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과도기였다. 강력한 칩셋, 방진방수 IP68등급의 튼튼한 내구성, DLSR 부럽지 않은 고성능 카메라, 급속충전 지원과 오래 가는 배터리 등 안드로이드폰의 전반적인 스펙은 상향평준화가 된 반면 혁신적이라고 할 만한 제품은 많지 않았다. 베젤 두께를 줄이는 디자인 경쟁이 치열했던 한 해였다.

물론 비등비등한 그 사이에서도 돋보인 제품들이 있다. 삼성은 갤럭시S8, 갤럭시 노트8을 선보이며 애플과는 또 다른 영역을 구축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하드웨어 개발에 나선 구글은 작년에 이어 두번째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구글이 내놓은 스마트폰답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이 어떤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는지 보여줬다.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3위 제조사 화웨이는 칩셋 속에 인공지능을 심어 주목 받았다. 2017년 연말을 맞아 인상적이었던 국내외 안드로이드폰 제품들을 톺아보았다.

삼성은 '흐린 뒤 맑음', LG는 '짙은 안갯속'


작년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게이트로 치명타를 입었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되면서 엎친 데 덮친, 위기의 2016년을 보냈다. 모두 자충수에서 비롯된 위기였다.

아이러니하게도 2016년의 위기는 2017년 삼성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생체인증인 홍채인식,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엣지 디자인에서는 삼성의 색깔이 묻어났다. 애플의 ‘시리’,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와는 달리 삼성은 제품 자체에 자사의 음성인식 비서 ‘빅스비’를 탑재해 음성인식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삼성의 비전을 그대로 드러냈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빅스비의 영어 지원이 늦어져 해외 시장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만의 개성을 살린 갤럭시S8은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삼성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갤럭시S8·S8+의 세계 판매 확대로 모바일 판매 부분 매출 30.01조원, 영업이익 4.06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3분기도 3.29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삼성의 새로운 주력 모델이 (3분기 스마트폰)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평했다.

신흥국에서는 갤럭시의 중저가 라인, 갤럭시J시리즈의 수요가 높았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세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3위가 삼성전자 보급형 모델 J2프라임으로, 총 780만대 가량이 팔렸다. 주력 모델과 보급형 모델 모두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만약 다른 제조사에게 작년 삼성과 같은 치명적인 이슈가 터졌다면 회생할 수 있었을까? ‘공과를 떠나’ 적어도 삼성이 안드로이드폰 중 가장 견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 한 해였다.

LG의 모바일 사업, 언제쯤 '해뜰날' 올까

LG전자는 상반기 G6를, 하반기 V30을 내놓았다. 먼저 상반기 출시된 LG G6는 올해 베젤리스 디자인의 포문을 열었다. 18:9 비율 풀비전 디스플레이와 전후면 광각 듀얼 카메라로 기선을 잡았고 특히 안전성·내구성에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었다. 하반기 출시된 V30은 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콘셉트가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만 10분기 연속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고 있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사업부의 매출액은 2조 8077억 원, 영업손실 3753억 원이었다. 매출액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G6의 안정적인 판매가 유지되는 가운데 G6 디자인을 계승한 ‘Q6’와 보급형 스마트폰이 선전하면서 전년동기 대비 7.9% 늘었다고 LG전자는 밝혔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흑자로 반등을 꾀할 만한 터닝포인트는 보이지 않는다. LG가 스마트폰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이상으로 LG폰만이 가지고 있는 비전이 필요하다. 사용자에게 꼭 필요하면서도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하고 그 경험이 LG 안에서 ‘꾸준히’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스스로의 매력을 잘 모르는 눈치다. G6와 V30, 플래그십 제품간 차별화 전략이 보이지 않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LG전자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 인사를 개편하면서 과거 세계 최초 듀얼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 2X’를 개발했던 황정환 부사장을 수장으로 임명했다. 이를 발판으로 내년에는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일단 지켜보자.

