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7월17일 플랫폼사업자와 택시산업 간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내놨다. 개인택시조합은 쌍수를 들고 반겼다. 렌터카를 허용하고, 타다를 받아들이기로 했던 국토부가 돌연 입장을 철회하면서, 브이씨앤씨(VCNC)의 '타다'가 틀 밖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모빌리티업계의 반응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분분하다.

이번 개편안은 지난 3월7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에 따른 후속 논의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이때 합의했던 △플랫폼 기술을 자가용이 아닌 택시와 결합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출시 △초고령 개인택시 감차 △월급제 시행 등의 사안이 고루 담겼다. (※관련기사 : 플랫폼 상생안, 국토부의 ‘택시’ 활용법, 국토부 ‘택시제도 개편방안’, 베일 벗었다)

가장 주목 받는 건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제도화하는 방안이다. 국토부는 총 3가지 유형의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제도를 마련했다. 유형①은 새롭게 생겨나는 플랫폼운송사업이고, 유형②와 유형③은 각각 기존에 있던 택시운송가맹사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택시호출 중개사업을 규제샌드박스를 이용해 활성화한다는 내용이다. 개편안의 핵심적인 내용을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Q&A형식으로 정리했다.


Q. 이번 개편안은 택시의 압승이라던데, 정부가 택시 편을 들어준 건가?

=관점에 따라 다르다. 제도권 안에서 플랫폼운송사업을 하도록 틀을 만들어준 거라 볼 수 있지만 택시사업자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은 사실이다.

주말까지만 해도 국토부는 유형①에서 렌터카를 허용할 예정이었다. 국회에 개편안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자료를 살펴보면 “‘타다’도 수용이 가능한 형태”라고 명확하게 적혀 있다. 발표 전날, 이 부분이 갑작스럽게 빠지게 됐다. 택시 눈치를 과도하게 봤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위원은 “기본적으로 택시의 의견을 수용했다. 어떻게 보면 제도권 안에 기업을 편입시켜 관리하겠다는 거다”라며 “모든 서비스가 나오면 관리 체계로 들어가는 수순은 맞지만 이해관계자 간 조율이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모빌리티 산업혁신과 소비자 편익, 기존 산업과 조화를 잘 맞춰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Q. 타다 같은 플랫폼사업자가 영업을 하려면 기여금을 내야 한다던데

=기여금은 유형①에 해당하는 얘기다. 정부가 구상하는 유형①은 이런 그림이다. 플랫폼사업자가 안전, 보험, 개인정보 관리 등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면, 정부가 허가를 내주고 운영가능대수를 정해준다. 플랫폼사업자는 차종, 외관, 요금 등을 자유롭게 정해 운송사업을 할 수 있다.

다만 운영대수 또는 운행횟수 등에 따라 별도 관리기구에 기여금을 납부해야 한다. 기여금은 기존 택시면허 매입과 택시운수종사자의 복지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국토부는 일시납, 대당 정액, 매출액 연동 등 다양한 지급 방식을 검토 중이다.

Q. 택시면허 총량 안에서만 플랫폼 택시가 허용된다는 얘기가 많았다. 플랫폼사업자에게 허가를 내주면 총량은 어떻게 되는 건가

=허가 총량은 이용자 및 택시 감차 추이에 따라 관리된다. 정부는 택시 감차사업의 일환으로 연간 900대를 감차하고 있다. 기존의 감차사업은 계속 진행하고, 플랫폼사업자들에게 기여금을 받는 등 재원을 마련하면 면허권을 따로 매입할 예정이다.

