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펫팸(Pet+Family)족’이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약 457만 가구, 1천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펫팸족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세에 맞물려 반려동물의 모습을 담은 이른바 ‘펫튜브(Pet+Youtube)’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유튜브 강아지 관련 영상 조회수는 2018년 1월부터 7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고, 고양이 관련 영상 조회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하며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사람들이 펫튜브를 보는 이유는, 대리만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털 알레르기가 있거나 주거환경, 개인적인 이유 등으로 동물을 사랑하지만 동물을 집에 들일 수 없는 사람들은 유튜브를 통해 반려동물과의 생활을 간접경험한다. 또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과는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다. 정보를 공유하는 채널로 유튜브를 활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펫튜브’ 채널을 일구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은 어떻게 채널을 개설하게 됐고 어떤 경험을 하고 있을까? 유튜브는 10월17일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행사를 열고 펫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는 펫 크리에이터 이홍렬, Ari는 고양이 내가 주인, 꼬불하개파마와 반려동물 지식 정보 채널을 운영 중인 펫칼리지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펫튜브 시작, 각자의 이유


이날 모인 4명의 크리에이터 모두 본업은 따로 있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시간을 쪼개 콘텐츠를 올리는 이유는, 이들에게 유튜브가 취미 생활이자 삶의 활력소이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여러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데다가 댓글을 통해 소통하고, 필요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튜브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  |41만 구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고양이, 아리(ari)
▲ |41만 구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고양이, 아리(ari)

41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Ari는 고양이 내가 주인’ 채널의 남기형 씨는 생각지도 못하게 유튜버가 됐다. 인터넷 게시판에 영상을 올리려 했는데, 영상을 올리려면 유튜브에 먼저 올려서 링크를 가져와야 했다. 그런데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 느닷없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시작부터 의도한 게 아니라 어안이 벙벙한 채로 계속 하고 있다”는 그는, 스마트폰으로 주로 영상을 찍고 단편영화를 만드는 친구들의 도움을 빌려 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김진 씨는 ‘꼬불하개파마’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구독자는 약 3만7천명. 채널 안에서는 이름보다 ‘언니야’로 불리고, 남편은 ‘오빠야’라 불린다. 푸들 ‘파마’가 주인공이고, 크리에이터는 파마의 가족이라는 인상을 주는 친근한 별명이다. 김진 유튜버는 파마를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데려왔다. 유튜브를 개설한 계기도 이 때문이었다.

https://youtu.be/ZmqO2zsFetw

“유기견 입양을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입양 과정이나 생생하게 쓰여 있는 후기가 없더라. 유기견 입양과 관련해서 정보를 전달하기로 했다. 입양 후 겪는 어려움, 어떻게 신청해서 입양하는지 알려주고자 하는 마음이어서 유튜브 시작할 땐 10개 정도 올리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키워드는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고. 김진 씨는 자연스럽게 파마의 매력을 알림으로써 유기견 입양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겠다는 확고한 소신을 밝혔다.

우리에게 익숙한 방송인 이홍렬 씨도 넉 달 전 크리에이터로 변신했다. 그는 “예전에 청소년 꿈 연예인이었다면 요즘은 BJ, 유튜버라고 한다”라며 “유튜브에 관심이 많아 동참하고 싶었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차별성 있는 콘텐츠를 고심하다 17년 동안 키워온 반려묘 ‘풀벌’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풀벌이 말을 한다면 얘기를 참 많이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걔의 1인칭이 돼서 이야기를 써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yYVRzUTelM

풀벌은 몇 달 전 세상을 떠났다. 이홍렬 씨는 17년 동안 카메라로 담아왔던 풀벌과의 추억을 편집해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촬영이나 편집, 자막 등은 다소 투박하나 콘텐츠 하나하나 스토리텔링이 가미돼 있어 따뜻함이 넘친다.

펫칼리지 박대곤 씨는 “우리 채널은 참 재미없다”고 웃으며 ‘펫칼리지’ 채널을 소개했다. 펫칼리지는 20여명의 수의사들이 반려동물 건강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이다. 고양이의 항문낭을 짜는 방법부터 햄스터 종양 수술, 수의학과 본과 4학년의 이야기 등 동물의 다양한 이야기가 올라온다.

