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 ‘데뷰 2016’에서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경영자는 네이버가 5년 동안 자체 개발한 웹브라우저 ‘웨일’(Whale)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네이버는 2016년 11월부터 웨일의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뒤, ‘웨일연구소’를 만들어 개선 의견과 아이디어를 수렴했다. 2017년 3월에는 웨일을 오픈 베타로 전환했고, 지난 10월16일 웨일 브라우저 1.0을 정식 출시했다.

▲ 사진=네이버
▲ 사진=네이버

생활환경 프로젝트 일환으로 개발







네이버는 웨일을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먼저 네이버가 말하는 생활환경지능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생활환경지능은 생활 속에서 사용자의 상황 등을 이해하고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을 예측해서 제공해주는 기술을 말한다. 













네이버가 ‘데뷰 2017’에서 공개한 기기를 토대로 보면, 실내 자율주행로봇 ‘어라운드(AROUND)’나 아동의 일상 생활 위치를 파악해 이동 상태 등을 알려주는 생활환경 기기 ‘아키(AKI)’ 등이 대표 사례다. 네이버는 ‘웨일’과 같은 웹브라우저를 통해서도 사용자의 환경을 파악해 사용자가 원할만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사진=웨일 화면 캡처
▲ 사진=웨일 화면 캡처







송창현 네이버랩스 CEO 겸 네이버 CTO는 행사 키노트에서 “도구와 정보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기술은 사람과 생활환경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면서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기술이 생활 속으로 사라졌을 때 나온다”라고 말했다.


'옴니태스킹' 지원하는 웹브라우저







웨일은 구글의 오픈소스 ‘크로미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웹브라우저 크롬과 같은 뼈대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웨일에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웨일은 ‘웨일스토어’를 오픈하고 웨일 확장 앱을 받고 있다.













후발주자 웹브라우저 웨일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가장 큰 장점은 ‘옴니태스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웨일은 하나의 창 안에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웨일 스페이스’다. 화면에 2개의 페이지를 담을 수 있는 기능이다. 여러 탭을 동시에 띄우는 ‘투매니탭스’ 상황을 줄이기 위해 개발됐다.













▲  웨일 화면 구성은 이렇다. 사진=네이버
▲ 웨일 화면 구성은 이렇다. 사진=네이버

하나의 페이지가 고정되고, 해당 페이지에서 누르는 링크는 오른쪽 스페이스 페이지에서 열리게 된다. 목록을 보기 위해 ‘뒤로 가기’를 누르지 않아도 된다. 쇼핑할 때 한쪽 면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둘러보고, 다른 쪽 면에서는 상품 상세페이지를 보고 싶을 때 유용하다. 스페이스의 비율은 조절 가능하며 오른쪽 스페이스 페이지를 왼쪽 스페이스로 옮길 수 있다. 팝업을 열고 닫기 좋게 정리해주는 ‘스마트 팝업’ 기능도 있다.

모바일 경험을 웹으로







웨일은 ‘사이드 바’를 통해 모바일 경험을 웹으로 끌어왔다. 스마트폰의 ‘상단 바’를 웹에서 구현한 것으로 웨일의 사용자 편의가 극대화된 부분이기도 하다.













웹브라우저 맨 오른쪽에서 사이드 바를 열고 닫을 수 있게 돼 있는데, 여기에는 드래그 퀵서치, 도구모음(시계, 타이머, 계산기, 달력, 단위변환, 환율, 증권, 맞춤법 검사기), 밸리, 북마크, 파파고, 네이버 메모, 뮤직 플레이 아이콘이 있어 이를 이용할 수 있다. 웹페이지도 추가할 수 있다. 만약 사이드 바를 고정하고 싶으면 하단의 핀 버튼을 누르면 된다.













기존에는 PC에서 음악이 듣고 싶을 때 따로 음악 플레이어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했지만, 웨일은 사이드바에서 뮤직 플레이어 팝업이 가능하게끔 구현해놓았다. 네이버 뮤직만 지원된다면 불만이 크겠지만 벅스, 엠넷, 지니도 지원되기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모바일 창을 켜면 모바일 화면을 웹에서도 볼 수 있다. 사진=웨일 사용 화면 캡처
▲ 모바일 창을 켜면 모바일 화면을 웹에서도 볼 수 있다. 사진=웨일 사용 화면 캡처

‘모바일 창’ 기능도 있다. 웹사이트를 모바일 화면으로 구현해주는 기능이다. 같은 웹사이트를 접속하더라도 모바일로 접속할 때와 PC 웹에서 접속할 때의 사용성은 무척 다르다. 속도도 조금 차이가 난다. 가령 사용자가 기자라고 치자. 지금은 모바일로 뉴스를 읽는 독자층이 많다. 그러나 보통 글은 웹으로 쓰고 전송하고 웹에서 확인한다. 모바일에서는 어떻게 읽힐지, 웨일에선 보다 쉽게 확인해볼 수 있다. SNS 이용 시에도 모바일 창으로 띄워놓으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  마우스 제스처 기능은 다음과 같다. 사진=웨일 화면 캡처
▲ 마우스 제스처 기능은 다음과 같다. 사진=웨일 화면 캡처

