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는 누군가의 불편을 담보로 이뤄지곤 한다.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편리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없이 1년을 버티면 10만달러의 상금을 주는 대회가 열릴 정도로 스마트폰은 생활 일부가 됐지만, 장애인과 노인은 이런 일상에서 쉽게 배제된다. 비장애인 입장에서 만들어진 각종 모바일 서비스는 이들을 밀어내곤 한다. ‘접근성’은 장애나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어떤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스마트폰 생태계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구글은 최근 모든 사용자를 위한 포용적인 앱 개발 환경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제품을 만드는데 처음부터 15% 사용자를 제외하고 만든다면 그 제품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고, 이를 개선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막심 마이 구글플레이 소셜 임팩트 및 접근성 파트너십 총괄은 접근성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전세계 인구의 15%가 장애를 갖고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약 10억명 이상의 인구가 스마트폰 사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 셈이다. 브랜든 바라스 구글플레이 전략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는 사용자경험 개선 차원에서 접근성 개념의 중요성을 말했다. 막심 마이 총괄과 브랜든 바라스 매니저는 지난 12월5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 ‘플레이타임 2018’에 참석해 앱 접근성과 관련된 발표에 나섰다. 이날 <블로터>와 인터뷰 내내 이들이 강조한 건 접근성 개선이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  | (왼쪽부터) 막심 마이 구글플레이 소셜 임팩트 및 접근성 파트너십 총괄, 브랜든 바라스 구글플레이 전략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
▲ | (왼쪽부터) 막심 마이 구글플레이 소셜 임팩트 및 접근성 파트너십 총괄, 브랜든 바라스 구글플레이 전략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

모두를 위한 사용자 경험


78%. 접근성이 반영되지 않는 구글플레이 앱 비율이다. 구글플레이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개발자의 약 78%가 접근성 기능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수를 위한 배려라는 인식은 ‘접근성’의 접근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차적인 일에 개발 역량을 투입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브랜든 바라스 매니저는 “접근성이란 제품이나 기기 서비스 환경을 설계할 때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걸 말한다”라며 “장애인뿐만 아니라 더 넓은 사용자 기반을 위해 적용해야 하고 도움이 되는 원칙이며, 접근성 구현은 모두를 위한 사용자 경험 개선으로 이어진다”라고 강조했다.

▲  | 약 78%의 구글플레이 개발자가 접근성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 | 약 78%의 구글플레이 개발자가 접근성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막심 마이 총괄은 “그동안 구글이 접근성의 유용성을 알리는 데 부족했다”라며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앱의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 더 많은 사용자 기반의 기회를 가져다준다는 점, 접근성 개선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접근성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시끄러운 장소에서 대화하거나 조명이 어두운 환경에서 스마트폰을 볼 때, 장을 보면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팔이 부러져 한쪽 팔을 쓸 수 없는 상태에서 앱을 쓰는 경우 등 평소와 다른 상황에서 접근성은 모두에게 유용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화면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명암비나 색 대비를 고려하는 일도 접근성 디자인에 해당한다.

▲  | 막심 마이 총괄은 접근성 개선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 | 막심 마이 총괄은 접근성 개선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안드로이드의 접근성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접근성 개선에 노력해왔다. 안드로이드의 대표적인 접근성 기능은 ‘토크백’이다. 아이폰의 보이스오버 기능과 비슷한 기능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음성으로 읽어준다. ‘셀렉트 투 스피크’는 화면상 특정 아이콘을 선택하면 큰 소리로 읽어주거나 설명해주는 기능이다. 경증 및 중증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모바일 기기에 표시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이 밖에도 하나의 버튼으로 스마트폰을 제어할 수 있는 ‘스위치 액세스’, 구글 어스시턴트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핵심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접근성 메뉴’ 등 운동 장애를 지닌 사용자를 위한 기능도 마련됐다.

이러한 접근성 기능은 구글뿐만 아니라 서드파티 앱 자체가 접근성을 고려하고 개발돼야 원활하게 작동한다. 이 점에서 구글은 개발자 생태계 전반으로 접근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앱 개발 단계에서부터 접근성을 고려하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구글은 개발자들에게 ‘안드로이드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개발 리소스, 샘플 코드, 설명문 등을 제공해 앱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접근성 높은 UI를 위한 시각 언어 ‘머티리얼 디자인’을 제공하며 ‘앱 접근성 테스트’, ‘접근성 스캐너 앱’, ‘사전 출시 전 보고서(Pre-launch Reports)’ 등을 통해 접근성 측면에서 앱 개선사항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접근성 높은 앱에 인센티브 부여


구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50만개 이상의 앱에서 발견된 접근성 관련 문제는 3500만개에 달한다. 안드로이드 접근성 가이드라인에 대한 인지도도 낮다. 구글플레이 설문 조사에서 안드로이드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전혀 모른다고 응답한 개발자는 약 30%다. 개발자들에게 접근성 설계는 여전히 어려운 일로 여겨진다. 한정된 개발 역량을 접근성에 투입하는 일도 부담이다.

▲  | 브랜든 바라스 매니저는 접근성이 사업성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 브랜든 바라스 매니저는 접근성이 사업성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구글은 접근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개발자들이 쉽게 앱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또 접근성이 높은 앱에 혜택을 주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브랜든 바라스 매니저는 접근성이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앱 자체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모든 이용자를 포괄할 수 있어 상업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막심 마이 총괄은 “접근성이 사업적으로 어떤 성과가 있는지 추적 중이며 내년에 이 추적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 자주 발생하는 접근성 문제 중 5분의 3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 | 자주 발생하는 접근성 문제 중 5분의 3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접근성 개선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됐다. 구글의 내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주 발생하는 접근성 문제 중 5분의 3은 쉽게 고칠 수 있는 문제였다. ▲터치 타깃 크기를 작게 설정하는 문제 ▲시각적 대비 문제 ▲텍스트나 레이블이 아예 없거나 모호하게 정의된 UI 등이다. 특히 모호하게 정의된 UI는 화면을 소리 내 읽어주는 스크린리더 기능을 방해해 시각장애인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쉽게 고칠 수 있는 접근성 문제 세 가지

  • 운동·시각 장애를 가진 사용자뿐만 아니라 큰 손가락으로 터치에 불편함을 가진 사용자도 손쉽게 앱에 접근할 수 있도록 터치 타깃을 대형으로 설정

  • 약시 사용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도 선명하지 않은 화면을 또렷하게 보고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적절한 색상 대비 제공

  • 스크린리더가 앱과 잘 실행될 수 있도록 UI 요소를 적절하게 레이블링



▲  | 공유나 좋아요 버튼을 먼저 배치하면 스크린리더 기능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용자는 맥락을 알기 어렵다.
▲ | 공유나 좋아요 버튼을 먼저 배치하면 스크린리더 기능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용자는 맥락을 알기 어렵다.

구글은 지속해서 접근성 이슈를 개발자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시킬 방침이다. 또 단순히 가이드라인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개발자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막심 마이 총괄은 “한국 개발자를 만나 개발자 입장에서는 접근성과 관련해 어떤 문제가 있고 한국적 상황에서 어떤 쟁점이 있는지 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접근성이 높은 앱을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눈에 잘 띄게 해주는 인센티브를 내년 중에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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