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차 IT 서비스 기업 이포넷(E4NET)이 기부 플랫폼 ‘체리(Cherry)’로 블록체인 사업에 도전한다. 이포넷은 람다256 파트너사로 ‘루니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체리를 개발중이다. 체리는 오는 7월 클로즈베타를 마친 후 오픈베타를 출시할 계획이다. 오픈베타가 출시되면 국민들이 직접 체리를 사용해 볼 수 있다.

이포넷 이수정 대표와 체리 파트너사인 어린이재단 오승종 전략기획실 팀장을 만나 블록체인 기부 플랫폼 체리와 이들이 체리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기부 문화에 대해 들어봤다.

▲  | (왼쪽부터) 체리 파트너사인 어린이재단 오승종 전략기획실 팀장과 이포넷 이수정 대표.
▲ | (왼쪽부터) 체리 파트너사인 어린이재단 오승종 전략기획실 팀장과 이포넷 이수정 대표.


  • 이포넷은 24년 차 SI 서비스 전문 기업으로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로 좋은 평판을 받고 있다. 또한 민관분야에 두루 기업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데, 왜 굳이 ‘블록체인’이라는 모험을 감수하는가?


(이수정 대표) 세상이 바뀌는 것을 보며 위기감을 느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던 중, ‘블록체인’을 만나게 됐다. 블록체인 기업의 성공은 1할은 기술이고, 나머지 9할은 지불, 결제와 같이 블록체인을 어떻게 사업화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포넷은 결제, 직불카드 서비스 등 금융 SI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사업경력이 짧은 블록체인 기업들은 ‘초석’은 훌륭하게 쌓아도, 그 후 사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반면 이포넷은 24년 차 기업으로 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 ‘초석’뿐만 아니라 그 위에 ‘건물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블록체인 사업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는 3년 전부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챗봇, 인공지능(AI), 기계 번역기까지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도전해왔다. 우리와 함께 조달, 입찰 인프라 구축 사업자로 시작했던 기업 중 현재까지 생존한 기업이 매우 적다. 이포넷이 생존해 성장을 지속해 올 수 있던 이유는 우리가 변화에 도전해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 이포넷의 블록체인 기부 플랫폼 ‘체리’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이수정 대표) 체리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기부 플랫폼이다. 체리는 기부를 뜻하는 채러티(charity)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번 강원도 산불 사태가 났을 때, 많은 국민들이 도민들을 돕기 위해 십시일반 기부를 했다. 체리를 이용하면 기부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낸 기부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기부 이력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기에, 기부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그렇기에 블록체인이 기부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 생각한다.

체리를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기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서비스와 다르게 기부 같은 경우 에러가 나면 기부자들의 이탈률이 높다. 그렇기에 앱을 이용해 기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기부자가 체리를 이용할 때 불편함이 없게 만전을 기하고 있다.

▲  | 이수정 대표
▲ | 이수정 대표


  • 왜 첫 번째 블록체인 프로덕트로 ‘기부 플랫폼’을 선택했는가?


(이수정 대표) 이포넷 기업 철학과도 연관 있다. 이포넷 직원들은 정관에 따라 급여의 일정 부분을 기부 있고, 1인 1봉사 원칙에 따라 모든 직원이 봉사에 참여하며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포넷처럼 정관에 따라 기부를 하는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회사가 일정 금액을 거둬 일괄적으로 기부를 하기보다, 직원들이 직접 기부처를 선택해 기부할 수 있게끔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일례로 기업이 체리 토큰을 구매해 직원들에게 나눠주면, 직원들은 체리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캠페인 중 선택해 기부하고, 내 기부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체리를 이용하면 ‘액티브한 기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체리에도 ‘토큰’이 있다고 들었다.


(이수정 대표) 맞다. 체리 토큰은 원화와 1:1 비율로 고정된다. 즉, 1체리는 1원이다. 네이버 해피빈과 비슷하다. 다른 암호화폐와 다르게 체리 토큰은 거래소에서 구매할 수 없다. 오직 앱 내에서만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다. 체리에서는 체리 토큰뿐만 아니라 '영향력 토큰'이 있는데, 영향력 토큰은 일종의 인센티브로 체리 생태계에서 자율 거버넌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향력 토큰은 체리 토큰과 다르게 구매할 수 없으며, 양도할 수도 없다. 기부할 때만 얻을 수 있다. 영향력 토큰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체리 플랫폼 내에서 투표할 때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추후에 스타벅스의 다이어리처럼 '체리 굿즈'를 만들 예정이다. 영향력 토큰을 가지고 있으면 굿즈를 구매할 수 있다.


  • 체리를 통해 일반 국민들도 기부뿐만 아니라, 직접 기부 캠페인을 만들 수 있는가?


(이수정 대표) 그렇다. 이포넷은 체리에 '라이트 버전'과 '하드 버전'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라이트 버전은 장부만 블록체인화한다. 기부 과정 중 최소한의 부분만 블록 체인화하여 효율성을 높였다. 이러한 라이트 버전은 어린이재단처럼 공신력이 있고, 기부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기관들이 이용할 수 있다.

반면 하드 버전은 장부뿐만 아니라 모든 기부 과정이 스마트계약을 통해 이루어진다. 일반 국민들은 이 하드 버전을 이용해 기부 캠페인을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투표를 통해 기부 절차가 정해지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 놓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 기부금이 옳은 곳에 바르게 쓰이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개인, 기관의 평판들이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기부를 할 때 참고할 수 있다.

