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퓨처. 낡았다 여겼던 이메일이 돌아왔다. 미국의 ‘더 스킴’은 뉴스레터를 통해 뉴스를 배달한다. 말투는 친근하고 내용은 간결하다. 2016년 NBC 뉴스 출신 칼리 자킨과 다니엘 와이즈버그가 창업한 이 미디어 스타트업은 2018년 10월 기준 독자 70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모닝 브류’라는 스타트업은 경제 분야 소식을 정리해 뉴스레터로 보내준다.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2018년 300만달러, 우리돈으로 매출 33억원을 기록했다. ‘버즈피드’는 아예 뉴스레터를 홈페이지 상단 카테고리 중 하나로 편성했다.

국내 미디어 스타트업 씬에서도 뉴스레터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기성언론이 채우지 못하는 틈을 공략하는 이들 스타트업은, 독자의 받은메일함을 두드린다. 낯선 풍경은 아니다. “신문이요, 신문!” 우편함에 꽂히던 종이잡지, 신문이 이제는 전자우편함으로 날아오는 셈이니까. 돌고 돌아 다시 우편함이다.

뉴닉=밀레니얼 세대에게 시사 이슈를 이메일로 간단히 알려주는 뉴스레터 서비스. 월수금마다 뉴스를 재미있고 통통 튀는 방식으로 정리해 보내준다. 구독자는 1만5천명. 뉴스레터로 시작했지만 지향하는 바는 ‘더 나은 삶에 필요한 결정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주는 미디어 회사다. 25세에서 34세 사이의 독자가 가장 많다. 남녀 비율은 6:4정도다. 여성이 6이다.

어피티=사회초년생 직장인, 그 중에서도 3년차 이하 직장인 여성을 메인으로 두고 이들에게 맞는 경제 상식을 화요일, 금요일마다 뉴스레터로 전달하고 있다. '돈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미디어가 되는 게 목표다. 영상 플랫폼도 집중 개발 중이다. 작년 7월13일 시작해, 벌써 60통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구독자 4천명을 확보하고 있다.


  • 일시 : 2019년 2월20일 오후 4시

  • 장소 : 혜화 공공그라운드

  • 참석(가나다순)



  • 김소연 뉴닉 공동창업자, 대표 : 일상의 언어로 뉴스를 재밌게 전달하는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다. 경제, 심리, 인권을 공부했다.

  • 박진영 어피티 대표 : 미스핏츠, 청춘씨:발아, ALT 등 다양한 분야의 미디어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현재는 사회초년생을 위한 경제 미디피티를 운영하고 있다.

  • 빈다은 뉴닉 공동창업자, 최고운영책임자(COO) : 윤리학, 경영학, 데이터과학 등을 공부했다. 성인이 된 이후 뉴스 읽는 일과 멀어지는 일이 속상해 뉴닉을 만들었다.

  • 김인경 <블로터> 기자 : 진행을 맡았다.

  • 인터뷰 내용은 편집 및 재구성했습니다.



▲  |왼쪽부터 박진영 어피티 대표, 김소연·빈다은 뉴닉 공동창업자.
▲ |왼쪽부터 박진영 어피티 대표, 김소연·빈다은 뉴닉 공동창업자.

미디어스타트업을 택한 이유


김인경(이하 인경)=뉴스레터를 논하기 전에 먼저 묻고 싶다. 왜 ‘이런 일’에 뛰어들게 됐나.

빈다은(이하 다은)= 우리는 정규교육과정을 끝낸 이후의 성인들이 꾸준히 성장할 기회가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성인용 학습 시장은 비용이 너무 비싸거나 그나마도 일을 잘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 콘텐츠가 많았다. 업무 성장만 성장이 아니다. 매일 간단히 학습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뭔지 고민했다. 그렇게 나온 게 지금의 뉴스레터다.

박진영(이하 진영)=미디어 쪽으로 쭉 창업을 해왔다. 미스핏츠, 청춘씨:발아, 알트, 필리즘···. 주로 정치사회 이슈를 다뤄왔다. 총선과 대선이 끝나고 회의감이 들더라. 또래들이 응원하고 좋아하긴 하는데 끝까지 본 친구가 없는 것 같고 생활에 변화를 주지는 못한 거 같았다. 생활에 밀착된 뭔가를 하고 싶었다. 10년 후에 우리 또래 여성이 ‘조중동’을 보겠나.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다른 매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초년생, 3년차 이하 직장인 여성을 메인 독자로 설정했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한 미디어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여자가 번 돈을 소비할 만한 공간을 소개하는 미디어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타깃을 만나서 심층 인터뷰를 해보니까 돈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건 10년 뒤 더 나은 모습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미디어다. 지금은 돈에서 그 실마리를 찾은 거다.

