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탑승할 때, 얼굴만 보여주거나 손바닥 지문을 ‘스와이프’해 개찰구를 통과한다. 지갑이나 스마트폰이 없어도 그저 몸만 있으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다. 중국 베이징 지하철이 올해 지하철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안면인식 시스템의 모습이다.

▲  Flickr, CC BY 2.0 Johnathan Nightingale
▲ Flickr, CC BY 2.0 Johnathan Nightingale

우리에겐 낯선 모습이지만, 중국에선 그다지 생경한 풍경은 아닐지도 모른다. 중국 항저우 KFC, 알리바바 식료품점 ‘헤마’ 등 일부 상점은 안면인식 결제를 지원한다. 은행카드 대신 핀 번호 입력과 안면인식으로 거래할 수 있는 ATM기도 있다. 항저우의 한 대학 도서관에서는 학생증 대신 얼굴을 보여주면 책을 대여해준다. 중국은 안면인식 기술을 중심으로 생체인증 기술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실시간으로 행인을 탐지하고 분석하는 인공지능(AI) 감시 카메라도 넘쳐난다. 그 덕에 국가 치안이 강화되고 개인의 생활이 편리하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중국이 조지 오웰의 소설 의 ‘빅브라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눈 달린 도시

안면인식 기술이 발달한 사회는 얼굴이 곧 신분증이다. 장사, 충칭 지역 일부 공공화장실은 휴지를 뽑아가려면 안면인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기에 얼굴을 스캔하면 40cm에서 80cm 길이 휴지를 받을 수 있고, 휴지가 더 필요한 경우 9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일부 사람들이 집에서 쓸 휴지를 공공화장실에서 마구 뽑아가자 당국이 내놓은 해결책이 바로 안면인식 소프트웨어였다.

▲  flickr, CC BY 2.0 allen LI
▲ flickr, CC BY 2.0 allen LI

안면인식 기술은 더 큰 골칫거리도 쉽게 해결한다. 중국 일부 도시는 무단횡단자가 감시 카메라에 찍히면 얼굴을 식별해 무단횡단자의 신원과 얼굴을 전광판에 띄우고 인터넷에도 공공연히 전시한다. 사진을 삭제하려면 벌금을 내거나 20분 동안 교통경찰을 도와야 한다.

덕분에 일부 지역의 하루 평균 무단횡단 위반건수는 10분의 1로 줄었다. 이 밖에 차량이 범법 행위를 하면 전광판에 번호판을 띄우는 경우도 있다.

https://youtu.be/ectdRsyj-zI

지난 2015년 구축한 실시간 영상 감시 시스템 ‘톈왕(天網, '하늘의 그물'이라는 뜻)’은 개개인을 식별해 범죄 용의자를 추적하고, 실종자를 찾아낸다. 중국 <공인일보>에 따르면 톈왕은 중국 전체 인구를 1초 만에 조사할 수 있고, 움직이는 사람도 거뜬히 식별하며 정확도는 최대 99.8%에 달한다. 중국 공안은 지난 2년 동안 톈왕을 통해 2천명 이상의 범죄자를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에는 SF 영화에서 보던 모습도 등장했다. 중국 공안이 허난성 정저우역에서 안면인식이 가능한 스마트 선글라스로 범죄자 수색에 나선 것이다. 중국 공안은 스마트 선글라스를 통해 인신매매, 강력범죄 등 용의자 7명과 허위신분증을 보유한 여행자 26명 가량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중국에는 현재 1억7600만대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감시 카메라 설치대수는 2020년 최소 4억5천만대에서 약 6억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무수한 감시 카메라와 AI 안면인식 시스템의 결합으로 중국 정부는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양날의 검

중국은 주민의 행동양식을 평가해 개인에게 점수를 매기는 ‘사회신용시스템’ 구축을 2020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는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통해 사회신용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다.

사회신용시스템은 5개 부문, 30개 영역에서 주민의 온오프라인 정보를 수집해 350점에서 950점 사이 점수를 매긴다. 운전습관, 금연 구역에서 흡연, 과도한 게임 구매, 온라인상 가짜 뉴스 유포 등 매우 다양한 항목이 사회신용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님을 방문하는 것도 가산점 항목에 들어간다.

▲  flickr, CC BY 2.0 Thomas Galvez
▲ flickr, CC BY 2.0 Thomas Galvez

신용평가점수가 600점에 도달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점수가 낮으면 어떻게 될까?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고, 보험 가입이나 대출이 제한되며 여행도 어려워진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은 열차도 탈 수 없다. 이미 낮은 점수를 가진 900만명의 사람들은 국내선 비행기 표를 구매할 수 없게 됐고, 300만명은 비즈니스급 기차표를 발급 받을 수 없게 됐다.

도처에 있는 감시 카메라는 개개인을 뒤쫓고 감시할 수 있다. 안면인식처럼 결제 수단이나 증명수단이 자기 자신이 될 경우 자주 곤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개인이 소셜미디어에 쓰는 글도 스스로 검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알리바바는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글은 사회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와이어드>는 “알고리즘이 비밀이기 때문에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트워치는 “통제 불가능한 ‘빅브라더’의 미래형 모습”이라 비판했다.

<애틀랜틱>은 “데이터 중심 사회신용시스템은 중국에서 급속도로 확대되는 알고리즘 감시 시스템의 한 측면”이라며 “시스템의 명시된 목표는 범죄자를 포착하고 저지하는 것”이지만 “영상 감시 시스템은 억압적인 감시를 가능하게 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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