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의 종류와 지분을 레딧에 공개했습니다. 비탈릭 뿐만 아니라 이더리움 재단 개발자들도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 종류와 비중을 공개했습니다. 이해 상충을 방지하고, 이더리움 커뮤니티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고자 다른 개발자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암호화폐 지분 공개와 이해 상충 간 어떤 관계가 있기에 이런 움직임이 불기 시작한 걸까요.

▲  출처=픽사베이
▲ 출처=픽사베이

패리티 개발자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이해 상충의 문제

본인이 소유한 암호화폐 종류와 지분을 공개하는 움직임은 이더리움 재단 개발자인 허드슨 제임슨이 레딧에 ‘이더리움 리더십과 책임감에 대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AMA about Ethereum Leadership and Accountability)’라는 스레드 세우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초 이 스레드는  ‘리더십에는 커뮤니티에 대한 책임이 수반되어야 한다(Leadership should be held accountable to the community)’라는 제목의 스레드에 대한 응답으로 만들어진 스레드입니다. ‘리더십에는 커뮤니티에 대한 책임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스레드는 이더리움의 클라이언트인 패리티의 개발자 아프리 쇼든이 갑작스럽게 이더리움 개발을 그만둔 사건을 언급합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쇼든은 이더리움 클라이언트인 패리티와 함께 여러 종류의 체인을 연결하는 패리티 블록체인 플랫폼인 '폴카도트(Polkadot)' 개발을 동시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이더리움 커뮤니티 사용자는 폴카도트가 이더리움 로드맵의 종착점인 세레니티와 지향점이 비슷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불거진 의혹에 쇼든은 해명에 나섰습니다. 쇼든은 두 프로젝트가 경쟁 구도가 아니라는 답변과 자신은 폴카도트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답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쇼든은 이더리움 개발을 그만두고 커뮤니티를 떠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쇼든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더리움의 하드포크와 테스트넷 구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나는 폴카도트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다’라는 내용을 포함한 트윗을 게시했습니다. 이러한 쇼든의 결정에 커뮤니티 사용자 일부는 ‘콘스탄티노플 하드포크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홧김에 갑작스럽게 그만두는 것은 책임감 없는 태도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불거진 의혹에 대한 답변이 오가는 과정을 통해 블록체인 업계의 ‘이해 상충’ 관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블록체인 업계는 프로젝트 특성 상 한 개발자나 커뮤니티 관리자가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어떤 프로젝트와 관련된 코인, 지분을 가지고 있느냐가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프로젝트의 주요 팀원이 자신의 몫으로 받은 해당 프로젝트의 코인을 상당수를 매각한 게 알려진다면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쇼든 사건을 계기로 두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할 경우 이해 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관련 스레드가 세워졌습니다. 이 때 이더리움 리더십 관련 스레드도 생겼으며, 비탈릭이 직접 스레드에 동참해 답을 남겼습니다. 이해 상충은 완벽하게 피하기 어렵고, 발생한다고 해서 항상 비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커뮤니티와, 개발을 위해 후원한 투자자들에게 이해 상충의 위험을 공식적으로 발표해 알 권리를 부여하는 것과 이를 알리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커뮤니티와 투자자들에게 이해 상충의 위험을 투명하게 알리고자 ‘AMA 스레드’가 세워지게되고, 암호화폐 보유 내역을 공개하게 된 것입니다.

이더리움 재단의 비탈릭과 개발자, 보유 암호화폐 내역을 공개하다

이 스레드에 참여한 비탈릭 부테린은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의 종류 및 비중과 기업 지분에 대해 밝혔습니다. 그는 이더리움과 관련되지 않은 토큰 중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는 비트코인 캐시(BCH), 비트코인(BTC), 도지코인(DOGE), 지캐시(ZEC)가 있으며 이들 가치의 총합은 자신이 보유한 전체 이더리움의 가치의 10% 미만이라 밝혔습니다. 이더리움과 관련된 암호화폐로는 카이버 네트워크(KNC), 메이커(MKR), 오미세고(OMG), 어거(REP)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전체 가치 역시 자신이 보유한 이더리움 가치의 10% 미만이라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블록체인 기업인 클리어매틱스, 스타크웨어 지분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클리어매틱스는 2015년도에 창립된 영국 런던 기반의 블록체인 R&D 기업으로, 분산화 금융 시장 인프라(dFMI)를 위한 프로토콜과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스타크웨어는 영지식 증명 기술(zero-knowledge proof)을 활용해 블록체인의 확장성과 프라이버시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공식 홈페이지의 투자자 명단에 비탈릭 부테린의 이름이 개인 투자자로 올라와 있습니다.

