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물건, 재미난 일, 재미난 일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메이커 페어 서울은 매년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입니다. 메이크 코리아가 만난 축제의 주인공과 작품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가슴 깊은 곳에 무엇인가를 만들고픈 열망을 간직한 어른이, 꿈 많은 청소년과 어린 친구들을 모두 환영합니다.

 

“재미가 있고 모두 따라 할 수 있는 한글 디자인을 추구해요”
오직 재밌는 한글 디자인 흐흐디자인 박상희 메이커

 

박상희 메이커는 흐흐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소리글자 한글을 이용해 재미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기발하고 귀여운 소품을 볼 때 절로 미소가 생긴다는 그는 기분이 좋아지는 흐뭇함을 흐흐라는 두 글자와 섞어 로고에 담기도 했다. 때로는 3D프린터를 써서 디자인을 인쇄하고 혹은 디자인이 녹아든 먹을거리를 굽기도 하며 각기 느낌을 다루는 장인으로 조금씩 거듭나고 있는 박상희 메이커. 흐흐디자인이 더 많은 사람과 만나 만지고 먹으며 느끼는 경험을 나누고자 그는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 참가한다. 올해로 세 번째 참가를 준비 중인 박상희 메이커를 만나 흐흐디자인만의 독창성이란 무엇인지 물었다.

▲  | 박상희 메이커가 흐흐디자인의 대표작을 들어 보이고 있다.
▲ | 박상희 메이커가 흐흐디자인의 대표작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직 재밌는 한글 디자인이라고 소개하던데 무슨 의미인가요?

무엇보다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한글을 쓰는 방식이 소리글자와 말장난을 디자인에 한 데 녹여내서 만드는 거거든요. 이를테면 어딘가에 들어갈 때 나는 ‘쏙!’ 소리처럼 의성어와 의태어를 활용할 때 매우 재미있어요.

보통 한글을 이용한다고 하면 한글을 세상에 널리 알리며 국위선양하겠다는 이미지로 보고는 해요. 솔직히 말해 그쪽을 먼저 바라보고 만들지는 않았어요. 우선은 재미있고 친숙해야지 사람들이 가까이 느끼고 이로써 점차 더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식의 누적치’라고 존경하는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인데요. 사람들은 익숙한 것부터 기억하고 찾기 때문에 아무리 기발하고 의미가 있어도 낯설면 멀리한다는 개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함이 첫 번째라고 봐요.

 

플라스틱과 금속 등 재료가 다양한데요?

여러 가지 재료를 소화할 수 있으면 어느 나라 어느 곳에 가서든 거기서 구하는 재료로 창작할 수 있죠. 재료마다 물리적 성질이 다르잖아요. 시멘트는 빛의 음영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매력이 있고요. 금속은 차가움과 단단함이 특징이고요. 이런 점 때문에 재료에 따른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확연히 달라져요.

그런 느낌을 알아두고 활용하게끔 스스로 경험하며 일종의 수집을 하는 거죠. 물론 그에 맞는 기술도 받쳐줘야 하고요. 어떤 재료든 제 색깔을 성공적으로 녹여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재료를 다채롭게 쓰고 있어요.

▲  | ‘쭈’와 ‘쏙’ 등 의성어를 바탕으로 만든 쿠키, 사탕, 젤리용 틀
▲ | ‘쭈’와 ‘쏙’ 등 의성어를 바탕으로 만든 쿠키, 사탕, 젤리용 틀

 

재료 중에서는 먹는 것도 있어요. 그건 어떻게 쓰나요?

이전에 구상하면서 푸드 프린터라는 기기를 찾아봤는데요. 푸드 프린터가 분명 좋은 도구기는 한데 노즐에서 반죽을 내려서 뜨거운 판에 구우려고 하면 양을 조절하기도 힘들고 자칫하다 터질 수도 있고 해서 활용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모델링을 거쳐 실리콘으로 몰드를 만들고 거기에 쿠키 반죽이나 사탕, 시럽 등을 넣어 굳히는 식으로 빚어내요. 붕어빵처럼요.