인경=뉴닉은 뉴스를 정리해준다. 어피티는 2030에게 필요한 경제정보를 준다. 일부는 언론의 역할이기도 하다. 두 스타트업이 기성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진영=이쪽(경제) 공부를 하면서 기존 언론사에게 화가 났다. 경제지는 기본적으로 돈이 많고 가진 자산이 많고 투기를 하는 사람이 타깃이다. 부동산으로 몇 억을 벌거나 폭삭 망한 얘기다. 그들의 주 독자층은 경제 관련 설명을 들어야 하는 나이대가 아니다. 사회초년생은 이런 매체를 보고 내 얘기를 전혀 찾을 수 없다.

그러면서 ‘한국 역사상 최고 스펙이라던 밀레니얼 세대, 경제관념은 빵점’ 뭐 이런 제목의 기사를 쓴다. 우리에게 ‘욜로족’, ‘1코노미’ 같은 이름을 붙여 구분 짓고 싶어한다. 정작 삶에는 관심을 안 갖는 태도가 짜증난다.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욜로 세대라고만 말할 게 아니다. (젊은층도) 돈을 알아야 한다. 공부해야 한다. 독자들에게 뭐가 필요하냐고 물어봤더니 가계부를 어떻게 쓰는지 공유하는 자리가 있으면 돈 내고도 간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도 있다.

▲  |'일상의 언어로 뉴스를 재밌게 전달하는 뉴스레터를 만듭니다.'
▲ |"일상의 언어로 뉴스를 재밌게 전달하는 뉴스레터를 만듭니다."

김소연(이하 소연)=언론사 홈페이지 들어가면 발기부전, 탈모방지 광고가 나온다. 한번은 ‘핵인싸’라는 단어를 설명한다는 사실에 충격 받았다. 그러면서 ‘젊은 애들은 뉴스를 안 본다’라고들 한다. 그런 시각으로 볼 게 아니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감수성에 맞는 콘텐츠가 없었던 거라 이해하면 좋겠다. 기성 미디어가 잘못하고 있다는 게 아니다. 기성 미디어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잘 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젊은 독자를 가져가면 되지 않을까. 서로 역할이 다른 거 같다.

다은=우리는 구독자들을 자주 만나고 얘기를 나눈다. 뉴닉 구독자들은 네이버뉴스에 들어가면 내가 설 곳이 없다고 느낀다고 하더라. 기사를 쓴 사람도, 댓글을 쓴 사람도 나와는 입장이 다르다는 거다.

소연=양 극단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수는 적지만 많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더 많은데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인경=뉴닉과 어피티는 미디어 스타트업이라 불리고 있다. 이 미디어 스타트업이라는 게 과연 뭘까?

다은=뉴닉이 미디어라는 건 사실 그렇게 불렸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니까, ‘너희의 업이 어떤 서비스를 대체했어?’라고 질문한다면 미디어나 언론사를 대체하는 거라고 말할 수 있다. 포털에서 보는 기사를 대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가치는 언론사라는 단어의 틀에 가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폭을 더 넓힐 수 있다. 기성언론과 뉴미디어를 분류하는 시각은 낡았다고 본다. 미디어 스타트업은 계속 재정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뉴미디어 스타트업 씬은 예술을 하고 싶거나 비즈니스를 하고 싶거나. 두 부류가 있다. 예술은 내 목소리를 내려는 거다. 비즈니스는 문제를 풀려는 거다. 둘을 ‘같은’ 미디어라고 묶을 수 있을까? 뉴닉은 문제해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뉴스레터를 택했고 첫 번째 방법으로 글을 이용하는 거다. 다양한 범위로 서비스를 넓혀갈 수 있다.

진영=뉴미디어라고 가장 먼저 부른 건 기성언론이다. 우리 스스로 생각을 해봐야 하는 거 같다.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소연=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는데 인상 깊었다. 언론사의 경쟁사는 언론사고 버즈피드 같은 언론사의 경쟁상대는 그 시간을 점유한 모든 서비스라는 거다. 지금 뉴미디어라 통칭되는 회사들이 지향해야 하는 관점이라 생각한다.

