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3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했습니다. 리브라 프로젝트를 이끄는 데이비드 마커스가 지난 7월 하원 청문회에 참석한 지 3개월만입니다. 이번 청문회는 페이스북이 금융서비스와 주거 부문에 미칠 영향력을 주제로 진행된 만큼, 리브라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  | 맥신 워터스 위원장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출처=C-SPAN)
▲ | 맥신 워터스 위원장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출처=C-SPAN)

리브라 대의에 대한 의혹


청문회가 시작되자, 저커버그는 리브라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저커버그는 “현재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금융권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에서 소외된 이들이 가족에게 송금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브라가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리브라 프로젝트의 의의를 밝혔습니다.

이러한 페이스북의 대의에 대한 의혹이 쏟아졌습니다. 브래드 셔먼 의원은 “리브라는 가난하고 금융권에 소외된 이들을 위한 결제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지역 상점에서 무언가를 살 수 있는 페소나 달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더욱이 저커버그에게 “당신은 여태껏 소외된 이들을 위해 해온 게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셔먼은 마약과 총기상 그리고 탈세자들이 리브라를 우회처로 사용할 것이라 말하며, 1백여 명의 변호인단을 꾸려 리브라를 합법화시키려고 하지만 리브라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잘 생각해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레고리 믹스 의원도 "저커버그는 소외층을 위한다고 말을 하지만, 페이스북이 소외층을 위해 무엇을 투자했는지 알고 싶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앤 와그너 의원 또한 아동 성범죄 콘텐츠가 페이스북에 범람하고 있는 사실을 짚으며 리브라 이전에 페이스북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저커버그는 청문회 시작 후, 차별을 방지하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5년 내 페이스북 인력의 절반 이상을 여성, 유색 인종, 소수자로 채울 것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리브라와 페이스북의 연결고리


청문회에서 저커버그는 페이스북과 리브라 협회의 독립성에 대해 재차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며, “나는 리브라가 아닌 페이스북을 대변해 답하고 있다” 말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저커버그는 리브라가 ‘결제 시스템’이며 ‘화폐’가 아니라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칼리브라를 ‘지갑’이라 부르지만, 돈을 담아 두는 은행 계좌와는 다르다고 밝히며, 리브라가 은행의 역할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말했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리브라 협회의 독립성에 관해 확인하는 질문이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안소니 곤잘레스 의원은 “리브라를 비판하려고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와 혁신이 집중화된 기관에 달려 있으면 안 된다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더불어 “나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들은 페이스북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리브라는 탈중앙화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저커버그에게 자본주의자인지 사회주의자인지 묻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이에 저커버그는 “나는 자본주의자라 확실히 답할 수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질문을 던진 로저 윌리엄스 의원은 “민간부문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하고, 시장에 상품을 출시해 사회에 여러 혜택을 준다”고 말하며 자본주의 체제 아래 기업이 사회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연방정부와 같은 공공 부문이 아닌 민간 부문이 화폐를 개발하는 게 더 나은 이유가 있는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커버그는 이에 “내 접근 방식이 항상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다른 이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게끔 돕고 싶다”라고 답했습니다. 더불어 “기술 기업이 디지털 화폐를 제공하는 것을 법적으로 막는 것은 미국 기업과 기업가 정신에 핸디캡을 부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말하며 중국 등 다른 국가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리브라의 위험성을 인정해라


저커버그는 청문회 전 제출했던 문서에도 밝혔듯, “미국 규제 당국이 리브라를 승인하기 이전에, 세계 어디에서도 리브라를 출시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페이스북이 아닌 리브라 협회 다른 참여자가 규제를 위반할 시, “페이스북은 리브라 협회를 떠나겠다”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커버그가 모든 규제를 준수하겠다 말했지만, 리브라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앤 와그너 의원은 최근 페이팔, 마스터카드, 비자 등 결제 파트너가 리브라 협회를 왜 이탈했다 생각하는지 저커버그에게 물었습니다. 이에 저커버그는 "그 문제는 해당 기업에 직접 질문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답했습니다. 그러나 와그너 의원이 재차 질문하자, 저커버그는 "리브라가 위험한 프로젝트고 많은 검토가 필요했기에 이탈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하며 리브라의 위험성을 직접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참고로 미 상원의 셰러드 브라운, 브라운 샤츠 의원은 마스터카드, 비자, 스트라이프 측에 리브라 참여를 다시 생각하라는 경고를 담은 서한을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연루되었던 과거 사건들에 대해 해명을 해야만 했습니다. 니디아 벨라스케스 의원은 “리브라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고객의 금융 정보를 제삼자에게 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50억 달러 벌금을 냈다”는 사실을 짚었습니다. 더불어 의원들은 2016년 페이스북을 이용해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던 사실과 총기를 들고 모스크 앞에 서 있는 사진이 페이스북을 통해 유포된 사례를 들며 저커버그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습니다.

저커버그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 사실을 인정하며, “페이스북이 완벽하지 않고, 많은 실수를 저질러 왔다”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은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말하며, “매일 수십억 명의 사용자들이 우리를 믿고 자신에게 소중한 이들과 콘텐츠, 메시지,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덧붙여 “페이스북을 믿지 않기에 리브라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시장과 사용자들이 자신들이 믿고 사용하길 원하는 서비스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 말했습니다.

리브라, 달러 패권에 도움 될 것


저커버그는 의원들 앞에서 ‘중국’을 언급하며, 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사실을 상기시키기도 했습니다. 저커버그는 “오늘날 세계 주요 기술 기업 10곳 중 6곳은 중국 기업”이라며, 중국은 디지털 화폐 영역에서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저커버그는 “리브라의 담보는 대부분 미국 달러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에 리브라를 통해 미국의 금융 리더십과 민주주의를 세계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이 아닌 스위스에 리브라 협회를 세웠는가” 묻는 질문에 저커버그는 스위스에 국제기구가 많다 답하며, 세계적으로 기술 경쟁이 벌어지는 만큼 리브라 협회를 스위스에 설립했다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미국 기업이 그동안 성장해올 수 있었던 근간은 자유에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청문회는 약 6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저커버그가 리브라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힌 첫 자리였지만, 맥 헨리 의원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알게 된 새로운 것은 없다”라며 리브라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맥신 워터스 위원장 청문회를 마무리하며 페이스북이 연루된 여러 문제를 짚으며 “페이스북은 그동안 다양성을 확보하고 고객을 보호하는 데 실패해왔다”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저커버그가 청문회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리브라를 염려하고 있는지 배웠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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