 

이처럼 디자인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혼자 A부터 Z까지 다 하는데요. 그러려면 만들기가 쉬워야 해요. 복잡하면 나부터 힘들고 싫어지니까요. 3D프린터로 출력하고자 모델링은 하지만 그 외에는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해요. 손을 쓰는 일은 최대한 간편하게 하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하고요. 디자인이나 공예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서인지 내가 할 수 있다면 같은 조건의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나처럼 디자인하고 만들기가 가능해야 한다고 보거든요. 나만 할 줄 아는 방식이 아니라 누구든지 따라 할 수 있는 제조 과정을 추구해요.

 

흐흐디자인을 이어오면서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지요?

모든 제작 과정을 혼자 하다 보니 1인 창작자들이 고생을 참 많이 한다고 느껴요. 앞서 말한 몰드를 만들고 붓는 생산 전 단계에서 의도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물론 지금은 당시보다 많이 개선됐죠.(하하) 처음에는 막무가내로 하는 통에 버리는 돈이 정말 많았고 이 짓을 계속해야 하나 싶기도 했죠. 그래도 그런 과정들이 재미있었고 지금도 하고 있네요.

사실 오히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작품을 완성한 뒤 마지막 단계로 이를 포장하고 마케팅하는 일이에요. 나 혼자 모든 과정을 스스로 떠안고 있는데 그것까지 하자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더라고요. 나름 정신무장을 하는데도 그 순간이 올 때는 쓸쓸함마저 조금씩 올라와요.

▲  | 박상희 메이커의 최애템 둘, ‘촛’ 촛대 그리고 ‘뽕’ 병따개
▲ | 박상희 메이커의 최애템 둘, ‘촛’ 촛대 그리고 ‘뽕’ 병따개

 

작품 중 제일 애착이 있는 하나를 꼽자면?

하나만 얘기해야 하나요? 딱 두 개 있는데요. (웃음) 하나는 촛대예요. 촛대에서 ‘촛’ 한 글자만 빼 와 유머러스하게 만든 거예요. 중간에 잠시 멈추기는 했어도 창작 생활을 시작한 지 총 4년 정도가 됐는데요. 맨 처음 떠올린 디자인이 바로 이 촛대였어요. 처음으로 하다 보니 너무 힘들었고 그만큼 애증이 많이 섞인 작품이죠. 물론 사랑이 더 크기는 하지만요.

여기서 촛불은 희망을 상징해요. 보통은 초가 중심이지 촛대에 신경을 잘 쓰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저는 희망을 받치는 존재도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촛불을 서로가 감싸면 훨씬 강해지고 오래 가니까요. 그렇게 저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지켜주고 싶었어요. 나 자신에게 주고 싶기도 했고요. 이렇게 만들며 살아도 되나 고민하면서 힘들어하던 시절에 만든 녀석이거든요. 여기에다 초를 올리고서 계속 걸어가자고 희망을 이어가자고 다짐했죠.

 

정말 좋아하는 또 하나는 어떤 작품인가요?

두 번째로는 ‘뽕’이라는 의성어로 만든 병따개예요. 보기에 따라서는 ‘뿅’일 수도 있겠고요. 만들면서 개인적으로는 진짜 허리를 꺾으면서 웃었어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병을 딸 때 입으로 뽕 소리를 내는 코미디언이 나오잖아요. 저는 그런 개그가 재미있거든요. 병을 딸 일이 있을 때 진짜로 내 곁에 뽕이 있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해서 그 소리 자체를 가져와 만들었어요. 전체적으로는 사람의 얼굴을 고려하면서 술이 좋아 흥분하고 놀라는 표정 그리고 '하트뿅뿅'이 된 두 눈까지도 표현하며 소소한 재미를 담으려고 했어요.

이 병따개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금속을 잘 몰라서 어떻게 만들지 막막했거든요. 맨땅에 헤딩하듯 무조건 을지로의 한 철물점에 가서 어찌하면 좋을지를 도면을 보여드리며 물어봤죠. 그랬더니 이렇게 만들면 안 된다고 다시 해오라는 거예요. 다시 그리고 계속 찾아가는 식으로 결국 알아냈고 완성해냈고요.

