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 신설된  스타트업 법인 수는 10만8874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유니콘’은 9곳으로 늘었다. 전세계 5위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예비 유니콘 기업도 13개에 달한다. ‘지뢰밭’에 비유되는 험난한 국내 규제 환경 속에서도 스타트업들은 혁신의 싹을 틔워내고 있다.

혁신 기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배경에는 투자사가 있다. 투자사는 혁신 생태계의 주춧돌이다. 스타트업은 엑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VC) 등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고 시리즈 A, B, C 등 투자를 단계적으로 유치하며 꿈을 키워 나간다. 그런데 투자사마다 스타트업을 보는 관점은 천차만별이다. 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스타트업 투자를 결정하고, 어떤 가치를 중시할까. 투자사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돌아보니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Blue Point Partners·BPP) 대표는 첫 창업을 이렇게 회고했다. 카이스트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다 얼결에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조교를 하면서 실험실 기자재가 대부분 수입품이라 수리가 여의치 않다는 점에 착안, 이를 직접 개발해 판매하려 했다. 하지만 사업은 뜻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2년 만에 사업을 접고, 이후 반도체 핵심 기술인 플라즈마 장비 업체 ‘플라즈마트’를 다시 설립했다. 2000년, ‘닷컴 버블’을 타고 반도체가 조명을 받던 시기였다. 앞서 겪은 한번의 실패가 자양분이 됐다. 2012년 미국 나스닥 상장사에 기술력을 인정 받고 회사를 매각했다.

“드라마(사업)가 끝나고 나서야 전체 복선이 이해가 됐어요. 처음에는 사업 아이템을 잘못 잡았어요. 지금 같았으면 고급 기자재를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커머스(상거래) 개념으로 접근했을 텐데. 그 다음 창업도 돌이켜보니까 7년 정도는 없어도 되는 시간이더라고요.” 기술력과 시장성은 달랐다. 이 대표는 자신처럼 기술 창업에 나선 이들이 초기 방향을 잘못 설정한 바람에 시장에서 낙오될 것을 우려했다. 그가 2014년 액셀러레이터 기업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설립한 배경이자 초기단계 딥테크(Deep Tech·엔진, 소재, 센서, 나노기술, 바이오, 첨단소재 등 기반기술을 의미) 기업을 중심으로 액셀러레이팅을 하고 있는 이유다.

▲  |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기술 창업을 전문으로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다. 이들 자체도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다. 테크 스타트업 밀착형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더 나은 기술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다.
▲ |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기술 창업을 전문으로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다. 이들 자체도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다. 테크 스타트업 밀착형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더 나은 기술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다.

본사는 대전의 대덕연구단지에 있다. 정부 주요 출연연구소와 대기업 산하 연구소가 위치해 기술 인력이 몰려 있어 이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이 대표가 카이스트 출신, 소위 ‘대덕 키즈’라는 점도 한 몫 했다.

포트폴리오사를 보면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색깔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국내 뷰티 기기 전문업체 셀리턴에 인수된 인공지능(AI) 기반 피부암 진단 분석업체 스페클립스,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3차원 홀로그래피 현미경 기술 스타트업 토모큐브 등이다. 최근 삼성벤처투자와 LB투자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주목 받은 우주발사체 스타트업 페리지항공우주, 다크웹에서 일어나는 사이버 위협을 추적하고 예측하는 기술을 보유한 에스투더블유랩도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패밀리’다.


창업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에 뛰어들었다.

창업했던 당시 ‘선배’에 대한 갈증이 컸다. 벤처 역사가 짧았기 때문에 모두들 모르는 게 많았다. 사업을 하면서도 ‘이게 맞아?’, ‘이렇게 해도 돼?’ 반신반의했다. 힘들었다. 제대로 알려주고 도와주는, 믿을 만한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동시에 편한 사람이길 바랐다. 나한테 지적질을 하고, ‘꼰대’처럼 굴지 않는 선배가 필요했다.

