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 테더와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가 다시 한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비트파이넥스가 8억5천만달러(약 9920억원) 상당의 손실을 테더 유보금을 이용해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테더와 비트파이넥스를 운영하는 아이파이넥스가 4월29일 뉴욕 검찰로부터 기소당했습니다. 비트파이넥스는 공지를 올리며 ‘손실’이 아닌 ‘동결’로 경영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으나, 본래의 사건에 꼬리를 문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의혹을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의혹 1. 손실인가 일시적 동결인가?


가장 먼저 논란이 되었던 것은 이 부분입니다. 뉴욕 검찰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러티샤 제임스 검찰총장이 암호화폐 기업을 사기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를 냅니다.해당 보도에서는 뉴욕 검찰이 뉴욕주 법률에 위배되고 있는 행위를 하던 아이파이넥스를 조사하게 됩니다. 뉴욕에서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하려면 뉴욕 금융감독청으로부터 비트 라이선스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비트파이넥스는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은 채 뉴욕시민 일부를 대상으로 사업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뉴욕 검찰은 더 심각한 정황을 포착하게 됩니다. 비트파이넥스가 송금한 8억5천만달러 상당의 기업과 고객의 자금의 행방이 묘연해졌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뉴욕 검찰 측은 비트파이넥스가 이러한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의 더 자세한 정확은 이렇습니다. 비트파이넥스는 크립토 캐피탈에 8억5천만달러를 송금했습니다. 그러나 무슨 연유에서인지 크립토 캐피탈은 이 자금에 접근해 처리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비트파이넥스 측의 자금 유동성도 덩달아 묶이게 됩니다. 더욱이 비트파이넥스는 지난해 10-11월 경 출금 절차를 개선하느라 출금 속도가 느려졌다가 해명했으나, 뉴욕 검찰 측은 “이 당시 비트파이넥스는 고객이 요청한 출금을 처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라고 일축합니다.

반면, 비트파이넥스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비트파이넥스테더는 공지를 통해 “뉴욕 검찰 측이 비트파이넥스에서 8억5천만달러가 ‘분실’되었다 주장한 것은 잘못된 되었다”며 “크립토 캐피탈로부터 자금이 분실되지 않고, 동결되어 보호되고 있다고 연락받았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동결된 자금을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해명을 내보낸 상황입니다.

▲  | 테더 측이 올린 웹사이트 공지 내용 갈무리
▲ | 테더 측이 올린 웹사이트 공지 내용 갈무리

의혹 2. 테더-비트파이넥스 간 ‘이해 상충’있었나?


손실이든 동결이든 가장 큰 문제는 비트파이넥스가 이 사실을 거래소 사용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더 나아가 비트파이넥스는 동결된 자금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테더의 보유금을 빌려오게 됩니다.

테더는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즉, 1테더는 1달러에 고정되어 있는데, 이러한 안정적 가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테더의 보유금입니다. 테더 측은 테더 발행량만큼 보유금을 확보하고 있다 밝혀왔습니다. 만약 보유금이 부족해 고객의 출금 요청에 대응할 수 없다면 ‘지급 불능’ 사태에 빠지고, 스테이블 코인으로써 '테더' 가치는 없어집니다. 그렇기에 테더의 보유금이 충분한지, 투명하게 운용되고 있는지가 중요한 쟁점입니다.

<코인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비트파이넥스는 테더의 보유금을 빌려와 거래소 운영에 사용했습니다. 이 사실 역시 비트파이넥스, 테더 사용자에게 고지되지 않았습니다. 이때 비트파이넥스는 테더에 '신용 대출' 형식으로 계약을 체결해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이 계약은 2018년 11월과 2019년 3월에 체결되어 현재 비트파이넥스가 테더에게 빌린 자금이 7억 달러에 상당한다고 합니다. 계약 체결 이외에 비트파이넥스와 크립토 캐피탈 계좌 간 몇 차례 송금이 있었기도 합니다.

