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뉴스 편집에서 손 뗀다. 뉴스를 네이버가 아닌,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읽게 해주는 ‘아웃링크’도 적극 도입할 심산이다. 네이버는 5월9일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역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개편 방향을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성숙 대표는 “하루 3천만명의 이용자가 동일한 화면에서 똑같은 정보를 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몇 년 전부터 논의가 있었다”라며 “뉴스편집의 영역을 벗어나 본연의 모습인 정보와 기술 플랫폼에서 네이버의 역할을 찾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  | 한성숙 네이버 대표.
▲ | 한성숙 네이버 대표.

■ 언론사가 편집하는 ‘뉴스’판 신설…인공지능 추천 뉴스도 도입

지금까지 네이버는 콘텐츠 제휴를 맺은 언론사가 보내주는 뉴스를 네이버 PC·모바일 ‘뉴스’ 섹션에 노출했다. 뉴스를 보여주는 방식은 알고리즘을 따랐지만, 이 과정에서 네이버 운영진의 의도가 개입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개편으로 네이버는 뉴스 편집에서 온전히 손을 뗀다. 한성숙 대표는 “앞으로 모바일 첫화면에서 뉴스를 제외하고 검색 중심의 첫화면으로 재편하겠다”라고 밝혔다. 뉴스 편집은 네이버에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가 직접 맡는다. 이렇게 편집된 뉴스들은 모바일 화면에서 ‘뉴스’판으로 신설된다. 이용자들은 네이버 모바일 메인에서 화면을 옆으로 밀어 언론사가 직접 편집한 뉴스 페이지를 볼 수 있다. 네이버는 “가칭 ‘홈’판 또는 ‘검색’판이 될 새로운 모바일 첫화면에 어떤 요소를 넣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현재 뉴스공급 언론사들이 직접 배열한 기사들을 네이버 모바일 첫화면에서 ‘채널’이란 이름으로 노출하고 있다. 신설되는 ‘뉴스’판은 이 채널이 별도의 ‘판’으로 확대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기본 노출되던 ‘실시간급상승검색어’(실급검)도 앞으로는 이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노출하며 개선 방안을 찾아나갈 심산이다.

‘아웃링크’도 적극 도입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검색 기능만 제공하고, 기사 제목을 누르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해 기사를 읽는 방식이다. 지금도 네이버는 ‘검색제휴’란 이름으로 이같은 기능을 제휴를 맺은 언론사에 제공 중이다. 네이버는 기존 네이버 뉴스 페이지에 기사를 전송하던 언론사들과 개별 협의를 거쳐 가운데 원하는 언론사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아웃링크 적용에 앞서 가이드라인도 만든다. 가이드라인엔 해당 언론사 웹페이지 이동시 노출되는 광고의 형태, 이용자에 강요하는 별도의 액션 제한 등에 대한 지침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bpc_messenger position="left" user="기자"]‘아웃링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배경은?[/bpc_messenger]

[bpc_messenger position="right" user="한성숙 대표"]PC 뉴스캐스트에서 아웃링크를 운영하는 동안 선정적 광고, 낚시성 기사, 연결 속도 저하, 악성코드 감염 등의 역기능을 경험했고 이용자 불만은 고스란히 네이버로 쏟아졌다. 아웃링크 운영 가이드라인 마련은 뉴스캐스트의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bpc_messenger]

인공지능 기반의 기계식 뉴스추천 서비스는 유지된다. 네이버는 인공지능 뉴스추천 시스템 ‘AiRS’(AiRS·AI Recommender System, 에어스)가 추천해주는 뉴스 페이지 ‘뉴스피드’판을 신설할 예정이다. 뉴스피드판은 이용자 뉴스 소비 성향이나 시간대 등 다양한 지표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이 이용자에 맞는 뉴스를 자동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를 두고 간담회 현장에선 ‘네이버가 뉴스 편집 권한을 온전히 놓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한성숙 대표는 “기본적으로 언론사 편집판을 우선 배열하고, 이용자가 선택하는 취향 맞춤 추천 뉴스는 보완재로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구글도 이런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회사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맞춤 뉴스피드 실험은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뉴스피드를 뉴스판의 일부로 포함시킬지 별도의 페이지로 분리할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뉴스판이나 뉴스피드에 노출되는 기사 속 광고 수익은 일부 수수료만 빼고 전액 언론사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이번 변화는 오는 3분기께 시행되며, 네이버 모바일에 우선 적용된다.

■ 소셜댓글 제한…정치댓글 규제 보다 엄격히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댓글 정책도 손질했다. 네이버는 뉴스 댓글에 대해 각 언론사가 댓글 허용 여부나 정렬 방식 등을 직접 선택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할 예정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소셜계정으로 로그인해 댓글을 다는 것도 제한되며, 똑같은 전화번호로 가입한 계정의 댓글은 통합해 댓글 제한 정책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댓글 작성자의 정보가 좀 더 확인될 수 있도록 프로필을 강화하고, 특정 댓글 작성자를 차단하거나 팔로우하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매크로 조작’에 대한 정책적·기술적 조치도 강화한다. 네이버는 현재 매크로 제한 조치의 하나로, 똑같은 댓글을 복사해 다른 곳에 붙여넣으면 기계 판별 기술인 캡차(CAPTCHA) 문자를 입력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네이버는 지금까진 본인 계정의 댓글에 대해서만 이를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계정의 댓글을 ‘복붙’해도 캡차를 띄울 예정이다.

24시간 매크로 모니터링 시스템도 지금보다 강화한다. 이는 특히 정치 관련 기사에 집중된다. 네이버는 선거 기간 동안 이상 징후가 파악되면 곧바로 매크로 인증 절차를 거치고, 인증 시간동안 댓글이나 공감 등의 의사표현 활동을 중단시킬 방침이다. “조작 정황이 발견되면 즉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선관위에 보고하며, 댓글 모니터링 및 대응 현황도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공개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비행기 모드’ 등을 이용한 IP 부정 사용 사례가 의심될 땐 통신사 협조를 구해 대처할 심산이다.

6.13 지방선거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정치관련 댓글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네이버는 선거 기간까지 정치관련 기사 댓글은 최신순으로만 정렬하고, 이용자가 댓글 영역을 클릭했을 때만 볼 수 있게 한다. 6.13 지방선거 특별페이지와 징치 섹션 기사에 달리는 댓글도 노출을 제한한다. 선거 기간 동안은 댓글도 순공감수 대신 최신순으로만 정렬할 방침이다.

2018년 5월 현재 네이버 전체 서비스에서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트래픽 기준으로 PC는 3%, 모바일은 7% 수준이다. 네이버 모바일 첫화면을 찾는 하루 이용자 수는 3천만명, 네이버 검색을 포함한 하루 방문자 수는 4천만명이다.

한성숙 대표는 “이번 변화는 누군가 지난 몇 년 간 매일 네이버를 열어 해왔던 일상적 습관을 바꾸는 일이기에, 한 페이지에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과정의 변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가늠하긴 어렵다”라면서도 “이번 기회에 네이버가 사업의 본질과 관계 없는 영역이나 여러 이슈에 계속 관계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끊고 기술개발과 인력 확보에 집중하면, 또 다른 새로운 기회를 가질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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