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던 날, 평양냉면 파는 집은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원체 찾는 사람이 많던 곳도 평소보다 줄이 배로 늘었더라고요. 모처럼 한반도 구석구석 평화의 바람이 분 덕입니다. 평양냉면이 조명을 받은 데에는 특유의 맛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북한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란 점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북한 주민의 실제 생활환경은 우리에겐 여전히 미지의 세계입니다. 가끔 들려오는 북한 스마트폰 출시 소식에도 귀가 쫑긋하죠. 북한도 스마트폰을 쓸까요? 어떤 앱을 쓸까요? 카톡도 한다던데, 정말일까요?

북한 손전화기, 몇 명이나 쓸까?

북한은 휴대전화를 ‘손전화기’라고 부릅니다. 직관적인 명칭입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간한 ‘2017 북한 주요 통계지표’에 따르면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2016년 기준 약 360만명에 달합니다. 인구 100명당 가입자수 14.26명 꼴이죠. 일부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400만-500만명일 거라고 유추하기도 합니다. 정확한 숫자를 알기는 어렵지만 생각보다 많은 수의 북한 주민이 휴대전화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인권단체 ‘링크(LINK, Liberty In North Korea)’의 박석길 한국지부장은 “북한에 소비주의 풍토가 퍼지면서 ‘있어 보이려면’ 휴대전화가 필수가 됐다. 장사라도 하려면 휴대전화는 꼭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flickr, CC BY-SA 2.0 (stephan)
▲ flickr, CC BY-SA 2.0 (stephan)

북한은 90년대 들어 극심한 식량난을 겪었습니다. 특히 1996년부터 2000년 사이,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33만여명이 아사했습니다. 배급체계가 붕괴되자 주민들은 스스로 먹고 살 길을 찾아 장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북한의 비공식 시장 ‘장마당’이 탄생하게 됐죠.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장마당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북한의 2030세대를 두고 ‘장마당 세대’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사고파는 일에 익숙해지니 소비주의 풍토도 자연스럽게 체득했습니다.

북한은 1998년 나진 선봉지역에서 최초로 휴대전화 서비스를 시작하고, 2002년 11월 11일부터 유럽 GSM 방식의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장마당이 자리 잡던 시기에 때 맞춰 등장한 덕에,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휴대전화는 필수품이 됐죠. 2008년 무렵부터는 WCDMA방식의 3G 이동통신 서비스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  flickr CC BY-ND 2.0 Comrade Anatolii
▲ flickr CC BY-ND 2.0 Comrade Anatolii

단말기 가격은 100-400달러 수준입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은데요. 비싼 통화료 탓에 대개 통화를 짧게 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3개월치 통신 요금에 한 달 월급을 다 써야 한다는 국내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

박 지부장 설명에 따르면 북한 청년들은 장마당에서 물건이나 음식을 팔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부족한 월급을 채워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발표된 한 달 월급과 실제로 번 돈 사이에는 거리가 있답니다. 보도 내용보다는 부담이 덜할 것이라는 얘기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김봉식 연구원은 ‘북한 유무선 통신서비스 현황 및 시사점(2017)’에서 “평양지역 20-50대 인구 약 60%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장사로 돈을 번다 해도, 휴대전화는 엘리트의 전유물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여전합니다.

박 지부장은 “엘리트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다르다. 300만-500만명이 엘리트가 될 순 없다”면서 “평양에 산다고 해서 다 엘리트는 아니고, 일반인도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스마트폰, 사양은?

휴대전화 서비스 가입자 중 스마트폰 이용자는 일부입니다만 북한에서도 점차 스마트폰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반 휴대전화보다 ‘있어 보이기’ 때문이죠.

북한은 2011년 4월 자체 조립한 터치 방식 이동전화 ‘류성’을, 2013년 8월에는 스마트폰 ‘아리랑’과 ‘평양’을 출시했습니다. 아리랑은 평양보다 좀더 고급 기종입니다. 지난해에는 ‘진달래3’이라는 제품도 선보였습니다. 아이폰과 닮은 외모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죠. 2017년 5월 말 기준으로 북한에는 20여종 이상의 스마트폰이 출시돼 있습니다.