'마우스 제스처'도 웹을 모바일처럼 쓸 수 있는 기능 중 하나다. 손가락으로 스와이프하거나 드래그해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처럼, 마우스를 왼쪽으로 또는 오른쪽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여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왼쪽으로 마우스를 끌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편의성 높인 웹브라우저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나 기사 등을 읽다보면 궁금한 점이 생기기도 한다. 웨일에서는 웹브라우저 속 특정 단어를 드래그하면 ‘퀵서치’와 ‘번역하기’버튼이 뜬다. 퀵서치에서는 검색 결과를 팝업으로 제공한다. 번역은 파파고를 통한 단순 번역이다.







▲  드래그 퀵 서치 모습. 사진=웨일 화면 캡처
▲ 드래그 퀵 서치 모습. 사진=웨일 화면 캡처







‘밸리’는 웨일 속에 있는 ‘스크랩북’이다. 여기에는 나중에 읽고 싶은 웹페이지를 저장할 수 있다. 다른 웹브라우저에서도 원하는 페이지를 저장해둘 수 있지만, 웨일은 스크랩한 웹 페이지를 분류해서 저장해준다는 차이점이 있다. 글, 뉴스, 쇼핑, 동영상 등 네이버에 등록된 사이트 성격별로 카테고리를 나눈다.













설정에서 밸리 채널을 연결하면 자동 스크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네이버TV 나중에 보기, 네이버 북마크를 누르면 네이버 관련 밸리 채널에 저장된다. 유튜브에서 '좋아요'를 누르면 자동 스크랩이 가능하고 페이스북에서 '나만 보기'로 설정하면 자동 스크랩된다. 보통 유용한 링크를 공유하고 '나만 보기'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편리하게 쓰이지 않을까. 트위터도 '마음에 들어요'를 누르면 자동 스크랩이 가능하게끔 연결해둘 수 있다.


이 외에도 소소한 기능들이 있다. 화면 캡처를 지원하고, 보안 측면에서도 사용자의 비밀번호와 같은 민감한 정보의 암호화를 강화했으며, 피싱과 같은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한 브라우징 기능을 높였다.


갈라파고스 섬 떠날 수 있을까


웹브라우저는 사람과 인터넷을 연결해주는 문이다. 네이버가 웹브라우저를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용자가 웹브라우저에 접속해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 화면으로 가려면 사이트 주소를 치거나 즐겨찾기 아이콘을 누르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번거롭다. 그래서 포털 사이트는 자사 사이트를 '메인 화면'으로 고정시키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메인 화면 지정은 사용자의 선택에 달려 있고,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용자들이 웹에서 모바일로 점차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 앱을 굳이 내려받을 필요가 없을 수 있다. 웹브라우저 하나면 어디로든 접속할 수 있으니 말이다. 스마트폰 용량이 부족할 때 앱은 언제든 삭제할 수 있지만 웹브라우저는 삭제하기 어렵다. 네이버가 새로운 웹브라우저를 만들게 된 건 합리적인 판단인 셈이다.





▲  사진=웨일 인스타 게시물 캡처
▲ 사진=웨일 인스타 게시물 캡처












하지만 네이버는 주로 국내에 머물러 있던 사이트다. 메신저 ‘라인’이 이웃나라 일본으로 진출했지만 여기서도 라인은 ‘갈라파고스화’됐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웨일이 웹브라우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넘봐야 하지만, 매번 네이버가 그 고비를 넘지 못했듯 이번에도 국내에만 국한된 서비스가 되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웨일은 크롬 등 다른 웹브라우저와 마찬가지로 주소창을 자사 검색창과 연결했다. 네이버 검색 화면은 네이버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 사용자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편리하게 느껴지는 뮤직 플레이어 역시해외 음악 사이트와의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네이버는 인공지능 번역엔진 파파고를 내세우고 있는데, 웹사이트 번역의 경우 크롬 구글 페이지 번역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글로벌 환경에 정박할 수 있는 웨일만의 경험을 강화 및 개선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12월 웨일 모바일 버전을 출시해 이용자들이 다양한 디바이스 환경에서 웨일의 경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효 네이버 웨일 리더는 "12월 모바일 버전까지 웨일 브라우저를 선보이면, 이용자들은 윈도우, 맥, 모바일 등 어떠한 환경에서도 더 편리하고 새로운 브라우저 경험이 가능해진다"라며 "웨일은 기술적 측면에서 새로운 부분을 시도해나가면서도, 이용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함께 만들어가겠다"라고 말했다.













※ 참고자료













- 채반석,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 정식버전 출시』 (블로터, 2017.10.16)
- 이상우, 『[리뷰] '옴니태스킹'을 지향한다,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 (IT동아, 2016.12.08)
-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 블로그

이 글은 ‘네이버캐스트→테크놀로지월드→용어로 보는 IT’에도 게재됐습니다. ☞‘네이버캐스트’ 보기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