국토부 박준상 신교통개발과장은 “스타트업에게 진입장벽이 되지 않도록 면허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우려가 많은데 스타트업이 앞으로 사업하는 데 필요한 물량은 충분히 공급해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감차되는 면허대수가 있고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면허가 따로 있다. 기여금이 많이 모인다면 그만큼 매입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차적으로는 감차로 이동수요를 맞추려고 하겠지만, 이동수요를 보면서 탄력적으로 총량을 조절하려고 한다. 기존 산업에 영향이 전혀 없고 면허값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플랫폼사업자들이 더 필요하다고 할 때 운영가능대수를 더 내줄 수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택시면허 총량 안에서 운영하려 한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플랫폼사업자에게 내줄 (운영가능)대수 총량은 정해지지 않았다. 재원 확보가 먼저이기도 하고 아직 업계가 원하는 물량의 규모를 파악하지 못해서다”라며 “기여금과 더불어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가용가능한 재원에 따라 (택시면허) 물량을 확보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Q. 기여금은 사실상 대기업에게 유리한 것 아닌가? 그리고 대기업이 택시면허 매입해서 택시처럼 돌리면 어떻게 되나?

=지급 방식을 다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자금 상황이 넉넉하지 않은 스타트업에게는 기여금이 얼마가 됐든 부담이다. 여유가 없는 스타트업은 기존 택시사업자와 협력해야 하는 유형②와 유형③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 차량을 직접 소유해야 된다는 규정도 스타트업에게는 더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토부는 스타트업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떼돈을 들고 와 ‘운영가능대수를 다 달라’고 요구한다 해서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거라 말했다. 별도의 관리기구를 통해 운영가능대수를 관리하기로 한 거라, 플랫폼사업자의 택시면허 매입도 제재할 것으로 보인다.

Q. ‘타다’는 어떻게 되나

=유형①은 플랫폼사업자가 차량을 소유해야 한다. 렌터카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타다의 향방을 두고 관심이 몰렸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타다가 유형①에 맞춰서 들어오면 된다. 1천대로 차량을 유지할 거라면 1천대에 해당하는 운영가능대수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만큼의 기여금이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형①을 대폭 자유롭게 해주려고 했는데, 택시에서 거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안을 못 받아들인다더라. 개편방안을 큰 틀에서 진행하는 것조차 어려웠다”라며 “택시 쪽에서는 타다가 허용되면 렌터카를 빌려 불법으로 길에서 유상운송을 하는 길이 열린다며 반대했다. 택시업계에서 이해를 해준다면 (렌터카로도) 길이 있을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Q. 그럼 ‘타다’는 불법인가

=유형①이 법제화되고, VCNC가 지금처럼 ‘타다 베이직’을 운영한다면 불법이 될 수 있다. 국토부는 “본질을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VCNC가 렌터카를 이용하는 이유는 렌터카 자체가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예외조항을 활용한 여객운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 부분은 국토부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쏘카 자회사가 타다인데, 렌터카는 쏘카 것 아니냐. 쏘카 차량을 타다가 사면 되는 거다. 거기서 거기다. 지금은 VCNC가 운송사업자가 아니라서 차량을 소유할 수 없는 거고 앞으로는 차량 소유를 허용해주겠다는 건데 무슨 문제가 있겠나. 예외조항 때문에 11인승 카니발을 써왔던 것 아닌가. 유형①을 따르면 다른 차종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새로운 제도를 통해 VCNC가 요구하던 길이 오히려 열린 셈이다. 렌터카가 안 된다고 타다는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얘기 같다.”

Q. 택시기사만 몰 수 있게 되나

=맞기는 맞다. 국토부는 플랫폼운송사업종사자도 택시기사 자격보유자만 허용하기로 했다. 운행안전을 확보하고 범죄경력자를 배제하기 위해서다. 택시기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간도 오래 소요되지 않는다.

핵심은 범죄경력조회다. 국토부는 성범죄, 절도, 음주운전 등 280개 특정범죄 경력조회를 주기적으로 할 예정이다. 자격취득 제한범죄에 불법촬영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보다 요건이 강화되는 셈이다.

