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기반을 늘리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무료와 할인으로 대표되는 공격적인 마케팅에 무게를 둬왔던 미국 스타트업들이 이제 투자자들로부터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을 실질적으로 받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투자 받은 돈을 앞세운 수익 없는 성장 전략은  투자자들에게 점점 더 먹혀들기 힘든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다는 것. 벤처캐피털 관계자들 사이에선 무료와 할인 같은 보조금은 '거품이 끝났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승차 공유나 배달 등 이른바 온라인 투 오프라인(Online to offline: O2O)이나 이커머스 관련 스타트업들을 향해 "수익을 낼 수 있겠느냐?"라는 물음표가 몰리는 양상이다.

12월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료나 할인에 초점을 맞추는 스타트업들의 전략은 투자자들의 선호 리스트 에서 멀어지고 있다.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뒤 이를 고객 유치를 위해 보조금으로 쏟아붓는 스타트업들은 지난 10여년간 빠르게 확산됐다. 차세대 거대 소비자 테크 기업에 자금을 대기 위해 투자자들이 앞다퉈 뛰어든 결과였다.

하지만 최근들어 분위기는 달라졌다. 몇년간 투자했던 회사들이 참담한 성적표를 보여주면서 투자자들과 이사회 멤버들은 이들 회사들에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투자자들은 스타트업들이 고객 할인에 따른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유치하는 것에 덜 의존하길 바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덧붙였다

이커머스 스타트업 브랜드리스, 승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와 리프트, 식사 배달 서비스인 포스트메이트, 도어대시, 위워크 모회사 위코 등이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사례로 등장했다.

페리리스벤처스의 웨슬리 챈 매니징 파트너는 "신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보조금 거품은 끝났다"라면서 "보조금은 종종 그것에 의존하는 스타트업들을 재앙으로 이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에는 벤처캐피털에서 일했고 지금은 마케팅 스타트업 포모를 운영 중인 라이언 쿨프는 "성장은 만들 수 있지만 수익은 그럴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도어대시, 우버, 리프트, 위코는 합쳐서 올해 13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낼 것이다"라면서 "이들 회사는 모두가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뒤 산업 내 톱플레이어가 됐지만 아무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교통과 배달 분야에서 많은 스타트업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벤처캐피털들에서 조달해 사용해왔는데 이제 자신들의 비즈니스가 수익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했다는 설명이다. 외부 투자 없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가 됐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식사 배달 서비스 시장의 37%를 점유한 것으로 평가되는 도어대시는 지난 2년간 거의 20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600개에서 올해는 4천개로 활동하는 시장을 넓혔다. 하지만 수익 없는 성장 위주 전략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을 인용해 "도어대시는 진출한 시장의 4분의 3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도어대시는 2020년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 도어대시와 유사한 회사들에 대한 반응은 별로 좋지 않다. 그럽허브의 경우 주가가 1년전보다 30% 떨어졌다. 보조금에 기반한 업체간 출혈 경쟁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이 보다 철저하게 검토한다 해도 보조금에 기반한 전략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어마어마한 투자금을 보유하고 있고 금리도 낮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수익 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는 예전보다는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섰다. 헤지펀드 및 자산 관리자들을 위한 투자 출판물인 스트레이 리플렉션스(Stray Reflections)를 쓰는 자와드 미안은 "보조금 거품이 터짐에 따라 가격은 올라가기 시작한다"라면서 "많은 회사들은 높은 가치를 받고 다음 라운드 투자를 유치하는데 필요한 이정표들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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