▲  사진=조선의 오늘, 블로그오브모바일
▲ 사진=조선의 오늘, 블로그오브모바일

자체 생산보다는 주로 중국에서 부품 또는 제품을 수입하고 조립해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국제협력연구실 서소영 연구원은 “2016년까지는 부품을 포함한 온전한 스마트폰 하나를 제작하는 수준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최근 북한의 논문 및 특허현황을 보면 네트워크 장비, 소프트교환기, 차세대 통신망과 관련된 기술이나 부품들의 개발이 많이 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기술전문 보도매체 <노스코리아테크>가 지난 3월20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북한 최신 스마트폰 '아리랑171'은 안드로이드7.1.1 누가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으며 대만 미디어텍의 MT6797 10코어 2.6GHz 프로세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4GB 램에 32GB 저장공간, 800만화소 전면 카메라, 1300만 화소 후면 듀얼 카메라 등을 지원하고, 4K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답니다.

▲  데일리NK가 단독입수해 선보인 북한 스마트폰 '아리랑151' 모습.
▲ 데일리NK가 단독입수해 선보인 북한 스마트폰 '아리랑151' 모습.

‘강진규의 디지털허리케인’에서 공개된 영상을 참고하면 지난해 공개된 아리랑161은 지문인식 버튼이 내장돼 있고 그보다도 이전에 출시된 아리랑151은 간단한 얼굴인식 기능을 지원합니다.

중국 부품, 제품 등을 들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마트폰 기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쓰고 있는 스마트폰과 별 차이 없어 보입니다. 스마트폰이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을 다 쓸 수는 없다는 게 아마 결정적인 차이점일 겁니다.

서 연구원도 “북한 주민이 검색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나 범위가 제한적인 것을 제외”하면 “북한 스마트폰의 기능적 측면이나 앱 설치, 활용 등을 볼 때 스마트폰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습니다.

앱 사려면 장터까지 ‘걸어서’ 간다고?

북한은 국가 단위 인트라넷 ‘광명망’을 쓰고 있습니다. 외부와의 연결은 차단돼 있고, 제한된 수의 웹사이트에만 접속할 수 있습니다. 조금씩 웹사이트를 늘려가는 것 같긴 합니다. 인트라넷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고요. 최근에는 스마트폰 전자상거래와 전자결제도 지원한다더라고요. 하지만 앱은 경우가 좀 다릅니다.

해보고 싶은 게임이 있을 때 우리는 앱 장터에 가서 결제를 합니다. 물론 앱 장터는 인터넷 속 가상공간에 자리하고 있죠. 그러나 북한의 앱 장터에 가려면, 실제로 찾아가야 합니다.

북한의 앱 장터 이름은 ‘봉사시장’. 가게에서 원하는 앱을 골라 구매하면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연결해 설치해줍니다. 전자사전, TV시청, 정보검색은 물론 전자책, 내비게이션, 게임 등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앱 ‘길동무’나 얼굴 단장 앱 ‘봄향기’ 등 일부 앱은 자체 개발한 것으로 보이지만 저작권을 침해하고 북한에 맞게 약간 변형해 내놓은 앱도 많습니다. 앵그리버드는 ‘고무총쏘기’로, ‘토킹진저’는 ‘말하는 복슬이’ 등으로 ‘개량’됐습니다.

앱은 정부 인증이 있어야만 쓸 수 있습니다. 3G 네트워크상에서 인증 체계에 따라 미승인 앱은 모두 삭제됩니다. 동영상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북한 스마트폰에는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돼 있어서, 주민들은 주로 해당 기능을 통해 노래나 게임, 도서 등을 공유합니다.

USB 메모리와 마이크로SD카드를 통해 ‘손에서 손으로’ 공유되는 콘텐츠도 많습니다. USB 메모리와 마이크로SD카드는 크기가 작아서, 단속에 걸렸을 경우 삼켜서 없앨 수 있기 때문에 많이들 쓴다고 하네요.

제품 충전은 어떻게 해결하는지도 궁금했는데요, 박 지부장은 “전자제품은 많아지는데 정부에서 전기 공급이 잘 안 되니까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중국 태양열 판을 들여와서 휴대전화도 충전하고 DVD 플레이어도 충전한다”고 말했습니다.

소통과 통제, 기술은 ‘둘다’ 한다

북한은 ‘인민경제의 정보화’ 및 자력갱생의 수단으로 IT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고 주민간 소통이 활발해지면,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북한에서 ‘카톡’, ‘위챗’ 등을 통해 중국이나 남한에 있는 가족과 소통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메신저가 설치된 중고 스마트폰을 밖에서 들여온 뒤 북중 접경지역에서 중국 통신전파를 이용하면 손쉽게 메신저로 채팅을 할 수 있죠. 통화는 감청이 가능한데, 위챗이나 카톡은 북한 당국이 개입하기 어려우니 주민들에겐 채팅이 더 안전한 소통수단일 수 있습니다.

