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033: 후원자', '카툰 크래프트', '룸즈: 장난감 장인의 저택'의 개발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구글코리아는 9월19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구글플레이 개발자와의 대화’ 행사를 열고 세 게임을 제작한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세 게임은 최근 국내 인디게임계에서 조명받고 있는 작품들로 올해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톱3에 선정됐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 박성필 스튜디오 냅 공동대표, 김종화 핸드메이드 게임 대표는 인디게임 개발사로서 겪는 고충에 대해 털어놓았다.

▲  | (왼쪽부터)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 박성필 스튜디오 냅 공동대표, 김종화 핸드메이드 게임 대표
▲ | (왼쪽부터)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 박성필 스튜디오 냅 공동대표, 김종화 핸드메이드 게임 대표

각각의 개발사를 대변하는 키워드는 '투잡', '육아', '15년 장기 개발'이다.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 '서울 2033: 후원자'를 개발한 반지하게임즈는 고등학교 친구 세 명이 각각 기획, 개발, 디자인을 맡아 토요일마다 모여 게임을 만들고 있다. 구성원 모두 '투잡'을 뛰고 있는 탓이다. 기획을 맡고 있는 이유원 대표는 로스쿨에 재학 중이다. 모바일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게임 '카툰 크래프트'를 만든 스튜디오 냅은 부부가 육아를 병행하며 함께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다. 박성필 공동대표는 "스튜디오 냅의 회사명은 별도의 사무실 없이 자택에서 아이가 잠든 후 업무를 시작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김종화 대표 1인 스튜디오인 핸드메이드 게임은 15년 동안 '룸즈' 시리즈를 다양한 플랫폼으로 개발해 이번에 모바일 버전으로 내놓았다.

인디게임을 고집하는 이유


이들이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인디게임을 고집하는 이유는 자신만의 게임을 남들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다. 김종화 대표는 "인디게임이 무엇인지 딱 떨어지는 정의가 없지만 게임을 독립적으로 만들겠다는 자세가 인디게임인지 아닌지 가르는 요소"라며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얘기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라고 짚었다. 박성필 공동대표는 "본인이 만든 걸 자랑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이라면 인디게임 개발을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  | 반지하게임즈의 '서울 2033: 후원자'
▲ | 반지하게임즈의 '서울 2033: 후원자'

이처럼 세 개발사가 만든 게임은 본인들만의 색을 담고 있다. 반지하게임즈의 '서울 2033: 후원자'는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살아남는 생존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다. 보드게임과 텍스트 워드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독특한 스토리 구조의 텍스트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또 텍스트 게임 특성을 살려 책을 읽는 듯한 UI를 제공해 게임 접근성을 높였으며, 시각장애인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스크린리더/보이스오버 '접근성'을 적용했다.

이유원 대표는 "소재의 독특함, 차별성으로 기존 메이저 게임이 채워주지 못하는 게이머분들의 다양한 취향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 스튜디오 냅의 '카툰 크래프트'
▲ | 스튜디오 냅의 '카툰 크래프트'

스튜디오 냅의 '카툰 크래프트'는 모바일 게임이지만 PC RTS 게임의 분주한 손맛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부부가 학창시절 즐겨했던 '워크래프트2'에 영감을 받아 제작됐으며 모바일에 맞는 UI, 조작과 함께 RTS 본연의 컨트롤 방식에서 오는 재미를 살린 점이 특징이다.

핸드메이드 게임의 '룸즈: 장난감 장인의 저택'은 개발사 이름처럼 15년 동안 게임을 수공예품처럼 깎아 만들었다. 그림 퍼즐과 플랫포머 게임에서 착안한 독특한 퍼즐 게임으로, 이용자는 그림 퍼즐 조각처럼 움직이는 방들로 이뤄진 기괴한 저택에서 방을 움직이고 방 안의 사물을 활용해 탈출해야 한다.

▲  | 핸드메이드 게임의 '룸즈: 장난감 장인의 저택'
▲ | 핸드메이드 게임의 '룸즈: 장난감 장인의 저택'

하지만 인디게임은 독특한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대중과의 접점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올해로 4회를 맞은 구글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은 인디게임 개발사를 발굴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6년 한국에서 시작돼 이후 미국, 브라질, 영국, 일본 등으로 프로그램이 확산됐다. 구글은 구글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을 통해 발굴된 인디게임 개발사에 게임 프로모션, 멘토링, 컨설팅, 마케팅 캠페인,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게임 소개 영상 제작, 게임 다국어 번역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유원 대표는 "인디게임 개발사의 경우 홍보가 어려운데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톱3 선정 이후 '서울 2033: 후원자' 다운로드가 4500건 증가했다"라며 "유료 앱 기준으로 유의미한 수치이며, 구글플레이 차트 상단에 올라 홍보가 잘 됐다"라고 말했다. 또 풍월량, 선바 등 유명 게임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이 게임을 알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유료 게임인 '카툰 크래프트'는 기존 1천 다운로드 수준에서 양대 마켓 합산 2만 다운로드로 늘었다. 박성필 공동대표는 '카툰 크래프트'의 순위가 올라 하루 100건에서 최대 400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핸드메이드 게임은 '룸즈' 이후의 게임을 준비 중이다. 김종화 대표가 반려견과 함께한 경험을 기반으로 견생을 체험할 수 있는 스토리 기반 어드벤처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스튜디오 냅은 '카툰 크래프트'의 글로벌 진출과 콘텐츠 업데이트에 주력하고 있다. 반지하게임즈는 '서울 2033'의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해당 IP 확장에 힘쓰고 있다. 이유원 대표는 "반지하게임즈만의 독특한 소재, B급 감성을 준비해 대중성, 상업성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만들고 싶은 게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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