비탈릭은 지난 12개월 이내의 이더리움 재단의 월급 이외에 소득으로 어드바이저 역할을 수행하고 받은 토큰들이 있다고 밝혔으며, 이는 위에서 밝힌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토큰이 발행되지 않는 프로젝트인 L4, Plasma 그룹, EthGlobal, EDCON과 친구의 프로젝트, 토큰이 발행되지 않고 이더리움과 관련 없는 암호 및 경제학 서클에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더리움 재단의 개발자인 저스틴 드레이크도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 비중을 공개했습니다. 그는 에어드랍을 통해 받은 소량의 토큰들 이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토큰의 99%가 이더리움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더리움 재단으로부터 보수로 이더리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더욱이 드레이크는 메이커다오를 이용해 이더리움 가격이 상승할 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이더리움 롱 포지션을 취하고 있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법정화폐는 0에 가깝다고 밝혀 커뮤니티 사용자를 놀라게 했습니다.

자율적인 양심, 강제성 없이 작동할 수 있을까?

이 사건의 진실 공방을 떠나 ‘이해 상충’의 문제는 중요한 이슈입니다. 동일한 업종에서 겸직하거나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 자신에게 기대되는 역할 역시 여러가지로 나뉘게 됩니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능력 있는 개발자 혹은 기업가가 동시에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참여하고 있는 동종 업계의 프로젝트들이 경쟁 구도로 대립할 경우 이해 상충의 문제가 발생활 확률이 높습니다.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다소 극단적이지만 쉬운 이해를 위해 예시를 하나 들도록 하겠습니다.

개발자 K씨는 토큰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A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개발자 몫으로 해당 생태계에서 쓸 수 있는 A코인을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A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중, B블록체인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지향점이 다른 줄 알았지만, 로드맵이 수정되어 A와 B프로젝트의 방향이 비슷해지며 경쟁 구도를 그리게 됩니다. K씨는 A와 B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때 만났던 사람들이 A보다는 B프로젝트를 호평하며, B프로젝트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합니다. 실제로 B프로젝트는 추가 투자를 더 유치 받으면서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며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반면 A프로젝트는 잠정적으로 개발이 중단되어 있습니다.

그중 K씨에게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 큰돈이 필요하게 됩니다. 마침 개발자 몫으로 받은 A코인 락업이 풀리게 되고, 매매를 할 수 있게 됩니다. K씨는 A와 B코인을 모두 가지고 있고 시장에서 가격도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두 가지 프로젝트를 모두 참여하여 내부사정을 아는 K씨 관점에는 현재 A와 B가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서서히 격차가 벌어지며 B가 더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되리라 판단해 A토큰을 모두 시장가로 팔았습니다.

거래량이 줄어든 시점에서 K씨의 매매가 코인의 가격에 타격을 주었고, K씨의 지갑 주소를 아는 사람이 K씨 지갑의 코인이 거래소로 이동된 것을 확인하고 커뮤니티에 이 사실을 올리게 됩니다. ‘A프로젝트의 개발자가 A코인을 모두 팔았다’는 소문이 돌며 A프로젝트는 신뢰성을 잃게 됩니다.


이 경우 K씨는 두 프로젝트에서 겸직하면서 이해 충돌을 경험하게 되고, 투자자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매매를 했기에 공정성뿐만 아니라 신의성실의 원칙까지 위배하게 될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K씨 생각에는 자신의 노동 대가로 받은 A 코인을 자신의 개인적인 판단 하에 팔았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K씨 행동은 A프로젝트와 A프로젝트를 지지하던 커뮤니티와 투자자 모두에게 손해를 입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 금융권에서는 법규, 윤리강령, 가이드라인 등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되어 있으나,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모두가 마땅히 지켜야 하는 공통의 규정이 미비한 실정입니다. 블록체인은 제삼의 중개인이 없는 탈중앙형 플랫폼이자,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집단 지성을 활용하고 있기에 강제성을 가진 규정을 두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중앙화된 주체를 둔다는 것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지요.

사실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비탈릭이 자신의 SNS에 여러 차례 언급을 했었고, 프로젝트 시작 당시 투자자 이름에 비탈릭이 올라가 이미 공개됐던 사항도 있기에 아주 새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더욱이 자율적으로 공개를 하는 만큼 정확한 수량과 비중이 공개되진 않았습니다. 또한 이더리움 개발자 중 몇몇만이 동참했을 뿐입니다.

한계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이해 상충이 중요한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었으며, 커뮤니티가 제기한 이해 상충의 의혹에 대해 창시자와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응답을 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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