 

흐흐디자인을 멈추지 않는 원동력이 무엇일까 궁금해요.

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생긴 마음이 하나 있어요. 제가 디자인을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는 거예요. 죽을 때까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요. 그러려면 글자 디자인 분야에서 나만의 스타일을 정립해야 하는데 해법은 계속 그리고 계속 만들기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해서 앞서 말한 인식의 누적치를 올려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고 기억 속에 오래 남도록 해보고 싶어요. 물론 스스로 재미를 느끼니까 힘들어도 멈추지 않는 거고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이 과정들이 이정표가 될 수도 있겠죠. 글자를 주제로 만드는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거든요. 입체적인 3D로 만드는 사람들은 특히 드물어요. 재미있는 3D 한글 디자인의 개척자가 되고 싶어요.

 

사실 기발한 디자인이어도 팔려야 오래 갈 텐데 이 부분도 고민일 것 같아요.

쿠키와 젤리 그리고 사탕을 하는 이유가 그거예요. 먹을거리를 만드는 이유는 디자인을 계속하기 위해서예요. 지금도 디자인하고 있으면서 무슨 소리냐 할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러나 메이커 페어에 참가하고 실제로 판매하는 행사에 나가봐도 현실적으로는 잘 안 팔려요. 재밌기는 한데 저렴하지 않고 그 가치를 지불할 만큼 유명하거나 대단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재미를 추구해요. 축제에서 사람들은 맛있고 가격이 적당하면 사잖아요. 쭈 모양의 마시멜로를 먹으면서 글자 모양처럼 쭉 늘어나는 경험이 일종의 마케팅인 셈이죠. 조금씩 팔리니 희망도 품겠더라고요. 인지도를 높여 한글 디자인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자 해요.

▲  | 박상희 메이커가 ‘쭈’ 틀을 들고 흐흐디자인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 | 박상희 메이커가 ‘쭈’ 틀을 들고 흐흐디자인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면면은?

크게는 창작자로서의 메이커, 교육자로서의 메이커 두 면모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1-2회차에 참여했을 때도 글자로 이런 디자인이 가능하냐며 귀엽고 신선하다는 반응을 많이 얻었어요. 몇몇은 왜 이렇게 만드냐고 부러지지 않을지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제게는 소중했죠. 생면부지 남남이자 잠재적인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야 결국은 완성될 테니까요. 특히 이전까지는 프로토타입 위주로 선보였는데 올해는 완성된 작품을 보여줄 예정이에요. 완성된 쿠키와 젤리, 완성된 작품과 소품을 가지고 준비된 창작자이자 아티스트로 보이고파요.

그리고 예전 메이커 페어에 참가했을 당시 부스에 찾아온 한 분 덕에 흐흐디자인으로 어린이와 함께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연 적이 있었어요. 교육이라 하면 당연히 숭고한 일인 줄로만 알아서 상상도 못했고 불가능하다고 여겼거든요. 그런데 교육으로 도움이 되는 자신을 보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지금은 교육이 삶의 한 부분이 됐어요. 메이커 페어가 없었다면 이런 기회가 애초에 오지도 않았겠죠. 때문에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서 교육적인 부분을 사람들에게 더 보여주며 교육자로서의 모습도 드러내려는 마음이에요.

 

끝으로 흐흐디자인을 통해 얻고자 하는 꿈이 무엇인지 듣고 싶어요.

지금의 방식대로 독특하면서도 가볍게 다가가면서 사람들이 흐흐디자인을 편안하고도 즐겁고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어요. 훗날 기회가 된다면 외국으로 나가 외국의 글자와 우리 한글을 결합하는 식으로도 흐흐디자인을 보여줘서 세계인에게도 가볍게 찾아가 재미있게 해주고 싶어요. 이게 나중에는 더 나아가서 정말로 국위선양이 되는 날도 오겠죠.
글·사진 |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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