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을 넘어 ‘하늘길’이 펼쳐질까. 현대자동차가 공중에서 이동하는 ‘개인용 비행체(PAV)’를 포함한 도심항공 모빌리티를 2028년께 상용화하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1월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 가전·IT 전시회 ‘CES 2020’의 현대자동차 미디어 행사에 참석해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UAM) 구상을 밝히고 우버와 협력해 만든 PAV 콘셉트 ‘S-A1’을 최초 공개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하늘길’ 뚫는 현대차


‘플라잉 카(Flying Car)’는 뜨는 시장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40년까지 글로벌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시장은 1조5천억달러(18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보잉, 에어버스, 아우디, 아마존 등 굵직한 기업들도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우버는 당장 올해부터 플라잉 카를 이용한 ‘항공택시’를 시범적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2023년 상용화가 목표다.

현대차도 이를 준비해왔다. 작년 9월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 미래항공을 연구해온 신재원 박사를 부사장으로 영입,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부문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해 맡겼다.

CES 2020에서 현대차는 본격적인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선보였다. 이날 현대차는 신개념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 ▲허브(모빌리티 환승 거점) 등을 제시했다. 현대자동차는 세 가지 솔루션을 토대로 미래도시와 사람들이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담았다.

이동, 그 이상의 경험


현대차는 공간 활용에 집중했다. 이번에 공개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는 쉽게 말해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승강장’ 역할을 한다. 개인용 비행체인 수직이착륙기(eVTOL)를 활용하기 때문에 활주로 없이도 도심 내 공중 이동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우버 엘리베이트 설계 공정을 활용해 도심 항공 모빌리티를 오갈 개인용 비행체 ‘S-A1’을 개발했다. 최대 4인이 탈 수 있다. 최고 속력은 290km/h, 최대 100km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100% 전기로 구동돼 소음도 적다. 상용화 초기에는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지만, 자동비행기술이 안정화된 이후부터는 자율비행이 가능하도록 개발할 예정이다.

▲  |미디어 행사 직후 국내외 기자들이 모두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담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 |미디어 행사 직후 국내외 기자들이 모두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담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  |현대자동차의 'S-A1' 콘셉트.
▲ |현대자동차의 'S-A1' 콘셉트.

PBV는 도로를 달린다. 현대차는 PBV에 이름을 붙인 대로 이동수단의 ‘목적’에 곁점을 찍었다. 차량 하부와 상부의 완전한 분리가 가능하고 차량의 목적에 맞춰 기존 길이 4m에서 최대 6m까지로 확장된다. 활용성을 위한 설계다. 이상엽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전무)은 “PBV는 샌프란시스코 도시의 랜드마크인 ‘케이블카(Cable Car)’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 유전자(DNA)를 진보적인 관점에서 발전시켰다”라고 말했다.

차체 내부는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목적지로 가는 동안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차량에서 자유롭게 누릴 수 있다.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고, 호텔처럼 잠을 잘 수도 있다. 병원, 약국 등 필수시설을 ‘탈’ 수도 있다. 이동 경험의 진화다.

https://www.youtube.com/watch?v=K_jy7XMuBzg

허브는 도시 전역의 거점으로 활용된다. 최상층에는 ‘항공택시’가 이착륙하고, PBV는 건물과 연결된다. 일종의 ‘도킹 스테이션(Docking Station)’인 셈이다. 공연장과 전시장, 영화관으로 제작된 개별 PBV가 모여들면, 허브는 문화복합공간으로 변모하는 식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우리는 도시와 인류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깊이 생각했다”라며 “도심항공 모빌리티와 PBV, 허브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 끊김 없는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현대차의 새로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은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인류를 위한 진보’를 이어 나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ES는 시작점에 불과하다”라며 “미래 모빌리티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우버 손잡고 시장 선점할까


이날 현대차는 우버와 PAV(Personal Air Vehicle·개인용 비행체)를 기반으로 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비행체를 개발하고, 우버는 항공 승차공유 네트워크를 통해 이용자에게 도심 항공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양사는 PAV의 이착륙을 지원하는 인프라 콘셉트 개발에 힘을 합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재원 부사장은 “이제 우리는 도심 상공의 하늘을 열어줄 완전히 새로운 시대의 앞에 와 있다”라며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은 지상의 교통 혼잡에서 해방되어 사람들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우버 엘리베이트의 에릭 앨리슨 총괄은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 업체 중 첫 번째 협력 파트너”라며 “현대차의 제조 역량과 우버의 플랫폼 기술이 결합되면 수년 내 항공택시 네트워크를 출범시키는 커다란 도약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상용화는 2028년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해외뿐 아니라 국내서도 (서비스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작년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무조정실 등은 ‘드론 분야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2025년부터 ‘드론 택시(항공택시)’와 드론 택배는 하늘길을 다닐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우선 드론교통관리체계를 개발, 구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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