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상은 비트센싱 커뮤니케이션 팀장> 아이를 한 명 키우려면 온 동네가 도와야 한다는 말이 있듯, 스타트업 또한 아이 키우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처음으로 부모가 되면 육아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기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을 해야 한다. (테크) 스타트업 또한 다르지 않다. 새로운 기술로 아무도 가보지 않은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리고 한번 도 해본 적 없는 기업 운영까지 해야 하니 첫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와 다를 게 무엇이랴. 맨땅에 헤딩하듯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시도해보며, 시행착오를 거쳐 우리 팀과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숙명이다.

그 여정에서 만나는 스승, 선배, 동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좀 더 성장할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행사에 참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먼저 경험한 이들의 노하우를 알 수 있다면 안해도될 고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맨땅에 헤딩을 먼저 한 스타트업 경험자로서 최근 CES에 참가했던 경험을 초기 스타트업분들과 공유해볼까 한다.

스타트업에게 전시회란

한 달에 수십 개의 국내외 전시회로부터 참가 초청 메일을 받는다. 전시회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우리 팀을 도와줄 수 있는 소중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곳이 아닐까 한다. 우리 팀 기술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곳, 관심을 비즈니스로 연결할 기회를 잡는 곳이 전시회이다. 다만, 초청받는 모든 전시회에 가면 고비용 저효율의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모든 전시회에 흔히 말하는 적합한 사람이나 의사 결정자들이 오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전시회 참가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에 걸맞은 사람들이 오는 전시회만 선별해서 참가하자. 처음 시작하는 전시회는 지양하고, 전시회의 효용성에 대해 관련자, 참가자 및 관련 기사 등을 통해 반드시 확인하자. 우리는 시간이 돈인 스타트업이니까.

어떤 전시회를 가야하나

전시회가 많다 보니 보여주기식의 전시회도 그 숫자가 꽤 늘어난 것 같다. 우리가 참가했던 어떤 전시회의 경우에는 전시 반나절 만에 철수하고 돌아온 적도 있었다. 전시회 제목부터 참가 대상이 명확하지 않음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는데, 전시일 당일 우리 팀 부스에는 기술과는 관련이 전혀 없는 정말 이상한 사람들만 와서 관련 없는 질문만 하고 돌아가는 것이었다. 부스설치 비용보다 시간이 아깝다고 판단해 전시를 접기로 했다. 돈 내고 시간 써가며 공부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며,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전시회 선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온몸으로 느꼈다.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스타트업이 가진 기술/분야에 맞춰 좋은 전시회를 선택하시라. 특히 소비자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라면 CES 같은 전시회는 꼭 한번 참석해 보자.

CES에 참가해보니

CES2020은 비트센싱에게 최고의 전시회였다.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세계 무대에서 인지도가 전혀 없는 스타트업으로서는 스타트업관(유레카파크)을 별도로 만들어 주는 CES가 눈물 나게 고맙더라.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만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연구자, 기술자, 공무원, 바이어들이 몰려오는 어마어마한 곳이다. 비트센싱의 '트래픽 레이더' 제품으로 혁신상을 받았는데, 수상 팀들에게 출입구 앞에 별도 부스를 마련해 준 것도 도움이 됐다. 미래 핵심 고객이 될 수 있는 글로벌 완성차 회사, 자동차 부품회사, 전자회사, 통신회사, 각국 정부 스마트시티 담당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글로벌 투자사들도 유레카 부스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다니는 건 국내나 해외 똑같더라.

▲  CES2020 비트센싱 부스
▲ CES2020 비트센싱 부스

어떻게 준비했나

스타트업, 특히 비트센싱과 같이 딥테크 스타트업에 전시회 담당자가 있을 리 없다. 엔지니어 중 누군가가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창업 2년이 지난 비트센싱에도 필자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전시회 담당자라는 건 없었다. 하지만 필자가 합류하고 전시회를 하나 둘 본격적으로 기획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고 참가하며 느꼈던 몇 가지 팁들을 공유해본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임을 밝혀둔다.

