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에 올라탔다. '아이폰6S' 얘기다. 지난 2015년 출시된 아이폰6S는 어느덧 최신 iOS 지원을 받는 가장 오래된 아이폰이 됐다. 할부가 끝난 지도 벌써 2년이 다 돼 간다. 막차에 올라탔다는 안도감도 잠시, 아이폰6S 사용자들은 양자택일의 선택지 앞에 고민하게 된다. 올리느냐 마느냐. 잘못하면 가뜩이나 낡은 폰이 iOS 최적화 탓에 '똥폰'으로 확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기우다. 'iOS12'에 만족했다면 'iOS13'에도 만족할 만하다.

iOS12 수준 성능


iOS13은 기본적으로 iOS12에서 개선된 성능을 이어받는다. 지난해 iOS12는 속도와 반응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구형 아이폰의 성능 개선에도 신경 썼다. 당시 애플은 '아이폰6 플러스'에서 카메라 실행은 최대 70% 빨라졌으며 키보드는 50% 빠르게 나타나며 타이핑 반응도 좋아졌고 밝혔다. 많은 작업을 수행하고 있을 때 앱 실행 속도는 최대 2배 빨라질 수 있다고도 했다. 실제로 체감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변화가 있었다.

iOS13에서는 이처럼 극적인 성능 변화는 없다. 대신 아이폰6S에서 이전 수준의 사용성을 제공한다. iOS12와 비교해 버벅거리진 않는다는 얘기다. 애플은 iOS13의 성능 개선에 대해 '페이스ID'를 통한 잠금해제 속도는 최대 30% 빨라졌으며, 앱 실행 속도는 최대 2배 빨라졌다고 밝혔다. 전자는 아이폰6S에서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이다. 후자는 몇몇 앱을 테스트해본 결과 크게 체감할 수 없었다. 카메라 실행 속도는 동일했고 메모, 메시지 등 기본 앱에서도 유의미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벤치마크 점수도 거의 같다. 2GB 램과 A9 칩은 이번 iOS13의 최소 요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앱 용량 변화다. 애플은 iOS13에서 앱 업데이트 크기가 평균 60% 감소하고, 앱스토어에서 앱 크기가 최대 50%까지 줄어든다고 밝혔다. 적게는 16GB, 대개 64GB 모델 아이폰6S 사용자에게 여유 공간은 중요하다. 이미 턱 끝까지 용량이 차올라 1MB, 1MB가 소중하다. 하지만 아직 유의미한 크기 감소를 보이는 앱은 드물다. 이 부분은 좀 더 두고 봐야 하지만 앱 용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반가운 요소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배터리다. 아이폰6S는 충전기를 링거처럼 달고 산다. 3000mAh 이상의 배터리를 달고 나오는 최신 스마트폰과 달리 아이폰6S는 1715mAh 수준의 빈약한 리튬 이온 배터리로 연명한다. 게다가 노후화된 배터리는 시간을 달린다. 성능 최대치의 84% 수준인 배터리를 안고 사는 내 아이폰6S는 외출과 동시에 죽어간다. 완충 상태에서 3시간 만에 부음을 전한다. 사용 환경과 패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충전기를 떼는 순간 배터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iOS13 역시 이전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제공했다.

iOS13, 얻은 것과 잃은 것


iOS13의 UI·UX는 'iOS11'로부터 이어져 내려온다. 겉으로 보기에 크게 달라진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장 큰 변화는 '다크 모드'다. 시스템 차원에서 UI 색상을 전반적으로 어두운 톤으로 바꿔주는 기능이다. iOS13 이후 처음 설정 화면에서 기존 '라이트 모드'와 다크 모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다크 모드는 사실 OLED를 사용하는 '아이폰X, XS, 11 프로 시리즈'에 더 어울리는 기능이다. 검은색 소자를 아예 꺼버리는 OLED 특성상 배터리 수명도 늘어난다.

▲  | iOS13에 적용된 '다크 모드'
▲ | iOS13에 적용된 '다크 모드'

LCD를 쓰는 아이폰6S에 다크 모드가 무슨 소용일까. 처음엔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수준인가 싶었지만, 어두울 때 더 편안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실제로 한밤에 폰을 볼 때 눈부심이 덜했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밝은 빛, 특히 블루라이트는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를 저하시켜 불면을 유발한다. 자기 전엔 다크 모드를 사용하는 편이 좋다. 스마트폰을 안 쓰는 게 제일이지만 말이다. 아직 주로 기본 앱에서만 다크 모드를 지원하는 점은 아쉽다.

소소하지만 사용자 경험에 큰 변화를 주는 부분은 볼륨 제어 UI의 변화다. 전에는 소리를 줄이거나 높이면 화면 한복판에 커다란 볼륨 제어 UI가 나타났다. 시인성은 좋지만, 영상 등의 콘텐츠 감상에 방해가 됐다. iOS13부터는 화면 측면에 작아진 볼륨 제어기가 나타난다. 또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를 제어하기 쉬워졌다. 이전에는 설정 화면에 들어가야 원하는 와이파이를 고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안드로이드폰처럼 제어센터에서도 와이파이 선택이 가능하다. 블루투스도 마찬가지다. 스크롤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 웹페이지를 캡쳐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  | 아이폰6S도 미모티콘을 만들 수 있게 됐다.
▲ | 아이폰6S도 미모티콘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미모티콘 스티커'도 쓸 수 있다. 아이폰6S 사용자에게 '미모티콘'은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iOS13부터는 자신만의 이모티콘, 미모티콘을 꾸며 스티커처럼 메시지 앱이나 메일, 서드파티 앱에서 쓸 수 있다. 카톡에서도 쓸 수 있다. 물론 '트루뎁스 카메라'가 없기 때문에 미모티콘이 내 얼굴을 따라 표정을 짓지는 못한다.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iOS13부터는 '3D 터치'가 쓸모없어진다. 아이폰11 시리즈부터 압력을 감지하는 3D 터치를 하드웨어적으로 완전히 제거한 탓이다. 대신 '아이폰XR'에 적용됐던 햅틱 터치가 iOS13 기본 UX로 반영됐다. 화면을 오래 누르고 있으면 3D 터치에서 쓸 수 있던 옵션 기능들이 나오는 식이다. 아이폰6S에는 3D 터치와 햅틱 터치가 이중으로 적용됐다. 3D 터치로 옵션 기능을 빨리 불러올 수 있지만, 기본적인 기능은 오래 터치하는 동작과 동일하다.

각종 버그도 문제다. 지난 9월20일 iOS13 정식 배포 이후 약 열흘 동안 마이너 버전 업데이트만 세 번 이뤄졌다. 10월1일에는 iOS13.1.2가 업데이트됐다. 그만큼 버그가 심각했다는 방증이다.

▲  | 애플 아케이드 게임 중 하나인 '오션혼2'
▲ | 애플 아케이드 게임 중 하나인 '오션혼2'

하지만 그럼에도 iOS13을 올릴 이유는 충분하다. 애플은 아이폰을 그릇 삼아 서비스 장사를 시작했다. 구독형 게임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는 그중 하나다. 아이폰6S는 애플 아케이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가장 구세대의 아이폰이다. '아이폰SE'와 함께 이어폰 구멍이 남은 마지막 아이폰이자, 3D 터치의 포문을 연 아이폰6S는 iOS13 위에서 또다시 시간을 버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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