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허브'를 구축하기 위한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의 움직임이 구체화 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3월6일‘제주 블록체인 스마트시티 구성협회’를 출범했습니다. 동시에 기업 수요 조사를 통해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규제자유특구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추진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까요. 제주도가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 어떤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신기술 기반 사업 자유롭게 추진 가능


2018년 10월8일 중소기업벤처부는 ‘규제자유특구’ 도입을 골자로 하는 지역특구법 공포안이 의결됐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4월부터 규제자유특구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규제자유특구는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입니다. 신기술 및 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관련된 규정이 없거나, 모호한 상황에 자주 맞닥뜨렸습니다. 이러한 규제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제한된 지역 안에서는 기업이 규제 제약 없이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법의 후행성에 따른 제약 없이 신기술 기반의 사업을 육성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또한 규제 자유 특구는 수도권 이외의 지역만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지역은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얻게 됩니다. 규제자유특구는 비수도권 지역에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는 유인책으로 작용하기에, 국가적으로 지역 발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규제자유특구 지정시 특구 참여 사업자들은 메뉴판 식 규제 특례 적용, 규제혁신 3종 적용, 재정 및 세제, 부담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출처 = 제주도 규제자유특구 홈페이지
▲ 출처 = 제주도 규제자유특구 홈페이지

메뉴판 식 규제 특례란 식당의 메뉴판처럼 규제자유특구에 적용되는 201개의 기존 법령을 리스트로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이에 따라 규제자유특구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은 201가지 규제를 유예받거나 면제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습니다.

규제혁신 3종은 규제 신속 확인, 실증 특례, 임시허가를 뜻합니다. 규제혁신 3종을 활용하면 규제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시, 도지사에게 확인을 요청하면 30일 이내로 빠르게 확인을 받을 수 있으며(규제 신속 확인), 신제품을 시험하거나 검증을 받고자 할 때 법령이 없거나, 기존 법령을 적용하는 것이 어려우면 일정 기간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실증 특례). 또한, 허가 기준이 없거나, 기준이 맞지 않아 출시가 힘들 때 신제품 혹은 서비스의 안정성과 기술 검증을 완료했을 경우 임시로 판매 허가를 받아 판매할 수 있습니다(임시허가). 특히 실증 특례와 임시허가의 경우 시, 도지사에게 요청하면 관계 부처의 검토와 특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대 2년까지 특례를 지정하거나 임시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제주도, 블록체인 사업 육성 꿈꾼다


제주도는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블록체인, 전기차, 화장품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 2월 수도권에서 블록체인 기업을 대상으로 제주 규제자유특구 설명회를 개최하며 기업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도는 규제자유특구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기업들의 수요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규제자유특구 홈페이지에서 수요조사 양식을 확인하고, 접수할 수 있습니다. 3월 7일, 현재 제주도의 규제자유특구 홈페이지를 통해 수요조사를 접수한 기업은 스무 곳이며 이 중 암호화폐 거래소,  암호화폐 수탁 기업, 블록체인 개발 기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주도는 수요조사를 통해 선별된 업체를 대상으로 3월 중 세 차례의 컨설팅을 진행하여 기업의 수요조사서를 검토와, 규제 특례지원계획 작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도는 5월 24일 규제자유특구 계획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제주도는 2천억 원 규모의 4차 산업혁명 전략 펀드와 150억 원 이상 규모의 블록체인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현재 제주도의 블록체인 펀드 조성 방안은 지방의회를 통과한 상태입니다. 또한, 제주도는 중국 하이난성과 함께 ‘블록체인 특구’ 조성을 위해 국제적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중국 하이난성은 2018년 10월 중국 최초의 블록체인 시범 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특구 지정 이후 할 일이 더 많아


지난 1월17일 과기정통부의 'ICT 분야 규제샌드박스'가 시행됐습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인 ‘모인’이 임시허가와 실증 특례를 신청했었지만 최근 2차 심의 대상에서도 제외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모인의 심의 제외 사실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관계부처와 협의가 진행되지 않아 모인이 제외되었으며, 4월 실행되는 금융위원회의 금융 규제 샌드박스의 기준을 적용하면 더 명확히 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블록체인 송금 기업이 규제 샌드박스 적용은커녕 심의조차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은 난색을 보였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블록체인 특구 지정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나, 블록체인 특구가 '만능 특효약'만은 아닙니다.

부산광역시 역시 핀테크 산업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특구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부산과 제주도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ICO’인데, 제주도의 경우 작년부터 기관 투자자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ICO를 허용해 나가겠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지금도 제주도는 같은 견해를 밝히고 있으며, 규제혁신 3종을 활용해 ICO  허용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국내에서 ICO를 금지하고 있고, 유사수신 문제와 얽혀 있는 만큼 제주도는 아직까지 ICO와 관련한 명확한 계획을 밝히진 않았습니다.

더불어 제주도의 블록체인 특구 추진을 위해서는 도민들의 공감대를 얻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제주 지역 매체인 <제민일보>는 현경보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의 '4차 산업 제주도민 인식조사'를 인용해 제주도민의 블록체인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현경보 겸임교수의 '4차 산업 제주도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블록체인에 대한 도민의 인지도는 68%, 블록체인 허브 도시에 대한 인지도는 52%로 비교적 높지만, ‘블록체인 허브 도시’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0%로 공감한다는 응답 2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규제자유특구 지정이 된다면 기업들은 자유롭게 사업을 전개하여 국가 경쟁력 상승에 이바지할 수 있고, 규제로 인해 해외로 유출되던 자본과 인력이 제주로 흡수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더불어 파급효과를 통해 관련 일자리가 창출되어 장기적 관점에서는 제주도, 기업, 도민 모두가 블록체인 산업을 통해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정책을 통해 주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과제가 제주도에게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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