사업을 해봤고, 엑싯(Exit)도 했으니 투자에 자신 있었다. 플라즈마트를 매각하고 개인투자를 꽤 많이 했었다. 하지만 투자를 업으로 하는 건 힘들다는 걸 알게 됐다. 사업을 해본 게 도움은 됐지만 좁은 경험이었다. 특정한 상황만 겪었기 때문에 다른 창업가들에게 일반화할 수 없었다. 투자는 스타트업 운영과는 정말 다른 일이었다. 그런 동시에 초기 투자쪽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확신도 들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하면서 확실히 보람 있었다. 일단 스타트업들이 되게 좋아해줬다. 나도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스타트업이라 생각하고 일했다. 주 100시간 이상 매달렸다. 하루를 둘로 쪼개 나인투식스로 일하고 저녁 먹고 다시 세븐투원까지 일했다. 대전 사무실에 침대를 두고 2년 동안 살았다. 즐겁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각 분야별 전문가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바이오, 메디컬, 화공, 소재, 로봇, 전자, 소프트웨어 등에서 따로 전문가를 뽑았다. AC(액셀러레이터) 가운데 우리가 스펙트럼도 넓고 각 분야에 대한 이해도와 깊이가 깊다.

어떤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나.

딥테크에 집중하고 있다. 투자한 스타트업의 70% 이상이 기술팀이다. 전체의 30%는 바이오 메디컬,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이고, 40%는 IT기술과 서비스를 다룬다. 나머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같은 전통산업의 혁신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이다. 농업, 수산, 축산, 제조업 등 2차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곳들도 있다.

예를 들어 스페클립스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피부암을 진단하는 레이저 기술을 개발했다. 레이저를 암석에 쏘면, 표면이 타면서 순간적으로 플라즈마가 생긴다. 이를 통해 성분을 분석할 수 있다. 심해, 우주 등에서 쓰이는 기술이다. 피부암은 점처럼 생겨서 조직검사를 해야만 알 수 있는데 얼굴에 구멍이 깊게 뚫린다. 그래서 이를 시술용 레이저로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한 거다. 이 기술로 셀리턴에 인수됐다.

최근에는 서비스에도 투자하고 있다. 기술 기업의 종착지가 서비스인 경우가 많다. 기술과 서비스 간 연결고리가 있고, 훗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듯한 스타트업에 우선순위를 둔다. 기술회사를 자문해주거나 도와주려 해도 서비스단의 산업 트렌드를 놓치면 방향을 잃을 수 있어서 그런 의미에서 투자를 확대하는 거다.

▲  | 사진=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투자한 페리지항공우주는 로켓 마니아들이 모여 있다.
▲ | 사진=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투자한 페리지항공우주는 로켓 마니아들이 모여 있다.

첫 투자는 어디에 했나.

하늘을 나는 배에 투자했다. 한국해양연구소 출신 인재들이 설립한 아론비행선박산업이다.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상용 ‘B형 위그선’을 만들었다.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인데, 초창기 조종사의 실수로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투자길이 막혔다. 그때 우리와 만났다. 두 번째는 플라즈마를 이용해 각종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를 고부가가치 가스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인투코어테크놀로지)에 투자했다. 구현이 어려우면서도 바람직한 기술이다.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가 핵심이다. 바이오 분야에서 쓰는 말인데, 혁신신약을 뜻한다. 기존의 약을 개선하는 것은 베스트인클래스(best-in class)라 한다. 이를 일반화하면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나는 ‘최고’의 제품은 관심 없다. 뭔지 모르겠고, 난제로 여겨지고, 새롭게 등장한 분야인데 솔루션을 발견하지 못한 영역을 제일 좋아한다. 혁신은 전통적으로 나뉘어진 분야들의 경계선에서 나타난다. 하늘을 나는 배가 대표적이다. 배, 비행기, 자동차의 경계점에 있는 솔루션이다. 현미경도 인공지능에 바이오를 합치니 전혀 다른 진단장비가 탄생한 것이다. 세상에 없던 장비다.

기술 창업을 직접 해봤기 때문에 딥테크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들이나 이들이 겪을 시행착오를 잘 아는 것 같다.

플라즈마트 시절을 복기해봤다. 돌이켜보니 7년 정도는 사업적 성과가 거의 없었다. 왜 그랬는지 분석했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했기 때문이었다. 엑싯까지 12년 동안 사업을 했으니, 6개월을 1부로 치면 총 24부작 드라마였던 셈이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야 전체 복선이 이해가 된 거다. 이건 잘했고, 이건 쓸데없는 일이었고, 정리해보니 앞의 6, 7년은 없어도 되는 시간이었다. 기술기업들이 초기 방향을 잘못 설정하고,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사업을 하면 위험도가 높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기술기업은 도움을 받기 어렵다. 성과가 받쳐줘야 관심을 가져준다. 나머지는 죽어 나간다. 기술 스타트업이 생길 기회는 많은데, 제도권의 지원을 받으면서 모험자본의 도움을 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씨는 뿌려지는데, 발아율이 낮다. 그래서 발아율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재미있는 건 십수년이 지났는데도 다른 창업가들이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똑같이 반복하더라는 거다. 기술 창업가들이 초기 단계에서 되풀이하는 실수들이 있다. 예를 들어 너무 기술 중심적인 생각과 권위적인 사고로 팀원을 못 구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경험을 과도하게 일반화할 때도 있다. 고통을 공유하는 집단을 우리는 시장이라 칭하지 않나. 내가 필요하다 느끼고, 불편을 느껴도 시장에서 검증해보는 작업을 해야 공동 솔루션이 되고 기업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자신의 경험에 갇혀 발전을 못 시키고 제한된 제품을 내놓아 시장에서 환영 받지 못하는 일도 빈번하다.

