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야기해 보면 대체로 반응은 ‘그걸 대체 왜 사?’가 많다. ‘아마존이라는 기업에서 에코라는 걸 파는데 이게 엄청 보급됐다’, ‘요즘 테크 기업들이 너나할 것 없이 뛰어들어서 만들고 있다’고 해도 반응이 시큰둥하다. ‘인공지능’이라는 단어와 광고 탓이 크다.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생기는 높은 기대치가 기본적으로 깔려있고, 광고에서도 말귀를 무척 잘 알아듣는 것처럼 포장해 이 기대치가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현실은 비루하기 짝이 없어서 광고로 올라간 기대치를 여지없이 깎아먹는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는 초기 프로모션용으로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각사의 뮤직 서비스 이용권까지 끼워서 스피커를 판매했다. 스피커는 거의 뿌리는 수준이었다. 서버가 다운되는 등 굉장한 관심을 보여줬지만, 정작 상당한 수량의 스피커를 중고나라에서 만날 수 있었다.

네이버가 '웨이브'에 이어서 새롭게 내놓은 스피커 ‘프렌즈’는 기존 인공지능 스피커의 떨어지는 매력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콘셉트를 잡았다. ‘브라운과 샐리 모양을 한 블루투스 스피커’다.

스펙


  • 크기(mm) : 72×72×170.3(브라운), 72×72×166(샐리)

  • 스피커 : 10W 클래스 D 앰프, 45mm 풀레인지, 60×45mm 패시브 라디에이터

  • 무게 : 378g

  • 배터리 : 2850mAh

  • 오디오 재생시간 : 5시간

  • 네트워크 : 와이파이, 블루투스

  • USB 버전 : 타입C

  • 음성입력 : 내장 마이크(2개)


개봉기

▲  본체와 충전기, 설명서로 구성됐다
▲ 본체와 충전기, 설명서로 구성됐다

▲  마이크는 2개
▲ 마이크는 2개

▲  전원 버튼은 바닥에 있다. 누를 일이 많이 없어서 불편하진 않다.
▲ 전원 버튼은 바닥에 있다. 누를 일이 많이 없어서 불편하진 않다.

디자인의 공로가 지대하다

'라이언'으로 대표되는 카카오프렌즈도 인기가 많지만, 라인의 캐릭터도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프렌즈 스피커는 브라운과 샐리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포장도 그랬지만, 전반적인 제품 마감이 상당한 수준이다.

프렌즈 스피커의 최대 강점은 가벼운 무게와 크기다. ‘충전식’은 이 장점을 대폭 끌어올린다. 프렌즈의 아이덴티티는 집구석에 두고 쓰는 ‘인공지능 스피커’보다 ‘브라운과 샐리 모양의 예쁜 블루투스 스피커’로 자리 잡는다. 음료가 들어있는 텀블러 정도의 크기와 무게를 가지고 있는데, 2580mAh의 내장 배터리로 최대 5시간 동안 재생할 수 있다. 이 외에 10W 클래스 D 앰프를 탑재해 사운드 품질도 상당하다. 네이버 뮤직과 묶어 파는 상품이기 때문에 소리도 저렴하지 않을까 싶지만, 저가형 블루투스 스피커와 차별화되는 깔끔함과 풍부함을 제공한다. 360도 무지향성 사운드를 제공하기 때문에 위치에 따른 왜곡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정가는 12만9천원이지만, 네이버 뮤직 1년권을 9만9천원에 구매하면 공짜로 준다. 판매 화면에 나오는 9만원이라는 가격에 부가세가 따로 붙지만, 그걸 감안해도 저렴한 가격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라는 점을 떼고 생각해도 살 만한 제품이다.

음악감상은 이 정도면 충분

스피커는 사용자와의 접점일 뿐, 직접 사용자의 명령을 처리하는 것은 네이버의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다. 따지고 보면 웨이브와 하드웨어적인 부분 외에서는 차이가 없다. 기본적인 사용 경험은 다음 웨이브 사용기를 참고하자.