진영=맞다. 우리를 기성언론과 비교하면 세련됐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비교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 독자들에게는 뷰티, 패션, 예능…. 선택지가 많다. 이런 다른 분야들의 톤에 맞춰 경쟁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만약 다음카페 인기글은 나에게 딱 맞는데 어피티가 기성언론보다 아무리 나아도 이 시간에 읽을 법한 글보다 재미없으면 안 되는 거다.

인경=그런데 젊은 세대의 미디어라고 하면 이런 의문이 든다. 미디어를 만든 이들도 나이가 드는 것 아닌가. 뉴스레터를 받아 보는 독자도 나이가 들지 않을까. 마냥 2030으로 남을 수는 없지 않나.

진영=미스핏츠를 할 때, ‘20대를 위한 20대의 미디어’를 내세웠다. 그때도 들었던 질문이 ‘30대 되면 어떻게 할래?’라는 거였다. 직장생활 3년차 이하 여성이 지금의 타깃인데, 우리는 독자와 함께 나이를 먹고 싶다. 10년이 지나면 우리와 2030세대의 코드가 다르지 않겠나. 지금 우리 독자가 바빠서 놓치는 정보를 그때그때 맞게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소연=‘젊다’는 말의 특성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방돼 있다, 열려 있다, 재밌다, 즐겁다, 희망적이다, 낙관적이다….어떤 게 젊다는 건지, 젊다는 것의 구체적인 특성을 유지해 나가면 (앞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뉴스레터를 활용하는 방법


인경=왜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로 뉴스레터를 택했을까?

진영=이전에는 페북, 유튜브를 중심에 뒀다. 영상 콘텐츠를 통해 바이럴을 일으키고, 이슈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페북은 내 친구들의 좋아요가 많아야 나에게 보인다. 그런데 타깃군인 2030세대 여성은 페북에 접속을 안 하더라. 인스타를 많이 하지만 좀 애매했다.

직장인은 이메일이 필수다. 프로토타입을 만들면서 뉴스레터로 (포맷을) 정하게 됐다. 더 스킴에 영향을 받았다. 이메일은 잘 모르니까 어떤 방식으로 만들지 화이트보드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면서 디자인을 구상해보고 그랬다.

▲  |사진=어피티
▲ |사진=어피티

소연=우리도 더 스킴을 벤치마킹했다. 미국에서 인턴 생활을 할 때 스킴의 열혈 사용자였다. 받아보는 공간인 ‘받은 메일함’이 주는 친밀성이 있었다. 말하듯 이야기를 건네고, 내가 답장하면 바로 메시지가 간다는 것. 팬으로서 느낀 더 스킴의 강점이었다. 내가 아는 미디어 중 구독자와 제일 잘 소통하는 미디어가 더 스킴이었다. 뉴닉도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은=이메일 뉴스레터는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메일은 가장 오래된, 그리고 클래식한 툴이다. 단순히 페이스북 피드를 돌아다니다가 콘텐츠를 우연히 발견하는 게 아니라 독자에게 (소식을) 넣어주지 않나. 안정적인 동시에 새로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전달하기에 좋겠다 생각해서 관심을 가졌다.

또 타깃이 2534이지 않나. 이들이 매일, 자주 쓰는 툴이 뭔가. 이메일이었다. 그 안에 스며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뉴스레터라는 게 우리 콘텐츠 내용과도 잘 맞아 떨어졌다.

인경=미국은 더 스킴 외에도 뉴스레터를 활용하는 곳이 많은 거로 안다. 한국 실정은 좀 다르지 않나.

소연=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사는 다 뉴스레터를 하고 있고, 잘 하고 있다. 악시오스, 복스 등이 대표적이다. 책을 추천하는 ‘브레인피킹스’라는 데도 있다. 여기는 책의 인용구를 모아 보낸다. 이메일 뉴스레터는 잡지, 신문에 담길 수 있는 모든 것을 다룰 수 있어서 활용하기 좋다. (미국은) 엄청 분화돼 있다. 뉴욕타임즈가 보내는 뉴스레터만 해도 50개는 있다. 더 스킴은 700만명이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더 스킴 창업자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가족들과 이메일을 주고받던 게 생각나서 친숙한 툴을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더라. 이메일은 우리에게는 사무용에 가까운데 거기서는 일상적인 거다. (이메일) 문화의 차이도 있을 것 같다.

▲  |사진=더 스킴
▲ |사진=더 스킴

다은=한국도 뉴스레터를 자기 프로덕트로 가진 회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직 뉴스레터를 스팸처럼 생각하는 문화가 있지만 뉴스레터 사업하는 곳이 많아질수록 시장도 커질 거다.

