톡을 쓴다고 봐도 틀리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은 여러 비즈니스 모델은 얹으며 성격이 좀 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 카카오톡은 지인 중심의 채팅 서비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카톡해’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고요.

▲  카카오톡
▲ 카카오톡

계정 기반이었던 기존 메신저 서비스와 달리, 카카오톡은 휴대폰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야 하고, 주소록을 바탕으로 친구 목록을 가져옵니다. 그러면서 문자를 거의 완전하게 대체해버렸습니다.

문제는 카카오톡이 단순한 연락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카카오톡은 프로필 사진을 설정할 수 있고, 상태메시지를 넣을 수 있으며, 카카오스토리 등 소셜미디어와 연동할 수도 있습니다. 아예 접근이 불가능한 개인정보라고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상당히 개인적인 정보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러한 카카오톡의 성격이 도드라진 사건이 지난해 10월에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 10월18일 카카오는 카카오톡 안드로이드 버전을 업데이트하면서 ‘알 수도 있는 친구’기능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카카오톡 친구 목록 상단에 이 기능을 넣었다가 불만이 쏟아지자 되돌린 바 있습니다. 비판을 받은 이유는 다음 트윗에 함축돼 있습니다.

https://twitter.com/hanzfedora/status/788387220038103040?ref_src=twsrc%5Etfw&ref_url=http%3A%2F%2Fwww.huffingtonpost.kr%2F2016%2F10%2F19%2Fstory_n_12551590.html

프로필 사진도 마음 편하게 못 올리고 써야 하나

사용자는 내가 올린 사진, 내가 적은 메시지가 ‘내가 아는 사람’에게만 전달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사자의 동의가 없어도 이런 사적인 정보를 볼 수 있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까짓 프로필 사진이 뭐 별거라고 유난이냐’ 싶지만 이런 사고도 생깁니다.

“A씨는 매일 2~30개가 넘는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휴대폰에 저장해 카톡 등에 올라온 여성의 사진을 확인하거나 사생활을 음탐하기 시작했다.”

- ‘전화번호 무작위 저장 후 여성 사생활 변태적 음탐’ <경기신문>, 이상훈 기자, 2016년 8월1일


위의 사례는 좀 유별나긴 하지만, 치근덕대는 사람이 내 사진을 볼 수 있다는 불쾌함은 널렸습니다. 일방적인 피해가 아니더라도 사람 간 관계라는 게 매번 매끄러울 수 없어서, 상대방에게서 나를 아예 덜어내고 싶을 때도 왕왕 찾아옵니다.

하지만 카카오톡에서는 특정인을 차단했을 때 차단 당한 사람은 이를 인지할 수 없도록 설계했습니다. 실제로야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사용자는 계속 불편함과 찜찜함을 마음 한켠에 담아둬야 했습니다. 카카오톡에서 차단한 친구가 내 프로필을 확인할 수 없도록 설정하는 기능에 대한 카카오의 입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카카오톡에서 특정인을 차단했을 때 이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것 등을 포함, 실제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이용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차단된 상대방은 차단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했으나, 차단 사실을 상대방이 알게 되더라도 나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기를 희망하는 이용자들의 니즈가 증가함에 따라 대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는 사용하다 보면 쉽게 무색해집니다. 집적대던 사람이라면 메시지가 안 읽히는 순간 깨달을 것이고, 차단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제3자가 양자를 그룹방에 초대하면 상대방이 다시 나에게 말을 걸 수도 있습니다. 프로필이 보인다고 인간관계에 문제가 안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시스템은 ‘상대방이 나를 차단하지는 않았나’ 의심하게 합니다. 사용자는 ‘카카오톡 차단 확인방법’을 검색해봅니다.

▲  구글 관련 검색 화면 갈무리
▲ 구글 관련 검색 화면 갈무리

카카오톡 이야기에 자꾸 텔레그램을 꺼내는 게 좀 그렇긴 합니다만, 텔레그램의 차단 방법은 카카오톡과 또 다릅니다. 차단이 되는 순간부터 사용자가 설정한 프로필사진이 기본 프로필로 변경되고, 접속시간을 나타내는 문구는 “마지막으로 접속한 지 오래됨”으로 변경됩니다. 개인적인 프로필 사진을 공개한다는 찜찜함은 확실히 덜어내고, 완벽하진 않지만 차단 사실의 인지를 조금 어렵게 만들어 인간관계에 대한 우려도 덜 수 있습니다.

telegram
▲ telegram

국내에서 카카오톡은 메시지를 거의 완전히 대체했고, 전화도 일부 대체했습니다. 카카오톡을 편한 친구나 가족과만 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생활의 불편함, 인간관계의 복잡함도 카카오톡에 들어옵니다. '카카오톡도 사람 사이의 관계인데 어떻게 편하게만 쓰나' 생각도 듭니다만, 앱 하나 마음대로 못하는 것도 속은 쓰립니다.

사용자마다 카카오톡의 용도는 각자 다를 수 있습니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하나의 기능을 도입하고, 또 하나의 기능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를 조율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프로필 차단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우려나 불편보다는 피해를 더 크게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침 카카오 쪽에서도 프로필 차단 기능에 대한 개선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니 조금 더 지켜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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