비트파이넥스 측은 신용 대출을 위해 '6.5% 이율, 3년 만기' 조건을 걸기도 하고, '아이파이넥스 주식 60만 주'를 담보로 설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법원 명령에 따르면 아이파이넥스 측은 테더 보유금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기업의 관계입니다. 비트파이넥스의 CEO 얀 루도비쿠스 반 데르 벨데는 테더 CEO이기도 합니다. 두 기업의 관계가 깊은 만큼 이번 사건이 뉴욕 검찰 측에 밝혀지지 않았다면 기업 간 조용한 신용 거래를 통해 추가적인 유동성을 확보해 동결 자금의 공백을 메꿀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반면 크립토 캐피탈에서 일어난 동결 문제가 재연되었다면 테더의 신뢰성까지도 흔들 수 있는 사건이 될 위험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테더와 비트파이넥스 간의 신용 대출 행위를 한 이유로 비트파이넥스의 법률 자문위원인 스튜어트 호그너는 "암호화폐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였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의혹 3. 테더는 정말 충분한 보유금을 확보하고 있는가?


이 문제는 테더 관련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가장 큰 화두가 되는 질문입니다. 지난 30일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테더는 발행량에 상당하는 현금을 확보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테더 측의 변호인은 같은날,  21억달러 상당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체 테더 발행량의 74%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테더 발행량 전체가 아닌 왜 일부만 담보할 수 있는 현금만 보유하고 있느냐 묻자, 테더 측 변호인은 "일부만 예치해 놓는 것은 상업 은행의 지급 준비금과 비슷하다"라 답했습니다. 또한 "어떤 은행도 예금보다 큰 금액을 유동 현금으로 들고 있지는 않다"며 변론을 펼쳤습니다.

▲  | 테더 측이 법원에 소명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가 지난 30일 공개됐다.
▲ | 테더 측이 법원에 소명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가 지난 30일 공개됐다.

의혹 4. 누가 희생양이 될 것인가?


사실 비트파이넥스 측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사건은 비트파이넥스가 ‘크립토 캐피탈’로 보낸 자금이 ‘분실’ 또는 ‘동결’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크립토 캐피탈 역시 이번 공방전의 중요한 실마리를 쥐고 있습니다. 크립토 캐피탈은 일종의 결제 대행업체입니다. 이들은 전 세계에 은행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데, 암호화폐 거래소로 받은 자금을 포르투갈, 폴란드 등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은행에 분산시켜 보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고객이 출금을 요청할 시 이 은행들로부터 자금을 출금해 돌려주게 됩니다. 비트파이넥스의 경우 2017년경부터 은행과의 관계 구축이 어려웠기에 크립토 캐피탈과 같은 대행사를 이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번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며 8억5천만달러 행방을 두고 논쟁이 생겨난 것입니다. 제임스 검찰총장의 주장에 따르면 작년에 비트파이넥스 측에서 크립토 캐피탈에게 송금한 자금은 10억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비트파이넥스의 임원은 법정에서 “크립토 캐피탈이 자금을 분실했거나, 훔쳤거나 혹은 돈을 들고 잠적을 했을까 의심을 하기도 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실 크립토 캐피탈은 대표가 사망하며 수탁 자산의 행방이 묘연해져 결국 파산 선고를 한 캐나다의 암호화폐 거래소 쿼드리가CX가 이용하기도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블룸버그>는 비트파이넥스가 소액 투자자들의 자금은 크립토 캐피탈을 통해 처리하고, 고액 및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은 푸에르토리코, 바하마 등의 은행에 계좌를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따라서 블룸버그는 이번 8억 5천만 달러의 행방이 묘연해질 경우 가장 큰 피해자들은 개인 소액 투자자들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번 규제는 자정 작용 vs 이중 잣대


이번 사건을 두고 업계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CNBC> 크립토 트레이더 쇼 진행자 란 노이어는 "뉴욕 검찰청의 이번 조치는 (암호화폐) 생태계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생태계에 대해 ‘진짜 돈’을 유입시키기 위해 때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이것은 일종의 자정 작용이다"라고 규제를 환영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 심비온트 대표 케이틀린 롱은 "뉴욕 검찰청은 2009~12년, 메릴린치가 비슷한 사건을 저질렀을 때 (비트파이넥스에 적용했던) 마틴 법을 적용했나?"라고 반문하며, 기존 금융업계보다 암호화폐 업계에 가혹한 뉴욕 검찰청의 이중잣대를 비난했습니다.

사건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뉴욕 검찰 측은 법원에 테더를 이용해 정상적으로 거래하는 것을 보장해 줄 것과 수사 후 비트파이넥스가 영업을 차질없이 이어갈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라고 합니다. 테더는 이번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한 지난 26일 0.98달러까지 소폭 하락했다가 현재(2일 기준) 1달러를 회복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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