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소비자가전쇼(CES)2019' 일정 마지막 날. 샌즈 엑스포에 위치한 유레카 파크를 찾았다. 유레카 파크는 전세계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전시관이다. ‘이게 된다고?’ 싶은 독특한 제품부터 ‘이건 된다’ 싶은 유망한 제품까지, 스타트업의 빛나는 아이디어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CES 주최사인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유레카 파크에는 100여곳이 넘는 한국 스타트업이 혁신 기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유레카 파크 곳곳에서 눈에 띈 한국 스타트업 6곳을 들여다봤다.

한국에서 왔습니다


▲  |토룩의 휴머노이드 로봇 '리쿠'. 똘똘하게 생겼다.
▲ |토룩의 휴머노이드 로봇 '리쿠'. 똘똘하게 생겼다.

토룩의 휴머노이드 로봇 ‘리쿠’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용자가 곁에 없으면 찾으러 다닌다. 사람 및 사물 인식 기능이 있어서 상황을 파악하고, 맥락에 맞는 행동을 취한다. 표정, 소리, 행동 등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욕구’도 느낀다. 쉬고 싶으면 쉬고 기분이 좋으면 혼자 춤을 추는 식이다. 리쿠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절벽과 물. 소니의 로봇개 '아이보'도 높은 곳을 싫어하도록 설정돼 있다. 로봇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리라.

토룩은 무려 7년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만 매진했다. 오랜 시간 한우물만 팠던 덕에 기술력은 월등하다. CES 현장에는 수많은 로봇이 전시돼 있었지만 토룩의 리쿠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동반자 로봇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전동수 토룩 대표는 “특정 상황에만 등장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을 만들지는 않으려고 했다. 살아있는 생명체로 만들고 싶었다”라며 “사람과 정서적, 감정적으로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로봇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라고 말했다.

▲  |토룩 팀, 리쿠와 함께. 리쿠가 추운지 조끼를 입었다. 또 다른 리쿠가 춤을 추는 모습도 사진에 담겼다.
▲ |토룩 팀, 리쿠와 함께. 리쿠가 추운지 조끼를 입었다. 또 다른 리쿠가 춤을 추는 모습도 사진에 담겼다.

리쿠는 올 가을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출고가는 250만원. SDK도 공개할 예정이다. 전동수 대표는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적은 인원으로 개발하다 최근 25명으로 직원 수를 늘리게 됐다”라며 “지금 프로토타입이라 출시까지 완성도 높이는 데 불안감이 있지만 열심히 해서 좋은 로봇을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  |폴라리스3D의 3D 라이다 시스템.
▲ |폴라리스3D의 3D 라이다 시스템.

2018년 1월 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 대학원생들이 창업한 폴라리스3D(Polaris3D)는 실내 자율주행 3D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GPS 음영지역인 실내에서는 야외서 쓰이는 자율주행 기술을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 실내인지, 실외인지에 따라 알고리즘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폴라리스3D는 실내 위치를 추정하는 기술부터 자율주행 제어기술까지, 하나의 솔루션으로 통합한 제품(ASN, Autonomous Navigating Solution)을 개발했다. 기존에 쓰이던 실내용 로봇에 이 제품을 부착하면 자율주행 로봇으로 변신한다. 사람의 시야가 닿지 않는, 또는 사람의 손이 가기 힘든 곳을 전부 파악할 수 있어 산업 현장에서 특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  |왼쪽부터. 폴라리스3D의 정진아 MD, 이호용 CTO.
▲ |왼쪽부터. 폴라리스3D의 정진아 MD, 이호용 CTO.

정진아 폴라리스3D 마케팅 디렉터는 “해외 시장을 보고 싶어서 여기 참가하게 됐다. 로보틱스를 하는 분들이 ‘쿨’하다고 말해주더라”라며 “우리와 협력하고 싶어하는 회사들이 많이 있어 의미 있었다. CES가 방향성을 잡는 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폴라리스3D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ASN 판매에 돌입할 계획이다. 억대를 호가하는 3D 라이다보다 저렴하게 쓸 수 있는 카메라 기반의 자율주행 솔루션도 현재 개발 중이라고 폴라리스3D는 전했다.

유레카 파크 한켠에는 성남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출전한 스타트업 8곳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중 눈에 띈 곳은 헬스케어 스타트업 원드롭이었다. 원드롭은 스마트폰 LED·카메라를 이용한 초저가 혈당측정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한 방울'의 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  |크기가 작아 휴대도 편하다.
▲ |크기가 작아 휴대도 편하다.

