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가 내년까지 운행 차량을 1만대 규모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국토교통부가 “부적절한 조치”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재 택시·플랫폼 업계와 입법을 논의 중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과 배치되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타다 서비스의 법적 근거가 되는 규정을 손질해서라도 타다를 제재할 방침이다.

타다 운영사 브이씨엔씨(VCNC)는 10월7일 서울 성수동 패스트파이브에서 ‘타다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1400대 수준인 운행 차량을 내년 말 1만대까지 늘리는 한편 드라이버를 5만명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우선 수도권 전역에서 타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이후 수요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박재욱 VCNC 대표
▲ |박재욱 VCNC 대표

국토부는 즉각 반발했다. 이날 오후 3시40분경 국토부는 보도참고 자료를 통해 “지난 3월 사회적 대타협과 7월 택시제도 개편 방안에 따라 새로운 플랫폼 운송사업 제도화가 진행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타다의 1만대 확장 발표는 그간의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고, 사회적 갈등을 재현할 수 있는 부적절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김상도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택시 측은 1천대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데, 1만대 증차를 논하는 건 택시와 ‘전면전’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총량제’로 불거진 갈등

타다와 국토부가 대립각을 세우는 원인은 ‘총량’에 있다. 국토부는 지난 7월17일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이하 개편안)’을 발표하고 이를 틀 삼아 여객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타다 같은 새로운 플랫폼 운송사업자를 제도권 안에 들여놓는 게 골자다.

개편안에 따르면 플랫폼 운송사업자는 정부 허가에 따라 면허를 받게 되며, 이에 상응하는 기여금을 내야 한다. 면허 총량은 택시 감차 추이 등에 따라 정해진다. 현재 택시 감차 규모는 연간 900대 수준이다. 이 시점에서 타다가 1만대 확대 계획을 밝힌 것은, 국토부가 정한 총량제를 따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재욱 대표는 “국토부 안은 일단 충분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체 총량제가 결정되더라도 이를 무시하고 1만대까지 늘릴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법안도 안 정해졌는데 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라며 “총량제가 결정되고 면허에 기여금을 받는다고 하면, 회사가 망할 경우에 국가가 그 면허를 되사줄 건가”라고 반문했다.

김호정 VCNC 타다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국토부가 총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으로는 모빌리티 기업들이 사업을 충분히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와 논의를 이어가던 플랫폼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최근 총량, 기여금, 차량 조달방법, 초기 스타트업 지원정책 등에 대해 업계 의견을 수렴한 공문을 국토부에 이미 발송한 상태”라며 “초기 스타트업은 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투자 자체가 불가능해, 법제화가 필수다”라고 말했다.

이어 “타다의 1만대는 개별 기업의 사업계획이라 따로 논하기 어렵지만 아직 (법안을) 협의 중인 단계고 타다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는 의견을 냈었는데, 이 같은 발표를 했다”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타다, 왜 ‘1만대’를 내걸었나

일각에서는 타다의 1만대 계획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자금 조달이 문제다. 타다 베이직 차량을 1만대 확보하기 위해서는 8400대를 새로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는 대략 3천억원이 필요하다. 올해 초 알토스벤처스로부터 500억원을 투자 받기는 했으나 턱없이 부족하다. 박재욱 대표는 “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하면 외부 자금을 수혈해야 할 것”이라며 투자 유치가 필요한 상황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타다가 내년 말까지 1만대를 증차하는 게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이 수차례 나왔다. 타다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박재욱 대표는 “가능성이 아예 없는 사업계획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사용자 수요와 편익에 따라 공급량을 늘리는 정책을 하고 있다”, “1만대를 공급하면 예측한 이용자 수에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익명을 요구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1만대는) 실현 불가능한 숫자다”라며 “게다가 당장 확대한다는 것도 아니고 그럴 계획을 먼저 밝힌다는 건 정부와 택시를 자극하겠다는 의미다. 일종의 선전포고”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타다에게 1만대 면허를 허용해줄 수 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면 타다가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국토부가 플랫폼 운송사업자에게 지장이 없을 만큼 면허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타다는 이번 발표로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면허를 내줄 수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택시에게 기름을 부어 입법을 지연시키려는 것 같다"라고 추측했다.

뿔난 국토부, “타다 사업 근거 법령 개정하겠다” 엄포

국토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연내 플랫폼 운송사업자 제도화를 위한 입법을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김 정책관은 “타다가 법안이 안 정해졌다고 언론에 말하는데, 정작 입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은 타다 때문”이라며 “입법에는 제동을 걸어 놓고 기존에 하던 대로 증차하겠다고 하면 그대로 둘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타다를 압박할 카드로 ‘법령 개정’도 꺼내들었다. 타다는 여객법 시행령의 예외규정에 근거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합법 여부가 명확한 상황은 아니다. 현재 택시단체 고발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다.

국토부는 “타다 서비스의 근거가 되는 여객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외적인 허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타다는 법령 위반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으므로 추가적인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새로 마련될 제도적 틀 안에서 검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타다 측은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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