우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인공지능 비서는 이제 시작 단계다.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날씨, 타이머 정도만 유용하고 그 외에는 ‘굳이’ 목소리로 시켜볼 만한 기능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음악감상만 두고 생각해봐도 상당히 쓸 만하다. 음악을 탐색하고 감상하는 데 음성조작은 무척이나 편리한 수단이다. 쓰면서 이런 명령을 내렸고, 문제없이 수행했다.

‘에픽하이 노래 재생해줘’,


‘아이유가 부른 발라드 들려줘’


‘이따 6시에 노래 재생해줘’


‘소리 조금만 키워줘 / 조금만 낮춰줘’


‘다음 곡’


‘지금 재생되는 노래 뭐야?’



하나 불만이었던 점은 클로바 앱과의 연동이 그리 유기적이진 않았다는 거다. 19세 연령 제한이 걸린 에픽하이의 '노땡큐' 재생을 위해 클로바 앱에서 연령 인증을 했음에도, 스피커에서는 재생을 위해 연령을 확인해 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 외에 음악 관련한 거의 모든 활용에서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으며 편리했다. 근본적인 단점을 하나 꼽자면 프렌즈에서 음악을 활용하기 위해 ‘네이버 뮤직’을 써야 한다는 거다. 국내 시장은 카카오의 자회사인 로엔의 ‘멜론’이 독주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관성이 있다. 사용자들은 쓰던 서비스를 쓰지 굳이 바꾸려 들지 않는다. 최신곡 위주로 들어서 플레이리스트가 중요하지 않은 서비스라면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높은 장벽임은 분명하다.

낮으면서 높은 허들

음성 UI의 장점 중 하나는 보편성이다. 사람에게 말을 걸듯 조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터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음성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블루투스 연결의 경우 다른 블루투스 스피커는 특정 버튼을 눌러서 연결 대기 상태를 만들어야 하지만, 프렌즈의 경우 ‘블루투스 연결해 줘’라고 말하면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다. 날씨를 물어보거나 타이머·알람을 설정하는 경우도 목소리로 조작했을 때 훨씬 편리하다. 높은 직관성으로 더 많은 사람이 편리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돕는다.

다만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진 않아 또박또박 표준어로 명령을 내려야만 잘 알아듣는다는 점은 아쉽다. 사투리 같은 경우에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어린아이들의 명령에 대한 이해도도 낮은 편이다. 네이버는 “이용자 데이터가 많아짐에 따라 개선된 버전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알렸다.

▲  후드 빨리 내 주세요...
▲ 후드 빨리 내 주세요...

관건은 서비스·콘텐츠 확보

프렌즈는 가볍게 사용하는 블루투스 스피커로서 거의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인공지능 비서’라는 기능은 부가적인 수준으로 생각하더라도 돈이 아깝지 않다. 문제는 ‘쓸만한 인공지능 스피커’가 되기 위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지점에서 네이버 스피커의 가능성은 여타 제조사의 스피커에 비교해 앞서 있다. 네이버는 국내 1위 포털 사업자로서 인터넷에서 가능한 거의 모든 콘텐츠를 제공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서비스 차원에서도 안 하는 게 없는 수준이다. 물론 아직은 가능성일 뿐이고,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여전히 초기이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다. ‘뉴스를 들려달라’고 하면 <YTN>의 뉴스만 재생해주고, 다른 매체는 헤드라인만 읽어주는 식이다. ‘야구 뉴스’ 등 특정 뉴스를 듣고 싶다고 해도 헤드라인만 읽어준다. 다만 ‘팟빵’과의 제휴 콘텐츠는 2900여개 채널로 확장됐고, 네이버 오디오 클립의 콘텐츠도 클로바에서 들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일상적으로 자주 쓰일 수 있는 배달이나 쇼핑 등의 서비스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붙을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에 350억원을 투자하고 협력을 강화한 바 있다. 말로 시켰을 때 훨씬 편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인공지능 플랫폼의 편리함은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장점


  • 디자인

  • 괜찮은 사운드


단점

  • 내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찜찜함

  • 너무 똑똑하길 기대하면 짜증이 날 수 있다


추천 대상

  • 브라운과 샐리 모양의 굿즈는 사야만 하는 사람

  • 인공지능 스피커가 궁금하지만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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