국내 시장에 뛰어든 블랙베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돌아온 블랙베리는 특유의 물리적 자판을 탑재한 ‘블랙베리 키원’을 국내 출시했다.

국내 시장에서 외산 안드로이드폰은 아주 작은 파이만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블랙베리는 작년 블랙베리 최초의 안드로이드폰 ‘프리브’를 국내 출시한 데에 이어 ‘키원’을 내놓았다. 블랙베리 쿼티 자판이 한국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하는데, 한글 각인까지 따로 새기는 작업을 수행했다고. 게다가 <브릿지경제> 보도에 따르면 해외에 비해 10만원 저렴한 가격을 책정했다. 블랙베리는 국내 안드로이드폰 시장에 다양성을 불어 넣어줄 신선한 선택지로 보인다.

인공지능 품은 스마트폰, 구글과 화웨이


국내에서 해외 안드로이드폰으로 눈을 돌려보면 ‘인공지능(AI)’ 키워드가 눈에 띄었다. 구글과 화웨이는 스마트폰에서 AI를 활용해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구글은 하드웨어(스마트폰)에서 AI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참고할 만한 사례를 픽셀 카메라를 통해 직접 선보였다. 하드웨어와 AI 소프트웨어의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려 한 것이다. 반면 화웨이는 하드웨어인 스마트폰 ‘칩셋’에 AI를 접목시켜 스마트폰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게 된 이유는 IT기업과 제조사라는 기업 특성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DxO 벤치마크 1위, 압도적인 카메라 성능 발휘한 AI

구글의 두번째 스마트폰 ‘픽셀2’는 구글다웠다. 올해 가을 구글이 선보인 픽셀2는 작년처럼 올해도 크기가 다른 5인치 ‘픽셀2’와 6인치 ‘픽셀2XL’ 두 종류로 출시됐다. 픽셀폰은 구글의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더 빠르고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픽셀2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글의 AI 머신러닝을 카메라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픽셀2는 다른 제조사가 2대의 카메라를 통해 구현하는 아웃포커싱 기능을 소프트웨어만으로도 ‘만들’ 수 있다.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 자체가 뛰어나다. 광학 기기 벤치 마크 사이트로 유명한 DxO마크에서 픽셀2의 카메라는 모바일 부문 98점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폰X은 97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 

픽셀 카메라 개발을 맡고 있는 이삭 레이놀즈 구글 픽셀 프로덕트 매니저는 지난 11월28일 ‘메이드 위드 구글’ 라이브 스트리밍 행사에서 “하드웨어에 머신러닝 능력을 결합하면 성능이 더 향상될 수 있다”며 “순수한 하드웨어 혁신 시대는 끝났다”라고 말했다.

모바일 칩셋에 AI를 접목시킨 화웨이 ‘기린970’

구글이 하드웨어와 AI 소프트웨어의 ‘시너지’를 바랐다면 화웨이는 하드웨어 자체의 AI화를 내세웠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셋’에 AI를 탑재한 것이다. 메이트10에는 애플의 A11 칩셋처럼 뉴럴 프로세싱 유닛(NPU)이 들어있어 CPU 대비 최대 25배 높은 성능과 50배 높은 에너지 효율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메이트10의 카메라는 사람·사물·풍경을 인식하고 촬영할 때 카메라 설정을 ‘알아서’ 최적화한다. 사진을 찍을 때 셀카를 찍고 있는 것인지, 가까이 있는 꽃을 찍으려는 것인지 파악하고 여기에 맞춰서 촬영모드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칩셋에 AI가 적용되면 더 빠르고 보안성도 높다. 배터리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기기 사용자의 행동 패턴에 맞춰지기 때문에 훨씬 편리하다. 화웨이를 시작으로 향후 모바일 AI칩셋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리처드 위 화웨이 CEO는 IFA2017 기조연설에서 기린970을 소개하며 “(화웨이의) 궁극적인 목표는 상당히 향상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기린 970은 강력한 인공지능 기능을 기기에 도입해 경쟁 제품을 뛰어 넘는 일련의 새로운 발전의 첫 번째 단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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