1. 전시회 참가비용은 수출바우처 사업 등 정부 및 유관기관 등의 창업 지원 사업을 적극 활용하자.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해서 다양한 부처와 지자체, 산하 기관 등에서 기업별 맞춤형 수출 지원사업의 목적으로 부스설치비, 항공료, 숙박료 등 해외 전시회를 지원한다. 수출 바우처 사업의 지원 대상은 기관별로 다르니 우리 회사가 가장 큰 한도로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찾아보도록 하자

2. CES에 처음 참가한다면 직접 준비하기보다는 바우처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의 도움을 받는 걸 추천한다. 수행 기관에서는 프로세스별 마감일, 전시 부스 제작, 제품 수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유상으로 제공한다.

3. 전시회 부스는 1년 전부터 신청이 가능하지만 우리에게는 해당이 없다. CES에 참여한 기업에 대해 CES를 주관하는 CTA가 크레딧(credit)을 부여하는 데 2회 이상 참여해야 산업별 전시관에서 원하는 자리를 1년 전에 먼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예를 들어 CES2021 전시 부스는 이번 CES2020 기간 동안 함께 진행되었다. 우리는 그저 그들이 배정해 주는 유레카파크 내의 부스에 전시할 수 밖에 없다. 참고로 스타트업 자격으로 CES 유레카파크에 전시할 기회는 평생 두 번뿐이다. 이후에는 일반관(산업별로 분류된 전시관)으로 가야 한다.

4. 중요한 미팅이 필요하다면 별도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서 진행하자. 부스는 작다. 흔한 책상과 의자도 없는 매우 협소한 공간이다. CTA 회원이 되면 무료 미팅룸 사용과 함께 부스 신청 시 할인 폭도 매우 크다. 연회비 800달러라고 하니 필요하면 가입하는 것도 추천한다.

5. 방문자 관리는 CTA에서 대여해 주는 리더기를 이용하자. 사전에 리더기를 세팅하고 참가자의 명찰에 있는 바코드를 찍어두면 누가 다녀갔는지 명함을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전체 정보를 가져올 수 있다. 심지어 별점을 매기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별 다섯 개의 방문자에게는 반드시 전시회 이후 연락을 하도록 하자.

6. 현장에서의 효율적인 미팅을 원한다면 사전 예약 시스템을 추천한다. 우리는 카렌들리(Calendly)라는 예약 서비스를 홈페이지 및 구글 캘린더에 연동하여 사용하였다. 누군가 우리 기업에 관심이 있는 경우 해당 사이트에서 미팅을 요청하면 수락 여부에 따라 현장에서 미팅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꽤 많은 바이어를 사전 예약으로 만났다.

7. 전시회 참가 전 국내외 매체에 전시회에 참가한다는 것을 알려보자. 전시회 참가 명단에 있는 국내외 미디어들에게 홍보 메일 및 보도자료를 보내고,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전시 부스 위치, 기업 소개 등을 꾸준히 업데이트하자. 우리 팀이 그리는 비전을, 우리 제품이 실현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해서 말하면 언젠가 한 번은 들어주겠지라는 믿음으로!

8. 본격적인 전시회 전에 미디어를 대상으로하는 언베일드(Unveiled) 행사에 참석해 출품하는 제품에 대한 소식을 먼저 알리자.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 1500여개 매체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이다. 비용은 스타트업 기준 750달러이다.(2020년 기준)

9. 전시 기간 중에 좋은 기술을 가진 다른 참가팀의 기술도 둘러보자. CES에는 삼성, LG 등의 대기업 부스에서만 의미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전 세계에서 최고로 꼽을만한 기술을 가진 대한민국 스타트업이 있는 유레카부스에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다. CES 전시에 참여했다면 기술의 흐름도 꼭 느껴보시라!

10. CES2021은 2020년 1월 이후에 진출한 첫 제품으로 출품이 가능하니, 아직 준비할 시간은 약 1년이 있다. 남은 1년 동안 더욱 제품 개발에 매진하여 더욱 많은 대한민국 테크 스타트업이 세계 무대로 나갈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보자.

창업 3년차 비트센싱의 첫 CES 참가기를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을 토대로 적어보았다. 스타트업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누구보다 존경하는 한 사람으로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애쓰는 스타트업이 다 같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CES가 끝난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대한민국 테크 스타트업 모두가 좀 더 성장하는 2020년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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