진영=나는 사실 네이버 메일에 만개 정도 쌓여 있다. 삭제해야 하는 이메일을 정리하지 않고 살았다. 그런 내가 뉴스레터 서비스를 할 거라고 생각도 안 했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다은=뉴스레터 소비 경험이 각자의 이메일 사용 환경에 따라 다른 면도 있다.

인경=뉴스레터에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뭔가.

진영=뉴스레터는 다른 플랫폼과 너무 다르다. 신기하다. 처음에는 코너도 5개쯤 만들었지만 지금은 메일이니까 편지라는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의 정보를 당신에게 준다’는 느낌을 내려고 한다.

소연=우리도 테스트를 많이 해봤다. 제목에 다양한 시도를 해봤는데 오픈률은 비슷했다. 보통 60%가 이메일을 열어보고, 정정레터를 보내면 그건 더 본다. (오픈률이) 80%를 찍는다. 재밌는 건 지금도 내용이 길다는 의견과 짧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거다. 아마 뉴스레터를 이제 막 등록한 사람은 우리의 톤에 어색해서 그러는 것 같다. 오래 구독한 사람들은 긴 글을 달라고 한다. 방점은 누구의 목소리에 가중치를 둘 거냐는 거다. 지금은 어디에 가중치를 둘 건지 재점검하는 시기다.

▲  |'우리는 처음부터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집중했다.'
▲ |"우리는 처음부터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집중했다."

다은=사실 길어서 싫다는 건 재미없다는 얘기일 수 있다.

진영=돈 관리법을 설명해주는 거 유용하지만 북마크만 해놓고 ‘감사합니다’하고 절대 안 보는 글이 되기 쉽다. 세상에 좋은 정보는 너무 많다. 그 정보가 ‘내 것’이 될 수 있나. 이게 문제다. 공감이 간다고 느끼게끔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다은=수요자 중심으로 아침에 봤을 때 체할 만한 소식은 다루지 않거나 맨 아래에 배치한다. 독자들에게 어떤 이슈가 재밌었냐고 묻고, 피드백이 오면 이런 부분을 참고해 업데이트한다.

진영=메일함 모두 읽기 이런 걸로 체크되는 것과 진짜 읽은 건 다를 수 있다. 뉴스레터 초반부는 많이 읽는다. 진짜 내용을 끝까지 읽은 사람의 비율은 마지막에 있는 설문 응답률로 나온다.

인경=편집도 중요하다. 시각적인 면에서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진영=구성에 따라 다르다. 큐레이션은 하나의 주제가 길어지지 않게 블록을 잘 구성해야 한다. 문단 간격의 호흡은 세 번 휙휙 스크롤하는 정도가 적절한 거 같다. 점점 욕심이 과해져 길어지자 바로 반응이 오더라.

소연=(메일침프는) 모바일과 PC를 따로 설정할 수 있다. 모바일에서 볼 땐 캡처를 고려한다. 한 화면을 캡처했는데 (콘텐츠의) 내용이 끊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소제목 내용이 스마트폰 화면에 들어가게 하려고 노력한다. 한 화면에서 얘기가 안 끝나고 끊어질 때 불안하다.

이 부분은 처음부터 고려했다. (그래야) 캡처해서 누군가에게 공유하기 좋지 않나. 더 스킴이나 다른 뉴스레터 콘텐츠를 받아봤을 때 좋다고 느껴지는 게 있으면 글자수를 하나하나 세서 우리 거에 참고했다.

▲  |이들은 비슷한 고민을 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구독자가 재미있다고 느낄까?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이 정보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사진=어피티)
▲ |이들은 비슷한 고민을 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구독자가 재미있다고 느낄까?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이 정보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사진=어피티)

진영=나는 투박한 편이다. 생산을 빨리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의다. 다른 친구들은 보는 경험을 중시한다. 경험에 대해서 인사이트 있지는 않으니까 맡긴다. 내가 하면 뭔가 촌스럽다. 메일침프 이용이 편한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자간 하나 조정하려고 하면 디테일한 텍스트 수정이 안 돼서 코드를 가져와서 고쳐야 한다. 어릴 때 ‘장미가족의 태그나라’처럼 html 수정 작업을 거쳐야 원하는 게 나온다.