Q. 이번 개편안은 누구에게 유리한가

=택시라고 뭉뚱그리기는 어렵다. 법인택시는 월급제 시행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각종 모빌리티업체들이 주 활동지로 삼고 있는 서울 지역의 개인택시에게는 희소식이다. 이들은 타다와 같은 렌터카를 허용한다는 대목이 빠진 데서 만족하고 있다. 국토부는 택시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특정 시간대, 특정시기에는 지자체별로 택시 부제를 자율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부제 해제도 택시가 원하는 바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하 서울개인택시조합)은 개편안을 적극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카오)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3월 대타협 이후 카카오는 택시업계와 함께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왔다. 택시운송가맹사업자인 타고솔루션즈와 ‘웨이고 블루’를 내놓았고, ‘카카오T 택시’로 택시호출 중개 플랫폼도 운영 중이다. 규제혁신형 플랫폼택시의 두 가지 유형은 이미 확보했으니, 카카오는 새로운 유형을 설계해 내놓으면 된다.

카카오는 개편안에 대해 “규제혁신과 변화의 기제가 만들어졌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지난 사회적 대타협 이후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논의해 온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형상화하고, 방향성을 정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도 말했다.

Q. 모빌리티업계 반응은 어떤가

=국토부는 개편안을 꾸리면서 모빌리티업계와 꾸준히 접촉해왔다. 이들은 모빌리티사업에 대한 총량 제한, 기여금 납부 등 제약에 사전합의했다. 그러나 17일 개편안이 발표되자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여럿 속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발표 전날 렌터카 허용 문구가 급하게 빠진 데다가 기존에 “허가 총량은 이용자 수요, 택시 감차추이 등을 고려하여 관리”하겠다던 국토부가 발표 과정에서 “택시감차 대수 이하로만 허용하겠다”라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렌터카를 활용한 플랫폼사업자가 많지는 않다. 타다, 차차, 파파 정도다. 렌터카 허용 문구 그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허가총량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코스포는 국토부의 결정이 잠깐 사이 뒤바뀐 과정에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스타트업과 조율해온 사안이, 택시업계 입김에 전복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
▲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

사실 모빌리티업계라고는 하지만 스타트업 각자의 입장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다. 브랜드택시 ‘마카롱택시’ 운영사인 KST모빌리티는 일단 모든 플랫폼사업자들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게 된 자체에 만족하고 있다. 이행렬 KST모빌리티 대표는 “택시산업의 자기혁신 및 새로운 이동성서비스 산업의 발전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해온 시장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있다”라며 “(개편안의) 전체적인 방향성에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공항전용 렌터카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는 벅시도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태희 벅시 대표는 “기본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혁신성을 담아낼 수 있는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라며 “그 부분이 담긴다면 한국형 모빌리티 시작의 계기가 충분히 될 수 있는 개편방안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타다는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는 점을 비판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시대적 요청과 가치를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택시산업을 근간으로 대책을 마련한 까닭에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은 더 높아졌다. 국민편익 확대 차원에서 새로운 접근과 새로운 협약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 서영우 대표 역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도가 마련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지만 플랫폼운송사업제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기업이 택시운송가맹사업에 진출해, 사업을 무한 확장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서 대표는 중개 플랫폼과 가맹사업자 간 결합 총량을 제한하고, 중개 플랫폼도 기여금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며 새로운 규제를 제안했다.

Q. 요금은 오르나?

=일단 길에서 택시를 잡아 타는 배회영업은 기존 운임체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차량 유형별, 지역별 기준요금 범위를 설정하고 범위 내에서는 신고제, 그 이상은 인가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여성안심, 자녀통학, 실버케어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만큼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업체들이 비싼 요금을 받을 수도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자연히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요금제와 요금 지불방법은 다양해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시간제 대여, 구독형, 월정액제를 비롯해 이용에 따른 마일리지 적립, 할인쿠폰, 통신사 결제 등 요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Q. 남은 갈등은?

=추후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부, 택시조합, 각 기업 등이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고자 밀고 당기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무기구가 언제쯤 구성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토부가 속도를 내지 않으면 모빌리티업계의 속앓이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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