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데이터베이스 관련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이끄는 회사들간 신경전이 심상치 않다.

일부 오픈소스 프로젝트 개발사들은 AWS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혁신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이에 대해 AWS는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받아치고 나서면서 양측간 갈등은 점점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 미국 유력지 중 하나인 뉴욕타임스가 AWS에 비판적인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관계자들의 의견을 담은 기사를 내보낸 이후 AWS와 오픈소스 프로젝트들간 갈등은 IT업계에서 보다 중량급 이슈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몇몇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 회사들은 AWS가 다른 이들이 개척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자사 서비스에 통합하고 있는 전술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AWS가 혁신을 위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노천채굴(strip mines)하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기여하기 보다는 혜택을 가져가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AWS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미국 IT매체 지디넷에 따르면 AWS에서 분석 부문을 담당하는 앤디 구트먼스 부사장은 "소프트웨어를 복제하거나 다른 회사들의 노동에서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아마존은 단지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있다"면서 "고객들은 반복적으로 AWS에 오픈소스 관련 매니지드 서비스를 개발해줄 것을 요청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뉴욕타임스 기사는 대체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상업화하는 비즈니스를 구축하려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및 기업들에 대한 얘기"라며 "이들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어떤 회사들도 소프트웨어를 온프레미스(on-premises: 내부에 직접 구축하는 쓰는 의미)나 클라우드에서 이용하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오픈소스 프로젝트 관리자들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상업적인 회사를 세우려 하는데, 소수가 이를 제로섬 게임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기여 없이 이익만 취하려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구트먼스 부사장은 "AWS는 리눅스, 자바, 쿠버네티스, 젠, KVM, 크로미움, 로봇 운영체제, 아파치 루씬, 레디스, 엘라스틱서치 같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에 기여하고 있다"고 맞섰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몇몇 경쟁 업체들은 AWS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는 것까지 논의했다. 콘텐츠 딜리버리 네트워크(CDN) 업체인 클라우드플레어의 매튜 프린스 CEO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사람들은 아마존의 끝없는 야망에 대해 두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플레어는 CDN 분야에서 AWS와 일대일로 경쟁하는 관계가 됐다.

뉴욕타임스에 앞서 블룸버그통신도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소프트웨어 회사들에게 AWS의 비즈니스 행위들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고 이달초 보도했다.

클라우드 회사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비즈니스의 정석으로 통하던 모델이 먹혀들지 않고 있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그동안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은 소스코드는 공짜로 쓸 수 있게 해주고, 서비스는 유료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레드햇은 이렇게 해서 성공한 대표적인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클라우드 회사들이 오픈소스 기반 비즈니스를 확대하면서 소스코드를 무료로 주고, 서비스로 돈을 보는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업계 일각에서 계속 불거져왔다.

지난 10월 아스테크니카 보도에 따르면 클라우드 회사들의 위상이 확대되면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모델도 바뀌기 시작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회사 같은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의 정석을 따르지 않는 회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레디스랩스, 몽고DB, 컨플루언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회사는 모두 지난 1년간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모델을 바꿨다. 기존 대비 라이선스에 보다 많은 제약을 추가한 것이 골자. 이로 인해 이들 회사 소프트웨어는 더 이상 오픈소스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고 아스테크니카는 전했다.

이에 대해 레디스랩스나 몽고DB 등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 회사들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주장한다. 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소프트 애저 모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가져와 그것을 서비스로 포장한뒤 재판매하면서, 해당 오픈소스 개발사들과 일대일로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오픈소스 기반 NoSQL DB 업체 몽고DB는 지난해 자사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조건을 GNU GPL에서 서버 사이드 퍼블릭 라이선스(SSPL)로 변경했다.

SSPL은 해당 소프트웨어로 원하는걸 다할 수 있지만, 한가지는 할 수 없다. 몽고DB 아틀라스와 경쟁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그것이다. GNU GPL은 마음대로 가져다 쓰돼 결과물은 다시 공개해야 한다는게 원칙이지만, SSPL은 몽고DB 핵심 사업과 경쟁하는건 할수 없다는 제약이 걸려 있는 셈이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와 관련해 몽고DB의 엘리어트 호로위츠 CTO는  "클라우드라고 하는 새로운 세계로 컴퓨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사업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해졌다"고 주장했다.

엘라스틱서치 개발사인 엘라스틱도 자사 기술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제한하고 있다. 엘라스틱은 지난 9월 미국에서 상표권 위반 혐의로 아마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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