다은=이미지를 많이 넣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알고리즘상 스팸으로 인식할 때가 있다. 스팸함으로 가지 않게 하는 거 정말 스트레스 받는다. 이메일이라는 도구가 오래되긴 했지만 ‘이메일을 세상에서 가장 좋은 도구로 만들겠어’ 라는 생각은 아무도 안 했기 때문에 누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건 미국처럼 국내도 이메일 시장이 더 활성화된다면 좀 나아질 거 같다.

인경=피드백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뉴스레터는 답장을 보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모지를 적게 달으라고 하고 누군가는 이모지가 너무 없다고 할 수 있다. 네이버뉴스를 예로 들면 댓글이 달리고 거기에 찬성이 몇이고 반대가 몇인지 보여서 어느 쪽 의견이 더 많은지는 알 수 있지 않나. 독자들의 의견이 너무 디테일하고 다 다르면 어떻게 하나.

소연=숫자는 오독이 일어날 수 있지 않나. 질적인 부분을 이해하려면 답장 같은 피드백이 중요하다. 나는 피드백이 오면 다 본다. 직접 봐야 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답장은 매번 10건 정도 오고 설문조사를 하면 100개, 200개는 답이 온다.

이메일의 장점은 나도 독자에게 메일을 보낼 수 있다는 거다. 실망했다는 사람이 있으면 연락을 한다. 이러이러하게 하려고 했는데 앞으로 이러이러하게 개선하겠다고 한다. 미시적인 노력인데 그런 것이 이야깃거리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콘텐츠 자체일 수도 있다.

진영=여성 경제미디어를 찾아보면서 하나 참고한 게 있다. 뉴스레터 가입란에 ‘너의 고민을 보내 달라’고 한 거였다. ‘내가 하나하나 답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나는 반드시 다 읽어본다’고 써있더라. 내 고민을 한 번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거다. 그런 배려가 중요하다. 우리는 고민 상담을 보내는 독자가 많다. 구체적으로 보내야 피드백을 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온라인 재무상담이 된다. 그래서 질문을 주면 다른 뉴스레터로 답을 준다.

소연=그런 현상을 관찰하면서 새 비즈니스 모델이 생길 수 있을 거 같다.

인경=뉴스레터는 뭐가 좋고 왜 필요할까. 뉴스레터 모델이 더 확산될 수 있을까.

소연=앞으로 뉴스레터의 시대가 올 거다. 정보를 받아볼 때 랜덤하게 뉴스피드에 뜨는 콘텐츠에 내 시간을 배팅하는 데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나. 뉴스레터는 대화할 권리를 준다. 내가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주제를 원하는 포맷으로 받아본다는 게 매력적이다.

진영=(뉴스레터는) 상상도 못했다. 페이스북에서 콘텐츠를 볼 때 불만이 너무 많았다. 불만을 인지하지 못한 불만이었다. 나는 이런 수준의 콘텐츠를 제공받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게시물에는 ‘화나요’를 누를 수밖에 없는 그런 게 있었다. 뉴스레터는 나를 존중해주는 느낌이 든다.

▲  |뉴닉은 현재 6명으로 구성돼 있다. 뉴스레터 하단에는 뉴스레터에 피드백을 할 수 있는 버튼이 마련돼 있다.
▲ |뉴닉은 현재 6명으로 구성돼 있다. 뉴스레터 하단에는 뉴스레터에 피드백을 할 수 있는 버튼이 마련돼 있다.

소연=뉴스레터를 소비하는 것도 하나의 소비 경험이라면 공간과 형식이 중요하다. 아까도 말했듯이 이메일의 형식적 특성은 답장을 보낼 수 있다는 거다. 우리에게 오는 피드백은 ‘안녕하세요’로 시작해서 피드백 설명을 하고 뉴니커 땡땡땡 드림으로 끝난다. 이런 (방식의) 피드백에 담긴 진정성과 솔직함은 대체 불가다. 이메일이라는 형식과 받은메일함이라는 공간에서 이런 경험이 오는 거다. 카톡으로는 서비스를 안 하냐는 질문도 많은데 이메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영=학부생일 때 뉴스레터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을 내서 전공을 공부해야 했는데 그걸 뉴스레터로 썼으면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필력에도 도움이 되고 스펙도 쌓이고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을 거다. 싱싱한 학부생의 지식은 사람들이 볼 때 난이도도 적합했을 텐데. (지금) 너도나도 했으면 좋겠다.

인경=아쉬운 점도 있을 거다.

진영=바이럴할 수 있던 콘텐츠가 너무 사적으로 전달돼서 새로운 독자를 유인할 기회가 없다는 거다.

