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lickr.CC-BY.Binary-Ko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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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물(포르노) 영상에 내 얼굴이 합성돼 나도 모르게 쓰이고 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들이 현실이 되자, 점점 이런 끔찍한 상상들도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 포르노 회사 너티 아메리카(Naughty America)가 고객이 원하는 영상과 인물 이미지를 보내주면 성인용 영상으로 합성해서 돌려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너티 아메리카는 "우리의 미래는 개인맞춤화된 콘텐츠"라며 고객들이 원하는 대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샘플 영상을 토대로 서비스 형식을 추측해보면 고객은 영상에 출연하는 배우의 얼굴을 다른 얼굴로 합성하거나, 영상 배경을 다른 장소인 것처럼 바꿀 수 있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 이유는 바로 딥페이크 기술의 발달 때문이다. 딥페이크 기술이란 특정 인물의 얼굴, 신체 등을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영상에 합성한 편집물을 말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가짜 포르노 합성물을 업로드한 이용자가 '딥페이크스'라는 아이디를 사용했던 데서 기인했다.

▲  flickr.CC BY.Marco Verch
▲ flickr.CC BY.Marco Verch

딥페이크 기술은 인공지능 딥러닝 기능을 통해 작동한다. 합성 프로그램에 특정 사람의 얼굴 표정, 움직임, 목소리 그리고 발화 패턴을 모두 익힌 후 그것을 그대로 입력 대상으로 지정한 영상에 프레임 단위로 적용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청자는 마치 합성된 인물이 진짜 말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딥페이크 기술은 등장하자마자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동영상이라는 전달력이 엄청난 콘텐츠에 감쪽같은 속임술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논란과 같은 성인물에 관련돼 기술이 이용됐을 때 훨씬 심각한 문제를 맞이한다. 악의적으로 사용할 여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너티 아메리카 측은 해당 서비스를 적게는 몇백 달러 수준에서부터 많게는 수천 달러 비용을 받고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너티 아메리카가 현재 계획 중인 서비스는 먼저 제공한 샘플 동영상에 자신의 모습을 입히는 방식이다. 너티 아메리카 측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동영상에 적합하게 합성을 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표정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버지>는 너티 아메리카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고객이 어떤 인물로 영상을 의뢰할지, 제3자의 합의가 안 된 사진이면 어떻게 알 수 있겠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https://youtu.be/xn39Iw92zjo

딥페이크 기술은 초상권 등 여러 측면에서 인권 침해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엄격하게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일단 국내에선 포르노 동영상 자체가 불법이기에 제작 및 배포, 소지 자체로도 형법 위반이 되기는 한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사용해 딥페이크 포르노 영상을 제작했을 경우에는 명예훼손에 해당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70조에 의거해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행위가 음지에서 성행할 경우 대응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또한 얼굴의 경우 초상권 침해가 쉽게 적용되지만, 신체의 경우 현행법에서 인정하더라도 실제로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 점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딥페이크 기술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우리는 기술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검증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라며 "또한 사람들이 더 나은 콘텐츠 소비자가 되도록 훈련시켜야 한다"는 등의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기술 발전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이용자들의 소비관점을 바꾸는 데 힘을 들이자는 것이다. 기술 발전은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만큼 그 경계를 다지는 데 매번 곡절이 생긴다. 이번 너티 아메리카의 딥페이크 기술 상업화 역시 논의의 장을 여는 데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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