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배터리의 노후 정도에 따라 성능을 의도적으로 낮춘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를 중심으로 애플이 배터리 수명이 낮아진 아이폰의 프로세서 성능을 제한한다는 주장이 확산되자 애플이 이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새 제품 구매를 유도하려는 조치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애플은 12월20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기기의 전반적인 성능과 수명 연장을 위해 배터리 상태에 따라 프로세서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전력 최대 요구량을 낮추는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 수명이 낮아진 아이폰 성능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것은 맞지만, 최신 아이폰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을 위해 취한 조치라는 해명이다. 이 기능은 현재 아아폰6, 아이폰6S, 아이폰7, 아이폰SE 등에 적용됐다.

아이폰 성능 제한 논란은 지난 12월9일(현지시간) 레딧에 배터리 교체 후 아이폰이 빨라졌다는 포스트가 올라오면서 퍼졌다. 긱벤치의 존 풀 연구원은 실험을 통해 iOS10.2.1부터 11.2 버전까지 애플이 아이폰 성능 제한 기능을 적용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이후 사용자들 사이에서 애플이 새 아이폰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존 제품의 성능을 떨어트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사진: 플리커, ExtensivelyReviewed, CC BY 2.0
▲ 사진: 플리커, ExtensivelyReviewed, CC BY 2.0

애플의 해명은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리튬이온 배터리는 날씨가 춥거나 배터리 충전량이 적을 때, 배터리가 노후화됐을 때 최대 전력 요구량을 덜 충족시키게 된다"라며 "이는 기기가 전자 부품을 보호하기 위해 의도치 않게 꺼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프로세스 성능에 제한을 뒀다는 얘기다.

실제로 해당 기능이 처음 적용된 iOS10.2.1는 지난해 문제가 제기된 전원 꺼짐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업데이트다. 또 배터리 수명이 낮아지면 기기가 가진 원래 성능을 내기 위한 과정에서 전력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애플의 해명에 일리가 없진 않다. 애플의 조치는 기기의 원래 성능을 그대로 유지하느냐 배터리 수명에 맞춰 기기 전체 성능을 관리하느냐 하는 방향성의 문제일 수 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투명성이다. 해당 기능은 공지 없이 업데이트됐다. 새 제품을 팔기 위해 기존 제품의 성능을 떨어트린다는 의혹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애플은 충전량이 적을 때, 배터리 수명이 낮아졌을 때, 제품 사용 환경의 온도가 낮을 때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해당 기능을 적용한다고 설명하지만, 문제가 제기되기 전까지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애플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이 소비자의 신뢰를 깨트린 셈이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이번 논란에 대해 소비지와 기업 간에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애플 공식 성명 전문

우리의 목표는 최상의 경험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기의 전반적인 성능과 수명 연장도 포함돼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날씨가 춥거나 배터리 충전량이 적을 때, 배터리가 노후화됐을 때 최대 전력 요구량을 덜 충족시키게 된다. 이는 기기가 내부 부품을 보호하기 위해 의도치 않게 꺼지는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

지난해 우리는 기기가 갑작스럽게 꺼지는 걸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아이폰6, 아이폰6S, 아이폰SE에 즉각적인 전력 피크를 부드럽게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현재 iOS11.2를 통해 아이폰7으로 이 기능을 확대했고 다른 기기에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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