인경=다뤘던 콘텐츠인데 중간에 유입된 독자는 못 볼 수 있지 않나. 이런 것은 어떻게 해결하나.

진영=돈 관리는 시작과 끝이 있다. 초기 독자는 정보를 순서대로 봤다. 비상금 만들기가 무조건 먼저인데, 그것을 못 보고 투자 얘기를 하는 뉴스레터만 보면 그거부터 시작하지 않나. 기술적으로 아직 해결을 못했는데 웰컴레터에 필독 리스트를 만들고 데일리하게 순서대로 나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  |'뉴스레터로 정보를 주고 오프라인에서는 솔루션을 줘서 매출을 내고 싶다.'
▲ |"뉴스레터로 정보를 주고 오프라인에서는 솔루션을 줘서 매출을 내고 싶다."

인경=뉴스레터가 중심인데 수익모델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다은=스타트업을 한다고 하면, ‘스타트업해?’라고 했다가 ‘아, 미디어 스타트업….’이라고 한다. 미디어가 붙으면 신념에 따라 산다는 느낌이 드나 보다. 우리는 ‘스타트업이 뭔데?’라는 질문부터 던지고 싶다.

진영=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료 서비스를 만드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뉴스레터는 넓은 폭을 가지고 가고 오프라인에서는 이수하듯이 경제 고민을 끝내게 해주고 싶다. 세미나, 재무상담 등으로 수익모델을 고려하고 있다. 먼저 프로토타입으로 책자를 만들었다. 유형화된 문제해결가이드를 키트처럼 팔고 그럴 수도 있을 거다. 그러려면 독자 풀을 단기적으로 많이 늘려야 하고 우리 신뢰도를 더 높여야 한다.

소연=뉴닉은 시작부터 저널리즘 베이스가 아니라 저널리즘의 문제를 인식한 비즈니스 베이스로 출발했다. 지속가능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돈 버는 비즈니스 모델(BM)이 정말 중요하고 기존의 BM 선택지도 우리 스타일로 해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선택한 1호 BM은 후원이었다. 후원을 재미있게 설정했다. 후원이 늘어날수록 고슴도치가 옷을 입을 수 있게 만들었다.

부가서비스, 멤버십제로 디벨롭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래도 뉴스레터를 유료로 전환하지는 않을 건데, 이건 뉴스 콘텐츠의 특성과 연결돼 있다. 사람들은 ‘뉴닉이 좋아도 네이버뉴스에서 뉴스는 다 볼 수 있잖아’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에 공감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는 게 필요하다는 우리의 철학도 있다.

▲  |뉴닉은 후원 모금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고슴이에게 롱패딩을 입혀주세요!' 이메일에 첨부된 QR코드를 찍으면 송금으로 이어지도록 해, 쉽고 편하게 후원할 수 있었다.
▲ |뉴닉은 후원 모금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고슴이에게 롱패딩을 입혀주세요!" 이메일에 첨부된 QR코드를 찍으면 송금으로 이어지도록 해, 쉽고 편하게 후원할 수 있었다.

다은=뉴스레터를 읽은 사람 중 20% 이상이 도네이션을 했다. 평균 1만원 이상을 후원금으로 냈다. 독자와 우리 사이의 신뢰를 (후원으로) 증명한 거다. 미디어 스타트업에게는 특히 BM을 많이 묻는다. BM을 묻는 이유를 공감하면서도 오히려 더 집중해야 하는 것은 강력한 독자가 있고 이들이 이 스타트업을 믿고 있는지, 이 부분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의 BM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 독자와의 신뢰를 높여갈 수 있나, (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나, 후원으로 신뢰를 증명할 수 있나. 이런 부분을 고민한다. 독자 파워가 모이면 돈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진영=창업을 여러 번 했지 않나. 그때마다 ‘그래서 너네 어떻게 돈 벌 건데?’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쪽(경제)으로 오니까 수익모델이 보인다. 미디어 스타트업은 특히 독자와의 신뢰, 지구력, 멤버 구성의 시너지가 중요하다. 다른 분야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거다.

사실 내가 이전에 팀을 계속 만들었다는 건 그만큼 많이 없어졌다는 거다. 그런데 독자를 이렇게까지 분석한 게 이번이 처음이더라. 미스핏츠, 알트…. 개인사정으로 끝낸 게 너무 많았다. 독자의 아쉬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면서 반성하고 있다.

소연=너희가 오래 건강하게 스타트업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럴수록 이 일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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