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와 거리를 둬왔던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파일럿 테스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발도상국을 넘어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들도 CBDC 관련 연구를 강화하고 나선데 따른 대내외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선제적 대응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4월6일 한국은행은 2021년 12월까지 단계별로 CBDC 도입에 따른 기술적, 법률적 필요사항을 사전적으로 검토하고 파일럿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여전히 존재하는 현금 수요, 경쟁적 지급서비스 시장, 높은 금융포용 수준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 가까운 시일 내에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으나 대내외 여건이 크게 변화할 경우 이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CBDC 파일렛 테스트를 추진하기로 한 데에는 각국 정부의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에콰도르, 우루과이 등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금융 포용 제고를 목적으로 CBDC 시범 발행을 추진해왔지만 최근에는 스웨덴, 중국 등도 현금 이용 감소, 민간 디지털 화폐 출현 등에 대응해 발행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은 "가까운 장래에 CBDC 발행계획이 없다고 밝혔던 미국, 일본 등도 관련 연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라며 "최근 지급결제 분야 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민간부문 시장 확장성도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CBDC 발행 필요성과는 별도로  국내 지급결제 환경,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CBDC 시스템의 운영 방식(직접운영, 간접운영 등)과 제공 기능, 필수적인 기술요건 등을 검토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파일럿 테스트 일환으로 우선 CBDC 설계, 기술요건 등을 충족하는 구현기술을 검토하고 블록체인 기술 등의 활용 가능성도 조사하기로 했다. 이후 확정된 CBDC 설계 및 기술요건을 기반으로 업무 프로세스 분석 및 외부기관 컨설팅을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제한된 환경에서 CBDC 시스템의 정상 동작 여부를 확인할 것이란게 한국은행 설명이다.

법적 이슈도 검토한다. 한국은행은 CBDC 도입시 예상되는 법적 이슈를 점검하고 한국은행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 필요성에 대한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CBDC 발행 권한, 법화성, 한국은행, 금융기관 및 민간과의 법률관계 등 관련 대외 여건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주요국 연구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중앙은행간 정보 교류 및 협력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금융결제국 내에  신설한 디지털화폐연구팀 및 기술반을 중심으로 CBDC 관련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기술 및 법률 검토를 위해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법률자문단을 운영하고, 한국은행 내부에서 전담팀(TF)도 구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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