최종 목표는 자율 거버넌스에 기반한 탈중앙화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생태계 정착을 위해 어린이재단과 같은 공신력이 있는 재단이 먼저 참여하게 된다.


  • 체리를 이용하는데 수수료가 없다고 들었다.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이수정 대표) 체리는 사용하는 기부자, 참여자, 기관 모두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다만 환전을 할 때 외부에서 수수료가 부과될 수는 있기는 하다. 이포넷은 다른 블록체인 서비스 또한 개발 중이다. 체리를 개발하는데 사용됐던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해 투표, 주총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체리에 사용된 블록체인 지불, 결제 기술을 응용하면 크라우드펀딩, 커머스 등 무궁무진한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렇듯 다른 사업 모델로 충분히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체리에 수수료를 부과할 필요가 없었다. 수수료가 없기에 다른 기부 단체들도 체리를 사용하고 싶어 한다. 단체 입장에서 체리를 이용하면 추가적인 투자 없이, 새로운 기부 채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 오승종 팀장
▲ | 오승종 팀장


  • ‘블록체인’과 ‘기부’ 모두 일반 대중들한테는 가까운 개념은 아닌 것 같다.


(이수정 대표) 그렇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에는 기부 ‘파이'가 정해져 있다는 생각을 한다. 기부하는 사람만이 기부한다. 우리의 목표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기부 파이를 늘리는 것이다. 부자가 큰 금액을 기부하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평소 기부를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기부에 관심을 가지고, 기부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체리를 이용하면 블록체인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국민들도 앱을 통해 블록체인을 사용할 수 있고, 블록체인 기술을 체감할 수 있다.

또한 '기부 파이'를 확대하려면 무엇보다도 젊은 층을 편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선냄비처럼 현금을 이용해 기부하는 것은 젊은 친구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QR코드를 이용해서 기부하는 것처럼 현금이 없이도 바로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더욱이 체리에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요소를 첨가한다면 젊은 친구들도 게임을 하듯 재미있고, 쉽게 기부를 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체리를 통해 기부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기부 문화가 확산될 수 있게끔 하고 싶다. 이를 통해 소액기부자들 기반의 ‘마이크로 도네이션’ 문화를 만들고 싶다.

(어린이재단 오승종 팀장) 기부 타겟을 확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이용한다면 기부의 투명성에 의문을 품고 있거나, 기부 단체를 신뢰하지 못해 기부를 망설여서 했던 이들 역시 파이에 편입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어린이재단은 ‘체리’의 첫 기부 재단 파트너이다. ‘블록체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그렇기에 재단이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하기 어려웠었을 텐데, 이를 감행한 이유가 있는가?


(오승종 팀장) 어린이재단은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정부의 입장과 비슷하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있고, 블록체인은 실체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탁상공론을 벗어나 이포넷과 함께 체리를 이용한 블록체인 기부 프로젝트에 도전하게 되었다. 어린이재단은 70년 넘게 운영되고 있고, 많은 후원자가 어린이재단을 믿고 기부를 한다. 어린이재단과 같은 공신력 있고, 신뢰를 받는 재단이 블록체인을 이용한 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업계에 선두 역할을 하며 모범 사례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체리 내에 다른 단체들이 캠페인을 시작한다면 기부 경쟁이 생길 것 같다.


(오승종 팀장) 어린이재단이 체리의 파트너로 참여한 것은 캠페인을 독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건전한 블록체인 기부 문화 확산에 이바지하기 위해 참여한 것이다. 만약 경쟁이 있다면 ‘선의의 경쟁’일 것이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기부 시장의 전체 파이를 늘려가고 싶다.

  • 생각하는 유즈케이스가 있는가?


(이수정 대표) 체리와 봉사점수와 연관시킨 유즈 케이스를 생각해봤다. 아이들은 대학 진학 혹은 졸업을 위해 의무적으로 봉사 시간을 채워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체리 플랫폼에 기부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제작할 때 봉사점수를 준다면 쉽고, 재밌기에 많은 아이가 참여할 것 같다. 처음에는 쉬워서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겠지만, 그것이 쌓이다 보면 기부 습관이 체화되리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훗날 기부 참여자로 바뀌어 기부 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영세한 봉사 단체들이 많다. 이러한 단체들은 홍보비용을 지출하기 어렵다. 아이들이 이러한 단체를 위해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단체들은 비용 부담 없이 캠페인을 홍보할 수 있고, 아이들은 봉사 시간을 획득하며 기부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과대평가된 기술에서 세상을 바꿀 기술까지 매우 다양하다. 마지막 질문으로 이포넷의 이수정 대표와 어린이재단의 오승종 전략기획실 팀장에게 블록체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물었다.


(이수정 대표) 블록체인을 좋다, 나쁘다로 양분해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과 사상 자체는 좋은 것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AI의 경우 60년 전에 개념이 제시됐지만 현재에 와서 유즈케이스가 나오는 것처럼, 블록체인 역시 언젠간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체리를 통해 기술의 개념과 실제 사용 간의 간극을 줄이고자 한다.

(오승종 팀장) 블록체인 기술이 좀 더 성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재단이 블록체인 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유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먼저 받아들이고 양성화시켜야, 블록체인 기술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의 유망 기업 및 인사를 총망라한 '블록체인 테크 & 비즈니스 서밋 2019'가 오는 4월24일-25일 양일간 개최된다. 이포넷 이수정 대표 역시 이번 서밋에 연사로 참여해 '탈중앙화 기부 플랫폼 체리’으로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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