▲  링크 박석길 한국지부장. 그는 90년대생 탈북민들의 인터뷰를 담은 ‘장마당 세대(The Jangmadang Generation)’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 링크 박석길 한국지부장. 그는 90년대생 탈북민들의 인터뷰를 담은 ‘장마당 세대(The Jangmadang Generation)’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국경지역에서는 중국폰, 북한폰 둘다 쓸 수 있다. 중국폰으로 남한과 통화도 할 수 있다. 혜산에서 평양에 전화해서 폰을 맞대면 평양에 있는 사람이 말하고, 서울에 있는 사람이 말하고 그렇게 통화를 시킬 수도 있다. 내가 알기로는 대부분 국경에 올라가 뇌물을 주고 탈북한 가족이나 친구들과 전화를 한다. 그런 통화가 해마다 몇 만 건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촘촘한 감시와 통제를 가능케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북한 휴대전화에는 자체 화면 캡처 기능이 있습니다. 이용자의 화면을 캡처해서 사용 기록을 저장하는 건데요. 해당 사진은 폴더에 저장되며 삭제가 불가능합니다.

▲  flickr, CC BY 2.0 Tobias Nordhausen
▲ flickr, CC BY 2.0 Tobias Nordhausen

북한 당국이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 감시하는 정도는 아닙니다만 길을 가던 경찰이 불심검문으로 전화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면 응해야 합니다.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동안에는 항시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죠. 아마 기술이 발전하면 실시간 감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의 스마트폰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북한에서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됨에 따라 기술이 커뮤니케이션을 향상시키지는 않는다. 정부는 국민을 감시하는 강력한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서 연구원은 “북한의 태블릿PC 개발, 정보화교육 확대, 모바일 및 인트라넷 서비스 다양화 등을 북한주민들에게 정보개방이 확대됐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 휴대전화를 통한 소셜미디어는 2010년대 후반에 발생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의 반정부,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Arab Spring)” 확산에 큰 몫을 했다. 그러나 북한의 특성상 “한국의 봄”은 불가능해 보인다. 고려링크는 마치 성벽으로 둘러싼 정원과도 같고, 북한주민들의 해외 통화가 불가능하고 인터넷 접속은 보안기관 감시하에 있기 때문이다. -김연호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기자, 'Cell Phones in North Korea: Has North Korea Entered the Telecommunications Revolution?'

박 지부장 역시 “어느 정도의 기술, 기기 연결은 허락하지만 통제해서 북한 정권이 볼 수 있는 안에서 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북한 출판물을 살펴 보면 사회주의 혁명이 실패한 동유럽은 정보와 미디어를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김정은 체제는 김정일 체제보다 더 단속하고 통제하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인터넷을 전혀 열지 않고서는 경제 개발이 어렵다. 하지만 북한은 핵보다 정보가 더 중요한 사회다. 비핵화를 선언했다지만 정보 미디어에 대한 통치 변화를 얼마나 허용할지 지켜봐야 한다.”

 

※ 참고문헌


  • '북한 이동통신 시장 동향-이동전화 및 태블릿 PC를 중심으로(2016)', 서소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국제협력연구실 연구원

  • '북한 유무선 통신서비스 현황 및 시사점(2017)', 김봉식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국제협력연구실 부연구위원

  •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 실태(“Cell Phones in North Korea: Has North Korea Entered the Telecommunications Revolution?” 본문 일부), 김연호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기자-미국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

  • North Korean phone users get photo beauty app(2018.01.18), Reporting by Alistair Coleman, Tae-jun Kang, BBC

  • KEEP FAKING THE TABLETS Does North Korea have internet and smartphones? An inside look at the wacky tech in Kim Jong-un’s hermit kingdom(2018.04.27), Saqib Shah, THE SUN

  • Compromising connectivity : information dynamics bet ween the state and society in a digitizing north korea(2017.02), INTERMEDIA

  •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내화카드는 뭘까(2018.05.25), 장혜원 매경프리미엄 새터민 통신원

  • 진화하는 북한 아리랑 스마트폰(2017.12.30), 강진규의 디지털허리케인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