첨단기술 창업가는 대학원, 연구원에 있던 인재들이다. 전반적으로 이들은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전체 산업에서의 기술 중요도도 높게 본다. 기술력도 중요하기는 한데, 그들이 있던 건 학계다.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고 보고하는 게 그들의 KPI였던 셈이다. 사업은 신규성보다 적합성이 우선이다. 이 기술이 시장의 문제를 푸는 최선의 방법인지 검토해야 한다. 신규성에 맞춰져 있던 시각을 돌려, 시장 적합성을 인식하도록 변화시키는 과정이 사실 제일 어렵다.

▲  | 이용관 대표의 별명은 '공대 형'이다. 그는 연구원·엔지니어 출신 인재들이 창업을 하려면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 | 이용관 대표의 별명은 '공대 형'이다. 그는 연구원·엔지니어 출신 인재들이 창업을 하려면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업가를 볼 때 고려하는 요소는 뭔가.

인터뷰할 때 학계적 시각이 있지만 빠르게 변화할 수 있을 것 같은 팀을 고른다. 유연성이 중요하다. 시장 적합성이 중요한데, 신기술에만 몰두하면 팀 빌딩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 시장이나 사후 서비스도 중요한데 개발팀만 뽑고 이런 부분은 신경을 안 쓰는 거다. 나중에 가서 큰 실수가 나온다. 그래서 균형, 조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거나 인식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에게 투자를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현실인식능력’이다.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강화하면서 발전하게 되는 건데 인식이 잘못돼 있으면 시장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모든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명확히 보이는 약점을 인식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 자체로 검증이 된다. 메꿔야 한다고 말하면 가능성이 있는 거고,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거나 아예 인식조차 못하고 있으면 기술력이 좋은 회사라도 위험하다고 본다.

보완을 하려면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 그래서 수용성도 중요하다. 역할, 지분, 이익을 나누면서 자기 것을 떼어줘야 하지 않나. 업무의 주도권이나 권한도 위임해 줘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존심 상해하고 아까워 한다. 그래서 보완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대응능력도 필요하다. 시장은 빠르게 변한다. 팀도, 솔루션도 다 좋은데 상황이 변했다면? 못 쫓아가면 위험하다. 그땐 맞지만 지금은 틀릴 수 있다.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의외로 관리를 쉽게 무시한다. 자체적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외부에서 가져와도 된다. 그런데 대부분 개발자가 스스로 모든 것을 만들려 한다.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다른 것은 가져와서 붙일 수 있는데 꺼리는 경우가 많다. 시간은 한계가 있으므로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백엔드를 무시하거나, 프론트만 중시하고 제조도 품질관리나 생산과정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등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면 사고가 난다. 사업은 직렬로 연결돼 있다. 개발을 잘해도 제품화가 잘 돼야 하고 설계가 잘 나와도 잘 만들어야 하고, 그걸 다시 규모화(스케일업)도 해야 한다. 하나라도 끊기면 성장이 멈춘다.

기술기업의 가치를 알아보려면 우선 기술력부터 검증해야 할 텐데.

심사역을 선발할 때 도메인 전문성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초기 스타트업의 어려움에 대해 이해가 깊은 사람들로 뽑고 있다. 투자경력보다는 산업에 몸을 담았던 이력을 본다. 학교에서 전문분야를 공부한 이력도 유용하다. 우리에게 없는 분야를 채울 수 있는 심사역을 뽑고 있다. 물론 모르는 분야도 꽤 있다. 기술이라는 게 융합적이라, 단편적으로만 알 때도 있지 않나. 그럴 땐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 기술을 검증하고 사람에 대한 검증도 함께 한다.

