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을 보는 것처럼 생생한 화질.’

수 십년째 마주하는 문구입니다. TV나 모니터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지요. 질릴 만도 한데, 조금씩 표현을 바꾸며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달리 보면, 디스플레이 기술은 아직도 ‘실물처럼’ 표현하기 위해 발전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더 밝고 또렷한 화면을 기대하는 건 그리 이상할 일도 아닙니다. 현대인들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 화면을 바라봅니다. 하루 종일 컴퓨터로 일과 공부를 하고, 쉬는 시간에는 TV를 봅니다. 심지어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게 우리 일상이죠. TV, 모니터, 스마트폰 등은 끊임없이 더 나은 화질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새로운 기기의 가장 큰 수요 중 하나가 바로 이 디스플레이입니다.

▲  | 뒤가 비치는 투명 디스플레이. 빛을 내는 반도체를 직접 증착하기 때문에 만들어낼 수 있는 화면이다.
▲ | 뒤가 비치는 투명 디스플레이. 빛을 내는 반도체를 직접 증착하기 때문에 만들어낼 수 있는 화면이다.

 

LCD로 시작된 디스플레이와 기기의 진화와 한계

디스플레이는 숨가쁘게 발전해 왔습니다. 더 나은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새로운 화면을 만들어냅니다. 디스플레이의 진화는 화질을 떠나 가장 최신 기술을 이끌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기기의 형태를 바꾸는 열쇠인 셈이지요. 이제까지는 LCD가 그 역할을 맡아 왔습니다. 다양한 색을 얇은 화면에 비춰주는 LCD는 PC의 형태를 노트북으로 바꿨고,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으로 대신했습니다. TV의 형태가 달라진 것은 말할 것도 없죠. 그렇게 LCD는 지난 20여년 간 TV와 컴퓨터, 스마트폰 등 우리의 삶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LCD는 ‘배불뚝이’ 브라운관 화면과 전혀 다른 원리로 시작했습니다. 얇고 선명한 데다가 품질도 좋았지요. 세대를 거듭하고 방식을 개선하면서 LCD 기술은 정점에 올랐다고 할 만도 합니다. 그런데 LCD가, 더 나아가 디스플레이가 추구하는 기술의 방향성은 뭘까요? 최근의 이슈는 ‘색’입니다. 컬러 TV가 등장한 이후 세상의 모든 화면은 ‘실제 같은 화면’을 강조해 왔습니다. 왜일까요? 화면의 색이 실제와 분명 다르기 때문입니다.

▲  | LCD의 기본 원리. 백라이트(BLU)에서 나오는 빛이 TFT를 거쳐 컬러필터를 통과하면서 색과 빛을 낼 수 있게 된다.
▲ | LCD의 기본 원리. 백라이트(BLU)에서 나오는 빛이 TFT를 거쳐 컬러필터를 통과하면서 색과 빛을 낼 수 있게 된다.

이전까지는 상대적으로 화질의 기준도 ‘얼마나 선명하냐’는 잣대인 해상도 중심으로 세워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UHD 시대가 열리면서 4K, 8K로 접어들면서 해상도나 선명도 등은 화질을 가르는 기준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색깔은 이제 문제가 풀리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색 그 자체를 보기보다 그 색을 표현한 결과물을 보고 머릿속에서 본래 형상을 떠올렸습니다. 디스플레이들은 빨간색을 빨갛게 그려내지 못했고, 파란색을 파랗게 그려내지 못했습니다. 지난 수 십 년간 컬러 TV의 송출 방식이 제 색을 담지 못한 것도 있지만, 디스플레이도 제 색을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RGB가 몇 퍼센트니, DCI-P3 규격을 표현할 수 있니 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오랫동안 흐릿한 화면과 실제 현실의 색을 머릿속에서 짜맞춰 왔습니다.

특히 LCD는 근본적인 약점을 하나 품고 있습니다. 바로 백라이트입니다. 사실 약점이라고 하기는 애매하고, LCD라는 기술의 근간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모든 디스플레이는 색과 빛을 내야 우리 눈에 보입니다. LCD는 빛을 이루는 R(빨강), G(초록), B(파랑)의 3가지 픽셀이 기본적으로 색을 그려내고, 백라이트로 빛을 더해서 우리 눈에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백라이트는 R, G, B 외에 제 4의 색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백라이트는 흰색을 표현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형광등과 비슷한 초기 LCD가 오래 쓰면 다소 누런 빛을 띄거나 밝기가 어두워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LED 백라이트입니다. LED는 색이나 밝기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여전히 정확한 색을 만들어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여러가지 기술이 더해지면서 DCI-P3니, 돌비 비전이니 하며 더 넓은 색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지만, 백라이트가 빛의 양을 결정하기 때문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을 동시에 표현하기 어렵고 검은색이 약하게 회색을 띄는 빛샘 등의 한계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LCD는 구부리거나 모양을 바꾸기 어렵고, 요즘 기준으로는 두께도 그리 얇지 않습니다. 또한 액정을 이용하기 때문에 화면의 반응 속도도 조금 느린 편입니다. 특히 추우면 화면에 잔상이 많이 남죠. 액정이 얼기 때문입니다. 많이 해결되긴 했지만 특정 위치에서만 잘 보이는 시야각 문제도 남아 있고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지금도 더 좋아지고 있긴 합니다.
최근 출시된 퀀텀닷 디스플레이 역시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색 표현력을 크게 높이긴 하였지만, LCD의 기술적 한계를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색과 빛을 동시에 그려내는 디스플레이, OLED