원드롭이 개발한 일회용 ‘스트립 센서’를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에 장착하고, 여기에 혈액을 떨어뜨리면 사용자가 할 일은 끝. 스마트폰 LED·카메라를 통해 혈액을 검사한 결과는 스마트폰 앱으로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포도당, 헤모글로빈, 콜레스테롤, 요산 등의 측정이 가능하다. 이렇게 분석한 결과를 통해 의사와의 원격의료도 실현할 계획이다. 현재 원드롭은 CE 심사를 앞두고 있다.

▲  |스마트폰 앱에서 검사 결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스마트폰 앱에서 검사 결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원드롭 관계자는 "기존 피 검사 기기는 측정 기기를 전부 따로 구비해야 했다. 이를 작은 스마트폰만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확장성이 좋다는 것이 우리의 장점이다"라며 "소변, 말라리아 검사 등도 종국에는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자전거 잠금장치 스타트업 바이시큐는 기존 제품에서 진화한 형태의 ‘바이시큐 플러스’를 전시장에 들고 나왔다. 기존에 선보인 '바이시큐'가 일반 자전거 사용자를 위한 자물쇠였다면, 바이시큐 플러스는 공유자전거를 겨냥한 B2B 제품이다.

대부분 공유자전거는 반납 장소가 따로 없다. 그런데 공유자전거 탑승 시에는 스마트폰 QR코드로 잠금을 해제하지만 정작 반납 시에는 수동으로 자전거를 잠그게 돼 있었다. 이 때문에 공유자전거를 개인 자산처럼 자신의 집에 가져다 놓는 일도 빈번했다. 이종현 바이시큐 대표는 "기존은 자동화 솔루션이 없었다. 바이시큐 플러스는 반납을 시도할 때 위치를 통제할 수 있다"라며 "스마트폰으로 잠그기 때문에 엉뚱한 위치에서 반납을 시도하면 ‘이 위치에서는 반납할 수 없습니다’ 등의 알림창을 띄울 수 있다. 여러 군데와 현재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금이 창업 2년차인데요, 1세대 제품이 이제 막 판매되고 있습니다. 400대 정도를 배송 완료했는데. 그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좋은 경험이기도 했고 앞으로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벌어야 할 시점이죠. CES는 처음인데 좋은 파트너를 여기서 많이 만났습니다. 원하던 기업들이 먼저 찾아오고 그래서, 당장 어떤 게 시작되는 것은 아니어도 의미 있었습니다.”

▲  |'참가 소감이요? 좋습니다'
▲ |"참가 소감이요? 좋습니다"

날비컴퍼니는 탄탄한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비전 인공지능(AI)'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물, 사물, 배경 등을 구별하고 분리하는 기술을 통해 촬영한 사진의 심도를 자유롭게 조절하거나, 머리카락 색상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등의 카메라 효과를 구현한다. 배경과 사람을 분리해 재미있는 효과를 연출하기도 한다. 날비컴퍼니의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예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진 앱 '스노우(SNOW)'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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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비컴퍼니는 임베디드 시스템에 최적화된 딥러닝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퀄컴은 차세대 프로세서인 퀄컴 스냅드래곤 855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날비컴퍼니는 퀄컴의 기술 협력사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855를 설명하면서 날비컴퍼니의 기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레티널의 부스는 증강현실(AR) 안경을 체험해볼 수 있어 관람객의 대기줄이 끊이지 않았다. 레티널은 AR 글래스에 들어가는 렌즈의 광학계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다. 바늘구멍 원리(핀홀)를 응용해 개인의 시력 차이나 초점거리와 무관하게 뚜렷한 상을 보여주는 AR 렌즈를 자체 개발했다. 레티널의 핀미러 렌즈는 작고 가벼운 안경 플랫폼에 적용할  있다.

▲  |김재혁 대표와 하정훈 CTO. 이들은 레티널을 공동창업했다.
▲ |김재혁 대표와 하정훈 CTO. 이들은 레티널을 공동창업했다.

김재혁 레티널 대표는 "투자 받고 많은 준비를 해왔다. 전시 부스에 생각보다 많은 기업과 관계자가 왔고, 올해는 상용화에 더욱 가까워졌다는 평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레티널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중으로 제한된 기업에 한해 샘플을 납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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