박대곤 씨는 출연 외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다. 촬영, 편집, 섭외 등이 모두 그의 일이다. 녹록지 않은 일이지만 그가 펫칼리지를 운영하는 이유는, 25년 동안 수의사로 살면서 자신이 하는 일이 단순한 치료 행위가 아니라 반려동물의 보호자가 반려동물과 행복하게 사는 삶을 도와주는 일이라 정의 내리게 됐기 때문이다.

▲  |펫칼리지는 반려인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이다.
▲ |펫칼리지는 반려인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이다.

박대곤 씨는 “수동적으로 아프고 나서 병원에 오면 치료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반려동물이 안 아프게 만들어주는 게 목표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유튜브 개설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이 유튜브로 얻은 것들


펫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전략이 따로 없었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사람들에게 정보나 행복을 공유하고 싶다는 진정성 정도였다.

무엇이든 더 깊이, 오래 들여다 보면 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된다. 영상 편집을 하기 위해서는 같은 영상을 몇 번씩 반복해 봐야 한다. 김진 씨는 “영상 편집할 때도, 업로드 할 때도 자꾸 보게 되니까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파마가 이때 이 생각을 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파마와의 추억도 쌓고 있지만 부부가 함께 채널을 꾸려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김진 씨는 “부부의 공통 관심사가 생겨서 함께하는 시간이 늘게 됐다”고 말했다.

▲  |기분이 좋아 보이는 파마의 모습.
▲ |기분이 좋아 보이는 파마의 모습.

남기형 씨는 “아리가 요구하는 것을 점점 더 명확하게 알게 되고 있다. 이걸 안 해주면 왜 짜증내는지도 알게 됐다. 아리와의 관계는 안 좋아졌지만 아리를 이해하게 됐다”며 웃었다. 또 “유튜브는 사람들과 얘기하며 노는 공간인데, 그 큰 공간의 주인공이 감사하게도 나와 아리라는 게 나에게는 굉장한 변화다”라고 덧붙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Y7T6M6qSjYM

박대곤 씨는 사람들이 ‘보든 안 보든’ 계속 콘텐츠를 올려왔다. 누군가 검색하면 도움이 될 내용을 담는 게 목표라면 목표다. 그러니 정보 콘텐츠를 올린 것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콘텐츠를 올린 지 1년이 지나자 수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서 연락이 오기도 하고, 전문가로부터 출연하고 싶다는 요청도 받는 등 점차 펫칼리지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늘고 있다.

본업이 방송인인 이홍렬 씨의 소회는 사뭇 달랐다. 그는 “콩트, 코미디 프로도 하고 싶지만 나이가 들면 사람이 차지하는 자리가 달라진다”라며 운을 뗐다. 최근 연예인 가족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지만 가족들은 출연을 원치 않았다. 혼자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한계가 있었다.

“나는 코미디를 하고 싶고 콩트가 너무 하고 싶다. 유튜브는 내 마음껏 할 수 있었다.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다. 아직 초보고 2년은 해야 말할 거리가 생긴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유튜브를 왜 하냐고 묻는다면, 재밌다. 재밌어서 한다.”

행사 중간중간, 크리에이터들은 펫튜브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경험담도 전수했다. 김진 씨는 “간식도 주고 신날 때 촬영하면 파마의 에너지가 화면에 잘 전달되더라”고 말했다.

남기형 씨는 일상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반려동물의 행동은 예측불허다. 값비싼 장비를 갖춰도 고양이가 갑작스럽게 보이는 행동을 재빨리 잡는 데는 스마트폰이 최고다. 그래서 그는 콘셉트를 잡고 기획하는 것보다, 일상 자체를 공유하는 마음으로 평소 노는 모습을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펫칼리지는 정보성 콘텐츠를 담고 있지만 박대곤 씨 역시 “아마추어든, 편집이 촌스럽든,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하든, 뭐든 자유분방한 게 유튜브의 매력이다. 돈이 안 든다”면서 유튜브의 자유로움을 강조했다.

이홍렬 씨는 방송생활 경험에 비춰 유튜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번 올리면 돌이킬 수 없다. 하나하나를 정성껏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은 100번 정도 보기도 했다. 한 편 한 편 후회하지 않게 완성도 높이려고 노력한다”고 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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