그럼에도 LCD는 충분히 훌륭한 디스플레이입니다. 안정적이고, 화질 면에서도 여전히 뛰어납니다. 다만 LCD가 풀어낼 수 없는 기술적인 문제들은 분명합니다. 퀀텀닷 디스플레이처럼 LCD의 진화를 비롯해 여러 가지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라는 이름표를 달았지만 지금 가장 현실적인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OLED입니다. 그 동안 해 왔던 대부분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죠. OLED는 ‘유기 발광 다이오드(Organic Light-Emitting Diode)’를 줄인 말입니다. 이름만으로는 그 기술의 실체가 잘 와닿지 않는데요. OLED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화면을 이루는 점들이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입니다. 백라이트가 없다는 이야기지요. 예를 들어 4K 해상도의 UHD TV라고 하면 가로로 3840개, 세로로 2160개의 픽셀이 모두 각각의 색과 빛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니까 약 829만개의 점이 있는 거죠. 이 점들이 색과 빛을 각각 표현하는 겁니다.

▲  | OLED는 각 픽셀의 소자가 빛과 색을 함께 내기 때문에 얇고 구조가 간단하다. 증착하는 소재에 따라 형태를 바꾸기도 쉽다.
▲ | OLED는 각 픽셀의 소자가 빛과 색을 함께 내기 때문에 얇고 구조가 간단하다. 증착하는 소재에 따라 형태를 바꾸기도 쉽다.

예를 들어 깜깜한 바닷가에서 모닥불을 켜는 이미지를 그려내면 LCD는 혼란에 빠집니다. 밝은 불을 표현하려면 백라이트를 밝게 켜야 하는데, 백라이트가 밝아지면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바닷가의 어둠이 표현되지 않습니다. OLED는 픽셀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모닥불이 타오르는 이미지를 그려내는 픽셀은 제 색을 입혀서 환하게 밝히고 칠흑같이 어두운 곳은 아예 안 켜면 됩니다. 중간 부분도 은은하게 그려내면 됩니다. 각 픽셀이 정확히 스스로 내야 하는 색과 빛을 내기 때문에 빛 표현이 실제와 비슷해집니다. 이는 곧 정확한 색을 그려낼 수 있는 기술적 바탕이 됩니다.

 

반도체로 ‘화질’에 대해 돌아보다

OLED는 LCD에 비해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디스플레이라는 인식도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지요. 여러가지 기술적인 면을 떠나 OLED로 만든 디스플레이는 화질이 좋기 때문입니다.

OLED가 화질에서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부분은 검은색입니다. OLED 디스플레이가 검은색을 표현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합니다. 바로 아무것도 켜지 않는 겁니다. 색도, 빛도 내지 않는 것이지요. LCD는 검은색을 표현하려면 뒤에서 비치는 밝은 백라이트가 새어 나오지 못하게 막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가려지지는 않기 때문에 희끗희끗한 빛이 함께 보이죠. 검은색이 아니라 검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OLED는 어두운 곳에서 볼 때 진가가 드러납니다. 콘텐츠 역시 어두운 부분을 표현할 때 LCD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빛을 정교하게 묘사합니다.

▲  | OLED 소자 반도체를 고르고 정확하게 증착하는 것이 OLED 기술의 핵심이다. 이 증착 기술에 따라 휘어진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다양한 모양의 화면을 만들 수 있다.
▲ | OLED 소자 반도체를 고르고 정확하게 증착하는 것이 OLED 기술의 핵심이다. 이 증착 기술에 따라 휘어진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다양한 모양의 화면을 만들 수 있다.

검은색 표현이 좋다보니 OLED 화면은 색이 더 진하고 맑게 보입니다. 해상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색이 또렷해서 선명해 보이는 것이죠. 주변이 환한 곳에서 밝고 알록달록한 화면 위주로 본다면 LCD도 충분히 좋지만, 어두운 부분을 그려내야 한다면 OLED가 훨씬 더 좋은 화면이 나오지요.

이는 단순히 디스플레이만의 차이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TV가 억지로 색을 더 화려하게 만들어내지 않아도 색과 밝기를 더 정확하게 표현하는 영상 규격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돌비비전’이나 ‘HDR(High Dynamic Range)10’이 그것인데요. 색과 밝기를 더 넓게 담아내기 때문에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에서는 더 실제에 가까운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영상들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의 차이를 더 두드러지게 활용하곤 합니다. 영상을 보고 있으면 ‘새빨갛다’ 혹은 ‘눈이 부시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다소 자극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있다면 ‘더 실제같은’ 영상을 볼 수 있죠.

곧 UHD TV의 전송 방식에 이 HDR 규격이 표준으로 자리잡고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 등 촬영 기기들이 HDR을 담아낼 수 있게 되면, 우리가 접하는 영상들은 더 실제처럼 보일 겁니다. 이미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HDR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플레이스테이션4 프로’나 ‘X박스 원 X’ 등의 게임기를 비롯해 PC까지 게임에 HDR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과거 LCD가 그랬던 것처럼 OLED의 가능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커브드(curved)’라고 부르는 곡면 가공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종이처럼 얇은 디스플레이나 화면 그 자체를 스피커의 진동판으로 쓰는 등 OLED 시장은 이미 기존 화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 나가고 있습니다. 끝이 보이는 것만 같았던 디스플레이의 진화는 성큼 다가온 OLED로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OLED에 관한 많은 정보를 OLED SPACE(www.oledspace.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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