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도 분장을 하고 아이에게 겁을 주는 몰래카메라 콘텐츠로 논란이 된 '태희의 해피하우스' 영상 갈무리
▲ 강도 분장을 하고 아이에게 겁을 주는 몰래카메라 콘텐츠로 논란이 된 '태희의 해피하우스' 영상 갈무리

아빠가 강도로 분장을 했다. 아빠는 엄마를 잡아가겠다며 전기 모기채로 아이에게 겁을 줬다. 이어 노래 부르고 춤을 추라는 엄포를 놓았고 아이는 울며 그 지시에 따랐다. 우는 아이 모습을 '눈물의 몰카 성공'이란 자막과 함께 내보냈다. 유튜브 키즈 채널 '태희의 해피하우스'에 업로드된 영상의 내용이다.

국제구호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9월14일 해당 채널 운영자를 아동학대로 고발했다. 유아에게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는 자극적인 행동을 했고, 이러한 모습이 담긴 영상을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해 금전적인 이익을 취했다는 이유였다. 세이브더칠드런 측은 해당 유아뿐만 아니라 영상의 주 시청자층인 유아와 어린이에게도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고발대상에는 '태희의 해피하우스' 뿐 아니라 구독자수 157만명의 대형 유튜브 키즈 채널 '보람튜브'도 포함됐다. 보람튜브 채널은 이전부터 주인공 보람 양에게 아빠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상황을 연출하게 하거나, 아이가 실제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습도 내보내는 등 유튜브 채널로부터 몇 차례 경고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채널 운영 경험이 있는 관계자는 "보람튜브는 이미 얼마 전 수익 정지 처분을 유튜브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예전부터 해외에서 자극성으로 문제가 많이 되고 있는 '토이프릭스(Toy Freaks)' 채널을 베꼈다고 할 만큼 비슷하게 콘텐츠를 만들어 말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보람튜브는 문제가 된 영상을 현재 모두 비공개 전환한 상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고발장에서 “현실과 허구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운 유아에게 절도와 복수 등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게 할 뿐 아니라 비슷한 설정을 반복한 점을 볼 때 해당 아동에게 주는 피해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라며 “이로써 광고수입을 취한 것은 아동 착취라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를 시청한 사람 대다수가 아동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유아는 선정적인 장면에 익숙해지고 모방할 우려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  아빠 지갑에서 몰래 돈을 훔치는 장면을 연출한 장면(좌), 실제 자동차로 장난을 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 보람튜브 갈무리
▲ 아빠 지갑에서 몰래 돈을 훔치는 장면을 연출한 장면(좌), 실제 자동차로 장난을 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 보람튜브 갈무리

콘텐츠 제작자에게 '자극적인 콘텐츠'는 마약과 같다. 내가 만든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집중력을 가지고 봐줬으면 하는 욕구의 반영이다. 좋게 말하면 화제성 정도로 바꿔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유해성과 선정성 같은 단어들과 엮이는 게 문제가 된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담아내야 할 크리에이티브는, 손쉽게 자극적인 콘텐츠가 됐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수익에 대한 욕구다. 조회수가 곧 돈이 되는 동영상 플랫폼의 수익분배 시스템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튜브의 경우 조회수 한 건에 보통 1원의 수입이 발생한다. 유튜브는 이 수익 중 55%를 동영상 게시자에게 배분한다. 위에서 말한 두 키즈 채널의 동영상들이 각각 5만에서 230만 조회수를 기록한 것을 생각해보면 이에 따라 발생한 수익도 유추할 수 있다.

사실 조회수를 위한 자극적 콘텐츠 논란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아프리카TV 등 국내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BJ들이 '별풍선' 수익을 목표로 선정적 콘텐츠를 쏟아내던 게 시작이라면 시작이다. 하지만 여태까지의 논란은 대부분 성인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유해 콘텐츠 논란으로 아프리카TV, 페이스북 계정 정지에 이어 얼마 전 유튜브에서까지 정지 처분을 받은 신태일 씨가 대표적인 예다.

▲  아이들의 뇌는 스펀지와 같다(flickr.CC BY.Haylee Sherwood)
▲ 아이들의 뇌는 스펀지와 같다(flickr.CC BY.Haylee Sherwood)

문제는 이 마약 같은 자극성이 키즈 콘텐츠까지 내려왔다는 점이다. 주로 7세 미만의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하는 콘텐츠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채널은 키즈 크리에이터 채널이라기보다는, 키즈 콘텐츠 채널로 별도 분류할 수 있다. 주로 부모의 영상 제작 능력으로 아이와 함께 장면을 연출하는 식이다. 그만큼 어른의 성향과 아이디어가 콘텐츠 제작 시에 많이 반영된다.

어른들의 수익에 대한 욕구가 아이의 연출에 반영되면 일반적인 콘텐츠 논란의 범위를 더 뛰어넘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아이에 비하면 상당히 편협한 생각을 갖고 있는 어른의 시각에서 콘텐츠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채널들은 주로 '유튜브 채널 운영을 해보고 싶은데, 키즈가 수익이 된다고 하니 키즈 콘텐츠를 해보자'는 식의 생각으로 시장에 접근한다. 하지만 키즈 콘텐츠는 연출의 대상도 어린아이고, 그것을 소비하는 층도 어린아이들이다. 중간자 입장에서, 그것도 수익을 가져가고 있는 어른들은 누구보다 깊이 콘텐츠의 성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현재의 독으로 인해 아이들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길기홍 라임튜브 대표는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모방의 성향을 갖고 있다. 백지 같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따라 하며 자아가 형성되는 것이다. 라임튜브 영상도 주변 부모님들이 아이가 보고 따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라며 "부모 입장에서 내 아이에게 이걸 보여줄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콘텐츠를 만든다"라고 키즈 콘텐츠 수위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한 해외 키즈 콘텐츠 채널 '토이프릭스(Toy Freaks)'. 구독자수가 780만명에 달한다.
▲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한 해외 키즈 콘텐츠 채널 '토이프릭스(Toy Freaks)'. 구독자수가 780만명에 달한다.

국내 유튜브 콘텐츠는 대부분 해외에서 인기를 끈 포맷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키즈 콘텐츠의 경우 이제 한창 활발하게 한국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른들의 욕심으로 소위 '나쁜 물'이 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튜브 측은 "채널들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지키는지에 대해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말 이외의 별도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키즈 콘텐츠는 어린아이들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보다 섬세하게 관리돼야 할 필요가 있다. 연출 과정에서 아이가 처할 환경, 해당 콘텐츠를 무심결에 접하게 될 아이들의 인식에 대해 명확히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새소식]

위 ‘세이브더칠드런, 아동학대 유튜브 키즈 채널 고발’ 기사에 대해 보람튜브 측이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보람튜브 측은 "보람튜브는 유튜브 채널로부터 해당 영상 문제로 경고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또한, 수익 정지 처분을 유튜브로부터 받은 바 없으며 현재 원활하게 채널 운영 중에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블로터>는 해당 기사 부분이 관련자 제보에 의해 인용된 점을 고려해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당사자 측의 입장을 새소식으로 덧붙입니다.

마지막으로 보람튜브 측은 "(이번에 문제가 된) 해당 영상들은 잘못을 인지하고 영상을 이미 내렸으며, 채널을 개편하고 내부 규제를 엄격하게 하는 등 현재로서는 신중히 영상 제작을 해나가고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2017년 9월19일 오후 2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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