심사역은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바이오팀을 이끄는 수석심사역은 의사 출신이다. 스타트업 창업도 해봤고, 일도 해보다가 왔다. 드문 사례다. 의사면서 스타트업, 투자 경험을 모두 갖고 있는 거다. 약학 박사이자 약사인 심사역은 신약이나 약 관련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심사한다. 수의사이자 펫 식품과 약품을 만드는 곳에 몸 담았던 심사역도 있다. 화학공학 전공, 바이오로 석사과정을 밟고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재직, 로스쿨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한화에서 스타트업 법률지원업무를 하던 심사역도 있다. 공학적 전문성도 있고, 법률 지식도 있는 거다. 이처럼 전문성과 창업 경험을 두루 갖춘 이들이 심사역으로 함께하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큰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초기 DNA를 만들어주는 게 우리의 목표다. 어떻게 마음을 먹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회사가)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다. 우리는 ‘그릇’을 키워주고자 한다. 얼마나 커질 수 있는 그릇인지가 중요하다. 또, 덩치가 커졌을 때 성장의 무게를 이겨내고 감당할 수 있는 체계를 다잡아주려 한다. 이런 게 어느 정도 보완되는 시기가 시리즈A 투자 받는 구간이다. 보통 2년 정도 걸리고, 20억원 안팎의 자금이 유입된다. 비즈니스 단계로 보면 시장에 진입할 준비가 돼 있는 거다. 그때까지 사업모델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주고, 시장의 문제를 검증하는 작업을 함께한다. 후속 투자유치를 돕고 조직의 갈등이나 문화, 방향을 같이 풀어준다.

수익모델은.

AC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지분율로 평균을 내보면 1억원에서 5억원 사이에서 투자를 진행하고, 스타트업의 지분을 7% 정도 갖는다. 준비도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진짜 준비가 안 된 곳인 경우에는 15~20% 정도를 취득하기도 한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 이외의 목표가 있나.

AC로 시작했지만 목표는 컴퍼니 빌딩이다. 많은 AC들이 비슷하다. 우리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니까 사업의 모호함을 잡아주기 위해 기획 업무에 관여하게 된다. 심사역들이 선별 능력보다는 기획적 역량이 높아진다. 반대로 이후 단계에 투자하는 회사들은 스타트업을 꼼꼼히 보고 잘 걸러내는 역량이 커진다. 서로가 그게 주 업무여서 그렇다. 그러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스타트업과 관계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을 도모할 때 서로 신뢰가 있다는 뜻이다. 아는 엔지니어가 있는 게 아니라, 신뢰관계가 깊은 엔지니어가 있는 거다. 그게 핵심이다. 연쇄 창업을 할 때도 도움을 주고, 새로운 사업기획도 지원할 수 있다.

기획력과 인적자산, 이 두 가지는 컴퍼니 빌딩에 있어 핵심요소다. AC는 풍부한 사업가 그룹을 가지고 있고 심사역의 기획 역량이 있다. 그래서 퍼스트인클래스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융합도가 높고 사업규모가 커야 해서 스타트업은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데 우리가 직접 인재를 모아 이 같은 사업을 해보려 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신약후보물질을 찾고 발굴하는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어류 양식 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항생제 오남용을 방지하는 스마트 팜 솔루션도 기획하고 있다. 가을쯤 구체화될 듯하다.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관리, 바이오 등 굉장히 많은 부문의 기술이 융합돼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창업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이들 착각하는 게 있다. 작은 사업이 쉽다고 생각한다. 나와 주변인의 역량으로 눈에 보이니까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물론 실현 가능한 목표여야 하나 작은 프로젝트가 훨씬 어렵다. 작은 사업은 인재들이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임팩트가 작으니까. 모험자본도 이런 프로젝트는 관심없다. 그래서 누가 하냐, 그걸 다 자기가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성공 확률이 떨어진다.

오히려 큰 프로젝트가 확률이 낮지 않다. 큰 것은 인재들이 관심이 많고 모험자본도 관심이 많다. 성공 시 임팩트가 크면 인재가 많이 몰린다. 성공 가능성도 같이 높아진다. 내가 하면 못할 거 같던 일들이 말도 안되는 사람과 자본이 투입되면서 진짜로 실현이 되는 거다. 그러니까 생각을, 꿈을 크게 가져라.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너무 겁먹지 마라. 내가 주도권을 가지지 않고 옆에서 돕더라도 의미 있다. 그러니 가능한 한 큰 프로젝트를 상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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